김혜선 (춘천영화제 조직위원장)
김혜선 (춘천영화제 조직위원장)

지난 달 30일, 상상마당에서 춘천지역자활센터 주민들을 초대해 따뜻하고 즐거운 상영회를 진행했다. 재작년 춘천영화제 기간에 선보인 음악다큐영화 섹션에서 호평을 받았던 ‘자이언트 트리’를 상영하고 영화 속 아카펠라 뮤지션 ‘제니스’의 라이브 공연을 프로그램 속에 넣었다.

따뜻한 새해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터라 상영회 참석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자못 궁금했다. 상영 전 관객에게 드리는 환영 인사말도 무척 조심스러웠다. 초대에 응해 준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의 말 한 마디가 혹여 상처가 될 수도, 반대로 의례적인 상영회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거란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객석을 꽉 채운 관객의 호의적인 반응 때문이었다. 영화가 상영되고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웃고 박수를 치며 적극적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며 이번 상영회를 준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영회가 끝나고 콘서트홀을 나설 때 마주친 한 관객이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다’고 말할 땐 덩달아 내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흠뻑 몰입해서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관객, 기분 좋은 평가를 해주는 후한 관객들이었다. 그런 멋진 관객들에게 나는 왜 말 한 마디도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불편한 선입견은 아니었을까? 그런 오지랖도 엄연히 차별인데 말이다. 관객의 대다수가 고령층일 거라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20~30대의 젊은 관객이 의외로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공익법인으로서 공통의 가치로 많은 사람과 연대하고 다양한 사업을 함께 도모하고 진행할 때 첫 번째 경계해야 할 덕목이 불편한 선입견 배제라는 것을 깨닫는 기회여서 더욱 의미 있고 귀한 자리였다.

영화 ‘자이언트 트리’를 감상하고 영화 속 아카펠라 뮤지션 ‘제니스’의 라이브 공연에 환호하는 시민들.
영화 ‘자이언트 트리’를 감상하고 영화 속 아카펠라 뮤지션 ‘제니스’의 라이브 공연에 환호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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