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춘천에서는 주민자치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지역 공동체 활성화가 화두다. 지난달 3일 후평2동의 주민총회를 시작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8개동의 주민총회가 연이어 열림으로써 주민자치 시대가 활짝 문을 열었다. 주민들이 자치를 하기 위해서는 함께 모여 논의하고 합의해가는 과정이 필수적이어서 공동체 활성화는 주민자치 시대에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밀폐된 공간인 아파트가 주거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는 도시지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마을의 생태 자체가 이웃과 완전히 담을 쌓고 살기 어려워서 주민자치 시대 이전에도 마을 공동체 사업이 다양하게 이루어져 온 농촌지역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8일 춘천시가 나서서 (사)전국아파트연합회 춘천지회와 함께 관내 아파트 단지의 공동체 활성화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든 것은 무척 의미가 크다.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고 있는 대표자들에 더해 일부 주민들이 참석하여 공동체에 관한 강연을 듣고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저마다의 생각을 나누었다. 참석자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좋은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시는 아파트 공동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가늠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의 자치 권한이 강화된 주민자치회로 바뀌면서 주민총회를 개최하는 상황에 공동체까지 활성화된다니 앞으로는 꿈만 같은 일만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활성화된 공동체의 연장선상에서 주민총회가 열리고 여기서 마을 사업이 정해져 세금이 투입된다면 주민의 정치적 효능감은 더할 날 나위 없이 커질 수 있다. 말 그대로 ‘시민이 주인’인 도시가 만들어지고 살맛나는 세상이 곧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그러나 함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혈연, 지연, 우정 등과 같이 인간에게 본래 갖추어져 있는 본질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유기적 통일체로서의 사회”다. 매우 따뜻하고 그 안에서 무한 낭만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공동체를 구성해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사정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동체 구성원의 자기중심성이다. 내 말이 옳고, 내 말대로 해야 하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타인의 의사를 무시하면 공동체는 종종 갈등의 현장이 된다. 여기에 권력욕, 축재욕이라는 탐욕까지 합쳐지면 갈등에 그치지 않고 투쟁의 현장이 되기 십상이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만나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게 된다.

각자 밀실에서 따로 살도록 하지 않고 같이 함께 무엇인가를 하게 하려면 낭만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낭만보다는 자기중심성과 탐욕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매우 정교하고 치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들은 더불어 사는 ‘방법’(가치가 아니라)을 몸에 익히도록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훈련해야 한다. 그래도 분쟁이 일어날 경우 공공기관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방법, 제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일은 낭만이 아니라 고통이 수반되는 행위다. 이를 수용할 결기가 없다면 공동체는 빈 동굴이라는 의미의 공동(空洞)이 될 수밖에 없다.

키워드
#공동체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