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청 문화콘텐츠과 이규일 과장

잦은 소나기를 뿌리며 날씨가 투정을 부리던 5월 말, 춘천시청을 찾았다. 6층 문화콘텐츠과로 들어서니 이규일 과장이 환한 미소와 웃음으로 맞이했다. 그의 관할 업무가 아닌 현장에서 몇 번 본 인연으로 담당 문화콘텐츠 업무가 궁금해 청한 인터뷰에서 그의 진한 애향심을 느낄 수 있었다. 춘천만의 문화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과장님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산직으로 정보화, ICT산업을 담당하다가 지난해에 행정사무관으로 전환됐습니다. 초대 시민소통담당관과 문화특별시 팀장을 맡았고, 2019년 5월 2일자로 문화콘텐츠과로 오게 되었습니다.

문화콘텐츠과는 2018년 10월 22일 시청 조직 개편 때 생겨난 신규 부서입니다. 2년이 채 안된 조직이라 아직 업무체계를 갖춰가는 중입니다.

춘천시청 문화콘텐츠과 이규일 과장

문화콘텐츠과의 주요 업무는 무언가요? 관광과 업무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관광은 보고, 느끼고, 즐기는 투어라는 개념에 가깝다고 할까요? 관광은 그 지역에 여행을 가서 보고 느끼며 이런 곳이 있음을 아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문화콘텐츠과는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그 관광지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찾아내고 홍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냥 보고 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만들어졌을까, 왜 이곳에 위치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을 바탕으로 그 지역의 문화와 시민들의 삶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리 과의 업무입니다. 관광과 업무와는 다소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예를 들어 ‘소양정’을 단순히 보고 가면 관광입니다. 그러나 소양정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소양정으로 말미암아 어떤 문인들이 우리 고장을 찾았는지, 또 그들이 무엇을 창작했는지를 엮어내면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저희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마음속에 늘 간직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일이 우리 과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유형의 자산에 무형의 가치를 입혀서 우리 지역만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죠.

 

지금은 어떤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는지요?

춘천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은 동서남북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서쪽부터 소개해드릴게요.

춘천 서쪽에는 신장절공 묘역, 지용기 의병장, 이준용 독립투사, 한백록 묘역이 있습니다. 이쪽에 길을 만들어 자연 속에서 그분들의 삶을 되새기며 기릴 수 있는 ‘장군길’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5.4km 정도 길이인데, 걸음으로는 2시간 반 정도 거리입니다. 시민들이 이 길을 걸으며 ‘나라사랑’이나 ‘충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합니다.

북쪽에는 ‘북산면 물로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한나라의 천자가 됐다는 분의 아들 묘가 있습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내리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알리면 방문객들이 많이 몰려올 것 같습니다.

동산면 밭치리 장승제. 사진은 장승제에 앞서 성황당에서 치러진 성황제다.      사진=《춘천사람들》 DB

동쪽에는 500년 동안 이어져온 동산면 밭치리의 장승제가 있습니다. 이 장승제는 2009년 마을 개발로 중단됐었는데 올해 10년 만에 복원됐습니다. 마을 어르신과 주민들이 복원을 강하게 원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주민들과 만나서 회의하고 계획을 짰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동참하고 열심히 도와주신 덕분에 올해 장승제를 성공리에 치렀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진행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효자1동 ‘벽화마을’에 있는 벽화가 노후되고 중간에 연결이 끊긴 부분이 있습니다. 내년까지 끊어진 공간을 수리해 ‘가고 싶고,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벽화 마을을 만들 계획입니다.

 

‘봄내길’, ‘누리봄’은 다른 과 사업인데, 참여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문화콘텐츠과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일은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유산 콘텐츠를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콘텐츠는 사무실에 앉아만 있어선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시민들이 많이 모이고 활동하는 곳에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누리봄’ 골목길 탐험에도 참여했습니다. 저는 산업화로 빠르게 갈 수 있는 직선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누리봄’ 골목길 탐험에서 예전 우리 삶의 정취와 우리 고장 특유의 생활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는 시민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시정부에서 미처 파악 못한 문화활용을 알려주니 우리 부서로서는 고맙지 않을 수가 없죠.

골목 탐험을 하는 누리봄 회원들의 모습. 사진=《춘천사람들》 DB

문화콘텐츠과가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지요?

문화콘텐츠과는 영상산업, 스토리텔링, 문화유산 3개 팀으로 짜여 있습니다. 

춘천은 영화나 영상 촬영지로 각광 받는 곳입니다. 남양주 종합촬영소가 폐쇄된 뒤에 수도권의 영화제작자들이나 PD들이 춘천에서 촬영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내년 준공을 목표로 촬영 스튜디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완공되면 영상산업이 우리 지역 산업의 큰 기둥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일은 영상팀의 중점 추진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문화유산 업무는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일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문화재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업무의 초점을 옮길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문화재 연구를 좀 더 많이 진행할 생각입니다.

스토리텔링은 끝이 없습니다. 문화콘텐츠과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함께 해주셔야 합니다. 이야기 거리다 싶으시면 언제라도 문화콘텐츠과로 연락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말해주신 이야기를 전문가와 함께 춘천의 아름답고 소중한 문화재로 가다듬겠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업도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의료진의 봉사와 헌신에 먼저 감사를 표합니다. 그분들 덕분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치고 생활 방역 단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콘텐츠과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종교시설과 다중이용시설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선 종교시설에 대한 예방업무입니다. 종교시설 업무를 왜 문화콘텐츠과에서 담당했는지 의아해 하실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원래 문화콘텐츠과는 석가탄신일과 성탄절 행사만 관리 운영했습니다. 종교 관련 업무 비중이 크지 않았던 편이죠.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교회, 성당, 사찰을 포함해 480개 정도의 종교시설 예방 업무를 하게 됐습니다. 

다음으로 노래연습장, PC방, 게임장 등 380여 개 다중이용시설도 담당했습니다. 관련 업주들에게는 생업에 대한 운영자제를 권고할 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편을 감내해주시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셨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종교계 관계자 분들과 다중이용시설 대표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춘천시청 문화콘텐츠과 직원들과 이규일 과장(오른쪽 끝). 

덧붙이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함께 일하는 문화콘텐츠과 직원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부서고 체계를 갖추는 단계라 많이 힘들 겁니다. 그런데도 굳이 안 해도 될 일까지 찾아서 하다 보니 업무가 갈수록 쌓여갑니다. 묵묵히 일하는 같은 과 직원들을 보면서 저도 마음을 다잡습니다. 춘천시 공무원으로서 제게 부여된 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며, 시민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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