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문화도시’라는 기치아래 춘천시정부와 춘천문화재단은 2차 법정문화도시 심사와 지정을 앞두고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궁금했다. 춘천이 왜 문화도시가 되어야 하는가?  ‘전환’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를 펼쳐가기 위한 철학은 무엇이고, 그 과정에서 춘천의 각 구성원들은 무엇을 해야 하며, ‘전환문화도시’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려가고 있는지 말이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춘천문화재단 김희정 사무처장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가 기고문을 통해 답해왔다. - 편집자 주

김희정 춘천문화재단 사무처장

춘천은 아름다운 도시다. 엄마 품처럼 포근한 산자락에 둘러싸여있고 강과 호수가 도시를 품어 한번 발들인 사람들은 금방 사랑에 빠진다. 1995년 당시 문체부로부터 ‘문화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받은 것처럼 유난히 예술가들이 많고, 마임과 인형극, 연극 등 특색 있는 도시 축제가 성공해왔다.

그러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개발과 성장으로 도시의 풍경은 달라지고 축제들은 부침을 겪었고 사람들은 떠나갔으며 춘천에 대한 로망은 점점 잊혀졌다. 춘천은 여전히 문화의 도시일까? 시민들의 일상은 안전하고 행복한가? 아름다운 자연, 정다운 이웃과 소소한 일상의 기쁨들이 공존하는 생명력 넘치는 도시로 회복가능한가, 그리고 지속가능한가?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준비하며 되돌아보고 던져보는 ‘전환문화도시 춘천’의 화두다. 

지역문화진흥법은 2025년까지 30개 도시를 법정문화도시로 지정토록 하고 있고, 문화도시로 지정된 도시에는 5년간 최대 20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현재 이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전국의 도시들은 대략 70여 곳이 넘는다. 이 중 7곳이 1차 본 도시로 지정됐고, 춘천은 작년 말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되어 올해 말에 있을 2차 본 지정을 앞두고 마지막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도시’가 5년 만에 만들어질 수 있을까? 5년간 만들어진 문화도시들이 차별성이 있기는 한 걸까? 답은 지속가능성에 있다. 그리고 그 지속가능성의 열쇠는 각각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 손에 쥐어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도시 간 치열한 경쟁과 광범위한 문화도시 사업의 피로감에 눌리면서도 이 사업이 주는 의미를 늘 생각해 본다. 그동안 개발과 성장의 논리로 점철되어온 한국의 도시들이 이제는 자기성찰을 통해 성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문화적 관점을 가지고 스스로의 힘으로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그것이 문화도시 지정이 갖는 가장 유의미한 목표이자 장점이 아닐까? 그래서 춘천은 시민들이 문화와 예술로 일상을 전환시키며 그 에너지와 사회적 가치들로 도시 변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전환문화도시’의 기치를 내걸었고, 이를 인정받아 예비도시로 선정되어 올 한 해 다양한 실험들을 해오고 있다.  

이에 춘천문화재단은 문화도시 선정의 본래 의미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문화도시센터(센터장 강승진)라는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문화적 관점으로 시민들의 일상을 바꾸고 도시공동체를 회복시켜 나가는 사업을 설계했다. ‘전환’ 이라는 개념의 거대 담론을 가볍고 밝게, 시민들 누구나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예비 사업의 틀을 짜고 이 사업을 함께 수행할 여러 주체들 간의 협력을 도모했다. 

모든 것에 앞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머리 만들기’를 주제로 두 달여간의 집중 교육을 진행했다. 사업 담당자들의 유연하고 열린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재미와 관계 확장’을 위한 역량교육을 지속했고 이 교육은 문화도시를 준비하는 여러 타 도시로부터 인력 양성의 좋은 사례로 주목받았다. 

자체 교육을 올 초에 집중한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사람들은 당황했고, 일상은 무너졌다. 삶의 근본적 ‘전환’은 더 절실해졌다. 하지만 ‘전환’은 한순간에 이뤄 질 수 없다. 문화도시에서 지향하는 ‘전환’은 나로부터 출발해서 개인의 경험과 가치가 변화되고 그것이 시민 전체의 삶의 변화로 확장되면서 도시 라이프 스타일과 도시 정체성의 변화까지 가져오는, 즉 개인으로부터 시작해 도시의 변화로 확장되는 ‘과정’으로 설계된 전환이다.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점’ 즉 시민 개개인이 서로 연결되어 ‘선’을 이루고, 그 네트워크가 확장된 거대한 ‘면’인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변화를 이끄는 도시의 전환 말이다. 이것이 전환문화도시로 나아가는 ‘점·선·면’의 법칙이다. 

도시의 이런 변화는 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의 일방적인 주도로는 불가능하다. 도시문화를 형성하는 주체들 간의 소통과 협력이 잘 작동되어야 한다. 춘천시는 도시 구성원들의 요구와 필요에 따른 자발적인 역량을 지원하기 위하여 마을자치센터·사회혁신센터·협동조합지원센터 등등 다양한 중간지원조직들을 만들었고, 현재 여러 협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중간지원조직들은 자기 조직과 연관된 사업안에서 무수한 점과 선의 시민참여를 만들어내고, 그런 점과 선의 시민조직들이 문화도시를 만드는 연결망이 되어 도시 전체의 변화를 이끌게 되는 것이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부서 간 칸막이를 줄이고 조직 내 협치 구조를 만들어 도시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전환 주체로서 한 축을 감당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중간지원조직과 행정 간의 소통 자리도 마련되고 부시장 주재의 행정협의체가 출범하면서 부서 간 협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버넌스의 작동원리에는 49:51의 법칙이 작용한다. 즉, 사업을 주관하는 조직은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49%의 ‘판’만 깔고 나머지 51%는 시민과 협력파트너 등에 의해 스스로 작동될 수 있도록 열어두는 자세이다. 


도시 전체의 이슈와 흐름을 발견하고 문화도시 거버넌스 안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협력하는 경험이 ‘전환문화도시 춘천’에서 일어날 ‘전환 현상’의 하나가 될 것이고 그것이 이 도시를 변하게 하리라 기대한다. 전환문화도시 사업 홍보물에서 <0000×전환문화도시>표기로 협력파트너나 참여자를 명기하는 것은 그런 의도의 반영이다.

요즘 여러 SNS에서 춘천 곳곳의 자발적인 문화행사나 커뮤니티 사업소식을 예전보다 많이 접하게 된다. 새롭게 만나는 얼굴들, 단체들이 많아져서 변화의 시작이 느껴진다. 이렇게 조금씩 점이 되는 시민조직이 늘고, 선이 되는 연결망들이 넓어지면서 시나브로 변화가 축적되면 그것을 어느 날 우리 앞에 거대한 ‘전환’을 이룬 춘천의 변화로 체감하게 될 날이 올 것 같다.

김 사무처장이 기고문을 통해 밝힌 것처럼 ‘전환문화도시’ 구축의 기본 뼈대는 시민·중간지원조직·문화재단·시정부 등 각 주체의 참여와 협력이다. 

이를 위해 춘천문화재단은 내부 역량 강화로 첫 걸음을 시작했다(사진1·2), 시정부는 지난 5월 문화도시 시민보고회를 열고 전환문화도시의 큰 그림을 공유했다(사진3). 그와 함께 ‘전환문화도시’ 구축의 점·선·면에 해당하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삶의 전환:도시의 전환’ 이슈 발굴 라운드테이블을 이끌어 갈 시민연구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도시재생지원센터·사회혁신센터·먹거리통합지원센터·협동조합지원센터 등 문화도시를 함께 만드는 중간지원조직 활동가·예술가·환경활동가·청년문화기획자로 구성됐다(사진4·5).

‘춘천을 살아가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자’와 ‘가치 안은 배움터’도 뺄 수 없다. 전자의 경우, 17인의 ‘안내자’들이 100여 명의 시민과 도시문화를 만들어가며 시민 주도형 축제 ‘시그널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사진6). 후자는 지역 예술인·마을공동체·주민자치 활동가 60여 명이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이슈 및 의제를 발굴하고 시민들과 함께 마을과 일상 공간에서 문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사진7·8).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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