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지 (국어교사, 전교조 강원지부 사무처장)

우리는 친구가 필요하다.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웃고, 고개 끄덕여 주는 그런 친구 말이다. 친구가 좋은 이유는 ‘나’를 알아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눈 수많은 대화로 서로 공감하고 힘을 준다. 

떨어져 있어야 서로의 안녕을 지킬 수 있는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는 조금씩 우울하다. 가까운 사람들과 마음 놓고 만날 수 없다. 짧은 호흡으로 만나는 사이는 허무하다. 인터넷의 댓글, SNS의 화려한 사진, 게임 속 채팅은 순간은 즐겁지만 곧 허무하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이제 책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 이미 읽었던 책도 좋고 처음 읽는 책도 좋다. 목차를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소제목을 찾아 잠시 읽어 보자. 서문에 쓴 작가의 말도 좋고, 출판 후기도 좋다. 찬찬히 살펴보면 어디서든 빛나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긴 시간 고민하여 정제된 문장으로 깊은 사유를 담았기 때문이다.

평상시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이나 상황을 작가가 정확한 언어로 표현해 놓은 것을 보았을 때, 마음이 움직인다. 두리뭉실하던 사고가 명확해질 때, 머리가 맑아진다. 책 읽기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이제 진짜 책 읽기를 시작해 보자. 작가를 넘어 그 책을 읽은 다른 독자와도 만나 봐야 

한다. 읽었던 글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기록하고 그 문장이 왜 내 마음을 움직였는지 쓴다. 솔직할수록 좋다. 즐겨 사용하는 SNS에 올리거나 인터넷 서점 후기에 기록해 보자. 그리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를 살펴보자. 나와 접점이 없는 사람이라도 통하는 것이 있다. 같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더 좋은 방법도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함께 읽자고 권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은 책을 읽으면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역시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며 웃다가도, 가까운 이의 낯선 모습과 생각을 알게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비슷하면서도 다 다르다. 깊은 속내를 나눌 때, 우리는 서로가 연결되었다고 느낀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작가가 쓴 글을 디딤돌 삼아 서로에게 한 발 더 다가가 보자. 코로나 시대, 혼자 있으면서 세상을 만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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