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나비소셜컴퍼니 CSV 디자인연구소장)

잠시이길 바라며 숨죽였던 올 한해의 시간이 차가워진 겨울바람처럼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아니, 앞으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긴 여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노는 재미가 한창일 초등학생 아이는 학교 안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버겁고 힘든지 신경성 위장 증세로 여러 차례 병원을 오가기도 했다.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가보고서야 슬쩍 꾀병을 의심했던 미안함을 들키지 않으려 했으니 말이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는 일상용어가 되어 사람들과 사회 전반에 시급함과 막막함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발을 동동거리다 어쩌면 내려놓기도, 더러는 무뎌지기도 하는 변화무쌍함 속에 우울감이 일렁이기도 한다. 어른들의 움츠러든 일상도 힘겹다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맘껏 뛰어놀고 떠들어댈 성장기의 한 자락이 사라진 셈이기도 하다. 

몇 주 전 골목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며 천진난만하게 깔깔거리고 노는 모습을 감상했다. 움직임도 놀이의 규칙도 서툰 발달장애학생들이 서로서로 파트너가 되어 함께 뛰고, 술래가 반복되어도 힘껏 웃어대는 것을 보면서 건강한 활력이 느껴졌다. 가라앉은 골목에 흥겨운 에너지가 넘쳤다.

소소하지만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부터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면서 오랜 공들이기가 필요하고, 여러 마음이 담길 수 있는 것. 또 적당히는 이래도 저래도 괜찮을, 즐거운 상상이 가능한 무언가를 생각했다. 바로 ‘꿈’을 나누는 일이었다.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함께 하고자하는 연결이 시작되었고, 아이들과 ‘꿈 찾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야기를 풀어가고, 생각을 표현하게 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도구들이 함께 했다. 글을 몰라도, 서툴러도 통하는 방식을 이리저리 만들어갔다. 평소엔 무언가 해줘야만 할 것 같았던 아이들의 꿈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꿈꾸기에 낯선 어른들이 궁지에 몰리는 셈이 되기도 했다. 평소에 나무젓가락으로 총을 만들어 들고 다니기 좋아하는 중학생 친구의 꿈이 경찰관이라는 것을 아니 적당히 봐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경찰관이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위급할 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소탈하니 정감이 간다. 그렇게 하나, 둘,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한 꿈의 모습들이 조촐하게 사람들과 연결될 준비를 하고 있다. 얼굴을 떠올리며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움츠러든 마음에 무지개가 뜨는 것 같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아이들의 운동장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민들레 속 교육현장 풍경에서 가슴에 남았던, 어느 초등 1학년 학생이 ‘나 가짜 선생님 싫어~’라며 울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가상과 현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점차 무너져가는 시대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일상을 든든히 하는 ‘꿈’을 다시 돌아보면 어떨까? 없다면 이참에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아이들의 꿈과 함께 연결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스스로의 꿈을 발견하고 서로가 연결되는 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 꿈 많던 옛날이여!’를 다시 소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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