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인기·기피 과’ 균형 필요
정책 타당성 다투는 사이 환자들만 고통
한약 급여 사업 제동에 한의학계도 ‘발끈’

코로나19로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럼에도 ‘의사 파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피해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24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의료 파업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는 듯 보였지만 결국 파열되고 말았다.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은 △의대 증원 △공공의대 설립 △한약 급여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허가이다. 이중에서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서 가장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정책에 맞선 '의사 파업'이 계속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의료 시스템 불균형이 문제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은 현재 의료 시스템의 불균형 문제에서 출발한다. 지역별 의사 수 격차와 인기 진료 과목과 기피 진료 과목 사이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인식을 공유한다. 다만 해결방안에서 정부는 국내인구 1천 명당 활동 의사가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미치지 못하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를 근거로 의대를 증원해 의사수를 늘이고, 공공의대를 설립해 역학조사, 감염내과 전문의 등 필수 공공 분야 의료 인력을 양성한 뒤 ‘의무 복무’ 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어난다고 해서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인기과목에 더 많은 의사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피과목, 지역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통해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의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논리를 펼친다. 공공의대 정원이 49명으로 소수에 불과하고, 10년간 지역에서 근무하게 하더라도 지역 근무의 장점이 없다면 이후 수도권으로 이탈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지역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약 급여 시범사업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질환,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개 질환에 대한 한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의협은 한약에 대해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로써 한의학계에서도 싸움에 뛰어들었다. 지난 25일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양의계가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 실시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으며, 한의약을 악의적으로 폄훼하는 가짜뉴스와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에는 강력한 법적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비대면 진료 도입

정부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료 사각지대를 돌보기 위해 원격진료를 도입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원도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원격진료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됐다. 강원도 벽·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으로 진단·처방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원격진료가 오히려 물리적 접근성의 차이를 없애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현재의 기술로는 원격진료 시 오진의 위험성이 크다고 말한다. 

◇피해자는 결국 시민

정부의 의료정책의 방향과 의료계의 지적 모두에 타당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의료계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지역에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시설 및 장비 개선, 인력 보강, 지역 우수병원에 대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되지 않는 이유는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안정화될 때까지 이를 중단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고 제시했는데, 의협은 ‘가능성 열어 놓겠다’는 표현 대신 ‘원점에서 재검토’를 원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의료 파업을 특정 직종의 이기심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잘못된 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7일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을 찾아 헤매다 사망한 시민이 발생했다. 진짜 문제는 정책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시민들이 실제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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