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새로운 형태의 미술시장
[문화살롱] 새로운 형태의 미술시장
  • 정현경 (큐레이터)
  • 승인 2021.06.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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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 (큐레이터)

2018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15억원에 낙찰된 작품에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얼굴 없는 거리 예술가’로 유명한 뱅크시의 작품이 낙찰되는 순간, 그림이 자동으로 갈려져 잘려나간 것이다. 몇 년 전 그림 액자에 파쇄장치를 숨겨놓은 뱅크시가 경매장에서 몰래 파쇄기를 작동시킨 것으로 추측되었다. 소장이 불가능한 벽화그림을 그리고 사라지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세계적인 작품경매 시장에서 자본주의를 조롱하듯, 예술의 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인해 반 이상이 잘려나가 너덜거리는 작품의 가치는 오히려 수직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시장에 대한 조롱은 결국 시장의 미소로 끝이 났다. 미술관과 갤러리, 화랑이 미술품의 거래와 가치 책정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실태에 대한 반기로, 거래 불가능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있어 온 것은 사실이다. 대지예술이나, 퍼포먼스 작업 등을 사례로 볼 수 있는데, 결국 유명해진 작품들은 사진의 형태, 저작권의 형태 등으로 높은 가격으로 갤러리의 소유가 되었다.

2017년 인사동 파고다가구 폐건물 전체에서 진행되었던 작가미술장터인 <유니온 아트페어>에서도 실제로 퍼포먼스 작업이 거래되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2015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는 작가미술장터는 화랑을 통하지 않고 작가가 구매자와 직거래하는 현대미술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지원사업이다. 어렵고 비싼 미술이 아니라 대중이 함께 즐기는 새로운 판도의 미술시장의 물꼬를 틔웠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명성과 화랑의 기준 등에 상관없이,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작품을 구입하고, 소장하는 추세는 그 이후 작가명과 캡션을 노출하지 않는 블라인드형 아트페어, 디제잉 등 힙하고 트렌디한 요소들을 결합한 페스티벌형 아트페어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었다.

2021년 올해 유수의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화랑미술제에서부터 아트부산까지 쟁쟁한 아트페어들이 판매고에 있어 대성공을 거두며,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20~30대 콜렉터의 출현이다. 다양한 취향을 지닌 젊은 층의 자기주도적인 예술품에 대한 소비는 코로나19로 인한 갑갑한 일상에 대한 묘한 해방감을 상기시켜주었다. 최근에는 강원도 시각예술작가들이 참여하는 ‘강원미술시장축제 2021’이 춘천에서 있었다. 역대 최대 규모인 71명의 작가와 500점에 달하는 미술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최다 관람객과 250%의 판매고 상승을 달성하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작가와 그의 지인, 문화예술관계자가 대부분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젊은 층과 아이가 있는 가족단위 관람객의 대폭적인 증가가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특히 작품 구매층에 있어서도, 본인의 취향이 확고한 젊은 세대의 소비 상승이 괄목할 만했다.

이처럼 물꼬가 트기 시작한 춘천의 미술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체계 등을 통해 실험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아트페어 및 그룹전 등 지역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움직임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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