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인기 강의를 재화로 거래, 심지어 수강신청 실패해 휴학까지
비대면 온라인 강의 수 6천667.4% 급증, “장소 제한 없는데 왜 정원은 그대로?”

대학생들이 개강을 앞두고 수강신청 제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매 학기마다 대학생들은 ‘광클릭’ 전쟁을 치른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 강원대학교 수강신청 기간,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수강신청에 대한 글이 대량으로 올라왔다. 대부분 특정 강의를 교환하자는 글이나 수강신청 제도를 향한 불만 및 질문이었다. 17일부터 23일까지 수강신청이 진행된 한림대학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원대학교에 재학중인 이상윤(23) 씨는 “전공필수 과목을 듣고 싶었지만, 졸업을 앞둔 4학년에게 우선 배정돼 수강하지 못하고 있다. 4학년이 될 때까지 기다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기 위해 일명 ‘존버(끝까지 버티며 기다린다는 용어)’를 해본 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서 “전공학점을 채워야 수월하게 졸업할 수 있는데 전공강의 정원 자체가 적어 불만을 가진 친구도 있다. 나도 전공강의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강신청을 실패해 휴학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원하는 수업을 단 하나도 신청하지 못한 김 모(25)씨는 “수강신청을 그렇게 망친 건 처음이었다. 수강신청 정정 기간에도 원하는 수업을 주워 담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휴학을 했다”고 말했다.

인기 강의를 거래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에브리타임 쪽지를 통해 거래가 성사되면, 사람들의 접속이 비교적 뜸한 시간대에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강의를 버리고, 주워 담는 방식이다. 재화는 치킨 기프티콘, 카페 기프티콘 심지어 현금까지 다양하다.

또한 대학생들 사이에서 ‘비싼 등록금 내고 왜 원하는 강의를 못 듣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학생 1인이 연간 부담하는 평균 등록금은 약 673만 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시급 8천720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하루 8시간씩, 거의 100일(772시간) 동안 아르바이트해야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현재 수강신청 제도가 대학생들의 ‘비싼 학습권’을 해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늘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지고 있다. 원격강좌 수는 2020년 기준 8만9천533개로 2019년 대비 6천 667.4% 증가했다. 원격강좌 수강 인원도 2020년 340만1천596명으로 2019년 대비 2천190.3%나 늘었다. “장소 제한이 없는 온라인 강의인데 왜 정원은 그대로냐”는 것이 대학생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조건 정원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강의의 질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대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 측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대학교의 한 학과 조교는 “수강신청 기간 동안 학과 사무실에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온다. 대부분 전공강의 정원을 늘려달라는 전화다. 특히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전공필수과목에는 졸업을 앞둔 고학년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비교적 급한 4학년에게 전공필수과목이 우선 배정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강원대학교는 학년별로 수강신청 날짜에 차등을 두고 있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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