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표 ‘개성공단재단’ 담당관, ‘평화·통일 공감’ 강연
“북한의 평등주의 사상, 사과에 인색한 문화 이해해야”

‘2019년 4차 평화·통일 공감 시민 강연’이 ‘먼저 온 통일 개성공단’이란 주제로 지난달 26일 춘천시청 민방위교육장에서 개최됐다.

춘천시 혁신성장추진단 미래도시팀에서 주최한 이날 강연회는 남과 북이 뒤섞였던 개성공단에서의 개별 사례들을 밑거름 삼아 다가올 통일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개성공단이 가동될 당시 그곳에서 일했던 북측의 인력은 5만5천 명, 남측의 주재원은 1천 명, 부지 면적은 100만 평에 달했다.

일반 시민들과 주민자치위원 등 총 6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013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관리총괄부에 입사하여 북한 현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홍승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 김진향) 연구담당관이 강사로 나섰다.

개성공단이 가동될 당시의 야경. 사진 제공=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개성공단이 가동될 당시의 야경.       사진 제공=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홍 담당관은 “1989년 11월 이전까지 독일인들은 독일 통일이 불과 이듬해에 이뤄질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예상치 못하게 다가올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 준비의 첫걸음은 남과 북이 서로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것이고, 극복 방안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개성공단에서 겪었던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한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낄 만한 북한 사람들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평등주의 사상이었다. 때문에 한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면 이웃 기업의 직원들도 똑같은 성과급을 요구한다고 했다. 홍 담당관은 이때 직원들의 성과급 요구를 무시하고 원칙을 고집한 기업들은 향후 생산성이 떨어졌지만 오히려 북한 사람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성과급을 지급한 기업에서는 전보다 생산성이 더 올랐다고도 했다.

북한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사과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북한 사람들의 자존심이 세다는 이유도 있지만, 잘못을 시인할 경우 그것에 대한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에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때문에 북한 사람이 잘못을 했을 때 끝까지 사과를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관계마저 틀어져 평생 사과를 받을 수 없게 되지만, 그러한 배경을 이해하고 넘어가 준다면 향후 조용히 사과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홍 담당관은 이러한 사례들이 쌓여 각 기업의 노사문화를 만들었다며 각 노사관계의 단면을 언급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철수 당일, 통근버스도 운행되지 않고 날씨도 영하 20도에 다다랐지만 노사관계가 좋았던 기업의 직원들은 모두 출근해서 남측 직원들이 짐 싸는 것을 도와줬다. 헤어질 때에는 끌어안고 울었다. 하지만 노사관계가 나빴던 기업의 직원들은 철수 당일 한두 명만 나왔다. 엉뚱한 물건을 훔쳐가는 것이 없나 감시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이질감을 극복하는 것은 단지 개성공단의 노동자와 사용자들만의 과제가 아니었고 그곳에 있던 남북 개인들 모두의 과제였다. 이것을 전 국민들이 자신의 과제로 인식할 때 비로소 통일 준비의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혁신성장추진단은 지난 4월 23일 평화재단이사장인 법륜스님의 첫 강연에 이어 분기별로 평화·통일 강연을 주최하고 있으며, 내년도에도 강연을 지속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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