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편지]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가 있다
[월요편지]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가 있다
  • 이충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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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호 편집위원
이충호 편집위원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Edward Lorenz)가 1972년 미국 과학부흥협회에서 행한 강연 제목 ‘브라질에서의 나비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가?’에서 유래한다.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인데 일반적으로는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로 확장되어 쓰인다. 

내수시장보다 수출을 중시하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겨냥한 일본의 경제보복에 ‘No Japan’ 열풍이 복날보다 뜨겁게 장마보다 질펀하게 펼쳐지고 있다. 국민들은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며 이 고온다습마저 즐길 심산이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개인의 날갯짓이 일어난 것은 지난 1997년이었다. 네 명의 할아버지(이춘식, 여운택, 신천수, 김규수)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강제징용에 대한 손해배상과 밀린 임금을 돌려달라고 일본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였다. 2003년 일본 대법원에서 패소한 이유가 박정희 정권이 5억달러를 일본으로부터 받는 바람에 피해자들은 소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운택 할아버지가 2005년 신일주철금을 상대로 한국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두 번째 날갯짓은 장장 13년 8개월만인 지난해 10월 30일 최종 승소 판결로 이어졌다. 

개인의 날갯짓이 국가의 날갯짓으로 번졌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일본은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를 선언했다. 한국 산업의 최상위 포식자인 반도체에 필요한 원료 세 가지에 대해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경제 전쟁’ 선포였다. 국제 분업의 사다리를 걷어차면서까지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에서 좋은 방패막이로 생각하는 날갯짓은 1965년에 일어났다. 일본은 한일협정을 통해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상업차관 1억달러 등 총 6억달러의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면서 청구권협정에는 “(모든 청구권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도 소멸됐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당시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5달러로 192달러의 북한에도 한참 뒤처졌을 만큼 곤고했고 대한민국의 GDP는 일본의 29분의 1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일본의 주장은 우리로 하여금 1910년 8월 22일에 벌어졌던 또 다른 날갯짓을 들여다보게 한다. 한국의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과 한국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 사이에 체결한 ‘한일합병조약’으로 일제가 대한제국으로부터 통치권을 뺏어간 경술국치(庚戌國恥)의 역사다. 물론 국새도 없고 순종의 서명도 없는 조약 문서 자체가 강탈을 의미한다. 

다시 개싸움으로 돌아가 보자. 위에서 깔고 앉아 물어뜯는 쪽을 ‘top dog(승자)’이라 하고 힘에 눌려 밑에 깔린 쪽을 ‘underdog(패배자)’이라고 한다. top dog의 물어뜯기에 굴복하지 않고 그 아래만 벗어난다면 승부는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벗어나야 한다, 견뎌내고 일어서서 대등한 위치에서 싸워야 한다. 세계 GDP 순위 12위인 현재는 격차가 3분의 1로 줄었다. 29분의 1을 3분의 1로 줄인 저력으로 달려야 한다. 동해 너머에서 영혼 탈곡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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