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한 도견장, 전기봉으로 잔인하게 개 도살해 동물보호단체 항의
동물보호법 “개는 반려동물” VS 축산법 “개는 가축”…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는 없어

‘반려동물 동행도시’를 주창한 춘천에서 도견장 철폐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4월, 시내 한 도견장(屠犬場)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무려 20년 가까이 개를 도살하고 판매한 해당 업체는 동물보호법 8조 등을 근거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여전히 잔혹한 도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제보가 나왔다. 이에 춘천 캣맘 연합은 시청에 행정 조치를 요청하고 타 도견장의 실태 등 시내 동물복지의 사각지대를 고발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행강 관계자는 강원도와 춘천시에서 개 도축금지법이 제정될 때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를 열 것이라 밝혔다.     사진 제공=동물보호단체 행강

4월 16일부터 동물보호단체 ‘행강’과 춘천 캣맘 연합이 시청 앞에서 도견장 철폐를 요구하는 집회를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하고 있다. 행강은 ‘동물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동물복지정책 개선과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을 목표로 하는 동물보호단체다. 집회는 시내 도견장에서 벌어진 ‘전기봉을 사용한 불법도축행위’를 단초로 강원도와 춘천시에 ‘개 도축금지법 제정 및 도견장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해당 집회는 지난 5월 20일, 대한육견협회와 부딪히기도 했다. 대한육견협회는 맞불 집회 중 “동물보호단체는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은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동물보호단체야말로 후원금을 노리고 감정에 호소하는 범죄집단이다”라고 밝혔다. 행강 측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기타 가축시설(도견장)’이라는 명칭으로 춘천시가 건축물 사용용도 허가를 내줬다. 건축물대장에 도견장이라는 표현은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도 목소리를 냈다. 시민 민 모(54)씨는 “세계적으로 개고기를 꺼려하는 추세인데, 춘천에서 도견장이 떳떳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게 충격이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추려면 개고기를 섭취하는 행위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의견도 있었다. 시민 이 모(26)씨는 “소와 닭도 같은 동물인데 개와 고양이만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도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논리적인 근거가 모자라다. 감성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개가 대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도축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축산법’에 따르면, 소·말·양(염소, 산양 포함)·돼지(사육되는 멧돼지 포함)·사슴·닭·오리·거위·칠면조·메추리·꿩·타조 등과 함께 대통령령으로 정한 동물 중 개도 ‘가축’으로 분류된다. 반면 ‘동물보호법’에는 개·고양이·토끼·기니피그·햄스터 등이 ‘반려동물’로 정의돼 있다. 따라서 개는 축산법에서는 ‘가축’, 동물보호법에서는 ‘반려동물’에 속해 법적으로 이중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개는 가축으로 다루지 않는다. 즉, 축산법에 따라 개를 식용으로 대할 수는 있지만, 도축 방법이나 시설 관리 측면에서 규정이 모호하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고양이는 축산법이 정의하는 가축에 속해있지 않고 반려동물로만 정의되기 때문에 규정이 명확하다. 또한, 동물보호법이 정한 ‘반려동물’이면서 축산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도 ‘가축’에 속하는 토끼도 규정이 명확하다. 해당 사안에 따라 국내 각 동물보호단체는 축산법이 정의하는 ‘가축’에서 개를 제외해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왔다. 특히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지난해 청와대 앞에서 “가축에서 개를 제외해달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잔인하게 개를 도축하는 업자들에 대한 규제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학대금지 조항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 제10조 동물의 도살방법 조항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는 아니 되며 도살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에 위배된 경우에 한해서는 처벌할 수 있다. 이 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불법도, 합법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논쟁이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해 4월, 대법원은 개를 전살법(電殺法: 전기로 가축을 도살하는 방법)으로 도살한 사안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동물보호법의 입법 목적, 국민 정서, 사회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전살법은 동물보호법이 금하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해당 판례에 따라 동물보호 사각지대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 기대된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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