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도시, 명명에 뒤따르는 제도와 실천이 있어야

‘시민주권’과 ‘지속 가능한 도시’가 핵심 목표였던 민선 7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민선 7기 들어 춘천시는 많은 도시들을 선포했다. 선포된 도시들에 따라 춘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 ‘여성친화도시’에 대해 살펴보겠다.  편집자 주

춘천시는 2019년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지난 2020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어 2024년까지 여성친화도시 1단계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 중점 과제로는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네트워크 구축으로 여성과 지역 요구가 반영된 성평등 도시 조성정책 수립 및 기반 마련 △관련 조례 제정 △중장기(5년) 계획 수립 △여성친화도시조성위원회 운영 △시민참여단 운영 등이 있다. 

■ 여성친화도시, 왜 필요할까? 

도시의 이름을 정해 붙인다는 것은 해당 내용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어, 개선의 필요에 의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표명이거나, 이미 해당 내용의 강점이 있어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춘천이 가진 많은 도시 이름 중, ‘협동조합 도시’는 후자에 가깝다. 전국에서 높은 비율로 드러나듯 많은 협동조합이 있기도 하고, 시에서 중점으로 추진하는 사업이기도 해 강점을 드러내는 명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춘천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여성친화도시를 선정하고, 여성친화사업을 독려하는 이유는 그만큼 여성에게 불친절한, 즉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차별은 감정의 문제를 넘어 객관적인 지표로 드러난다.

■ 객관적 지표로 드러나는 성차별

지난 몇 년간 성폭력, 불법촬영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어났다.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신고, 처벌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그간 은폐돼 왔고, 일상적으로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여성과 남성의 인구수가 비슷하고, 대학 입학자 비율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비슷한 학력수준, 비교적 평등한 교육기회를 갖게 됨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그대로다. 고용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20% 가까이 높은데 반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가 안 되며, 일반직 국가공무원 4급 이상은 17.8%이다. 상장기업 중 임원 비율은 5.2%이다. 그만큼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어렵고, 진출하더라도 경력단절, 조직 내 차별 등으로 인해 임원급 이상으로 일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금격차 역시 상당하다.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나 많으며,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 역시 여성 1만5천372원 대비 남성 2만2천86원으로 7천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육아휴직 사용률도 여성 62.9% 대비 남성 1.5%로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치우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이 생긴 것이다. 사회의 대등한 구성원으로 여성에게 다양한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절실한 필요가 담긴 정책이다. 전국적으로 96개 지자체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강원도는 영월, 원주, 횡성, 정선, 삼척, 춘천, 홍천, 태백 등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돼 있다.

■ 정책에 대한 의지는 사람과 돈으로 드러난다.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겠다면 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시청 ‘시민주권담당관’이 담당하는데 주민자치회와 관련된 담당 주무관은 4~5명 이상이며, 주민자치회 업무지원만을 담당하는 주무관(1인)이 따로 배치돼 있다. 또한 시에서 설립한 마을자치지원센터에 주민자치회를 지원하는 지원관이 6명이나 있다. 

반면, 여성친화도시는 시청 ‘여성가족과’에서 주무관 1명이 담당한다. 여성친화도시 말고도 다른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여성친화도시 사업에 집중하기에 한계가 있다. 정책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등 여성친화도시 조성의 전반적인 내용을 추진하는 ‘여성친화도시조성위원회’는 여성친화도시 업무 담당국장, 도시개발 업무 담당국장만이 당연직 위원으로 규정돼있다. 이마저도 현재까지 정기회의만 두 차례 진행했을 뿐이다. 

■ 차별당하는 시민, 행정·재정적 지원 제대로 해야

주민자치회는 마을별로 최대 50명이 위원으로 위촉 가능하다. 자치회별로 연 최대 7천만 원의 사업비가 지원되며, 간사를 둘 수 있고, 월 최대 80만 원의 실비 지급이 가능하다. 회의 참석 수당, 식비 등도 지원된다.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은 춘천시 전체 최대 20명으로 한정돼 있으며, 관련 조례에 경비지급 내용이 있음에도, 세부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그 흔한 회의 참석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참여할 사람이 없다며 위원 임기를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시는 3월 해당 내용을 반영해 관련 조례 개정을 준비 중이다.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은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단 인원을 늘려달라고 했으나 ‘어렵다’는 답이 왔다. 

주민자치회는 마을자치지원센터와 시의 다양한 정책들을 주민차지위원들이 따라가기 버거워할 정도로 행정의 다양한 지원, 사업들이 있다. 여성친화도시는 시민참여단이 자체적으로 시민대상 성인지 역량강화아카데미를 진행하는 등 타시도에서 모범사례로 문의가 올 정도지만 정작 행정에서의 고민은 부족하다. 

여성복합커뮤니티 공간 조성과 관련해 시민참여단에서 많은 의견을 냈지만, 어떻게 반영됐는지 결과조차 알려주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취재를 위해 관련 부서에 반영 결과를 요청하자, “자문의견을 반영하여 기존 유사 시설들과 차별화되는 공간으로 검토, 실질적으로 필요한 공간을 고려하여 설계 시에 반영예정”이라는 짧은 답변만 왔을 뿐이다. 

■ 타시도와 비교되는 관련 조례

여성친화도시 사업은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춘천은 뒤늦게 시작했지만, 그만큼 타시도 사례를 통해 사업 시행의 오류를 줄이고, 잘 된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타시도와 관련 조례만 비교해보더라도 여성친화도시에 대한 깊은 고민을 찾기 어렵다. 

먼저 여성친화도시조성위원회 구성을 살펴보면, 단 2명만 당연직 위원으로 두고 있는 춘천과 달리, 비슷한 시기에 지정된 부산시 사하구는 자치행정국장, 경제환경국장, 주민복지국장, 안전도시국장, 보건소장이 당연직 위원이 된다. 고성군은 여성가족·군정혁신·기획·행정·주민생활·교육청소년·문화관광·일자리창출·도시개발·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두고 있다. 

여성친화도시 사업이 단순히 한두 개 부서를 넘어, 자치구역 전반에 걸친 사업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실비 관련해 춘천은 관련 조례를 통해 시민참여단의 활동에 따른 경비를 예산 범위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세부규정이 없다며, 시민참여단들에 실비가 단 한 번도 지급된 적이 없다.

반면, 2014년에 제정된 영월군의 경우 아예 모니터(시민참여단과 유사)와 관련된 조례를 별도로 제정해 간담회, 선진지 견학, 교육 및 정기적인 모니터링 활동 등에 참석한 때에는 예산의 범위에서 교통비 등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거창군은 거창군 위원회 실비변상조례에 따라 예산의 범위에서 수당과 여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 명확한 근거를 들어 지급하고 있다.

■ 어려움 속 꽃 피는 시민참여단

이런 와중에 시민참여단의 활동과 의지가 돋보인다.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 춘천시 여성친화도시는 그만큼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행정적·재정적 지원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참여단은 단순히 시에서 제시하는 자료에 대한 자문을 넘어 스스로의 활동을 만들어왔다.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

대표적으로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시민아카데미’를 들 수 있다. 여성친화도시 지정 후 매년 진행한 아카데미는 △기후위기와 시민사회 △성평등과 미디어 △리더십과 모니터링 △범죄와 안전 등의 주제로 시민들과 함께 했다. 시민참여단 유수연 사무국장은 “아카데미를 통해 시민들의 성인지 역량을 강화하고, 춘천이 여성친화도시가 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시민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생업 외에 시간을 활용해 애쓰고 있다. 

나아가 ‘안부를 묻다’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더 많은 활동을 해나가기 위한 기반을 스스로 구축하고 있다. 시민참여단 노영희 단장은 “큰 강에 돌 하나 던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려는데, 결정권자의 인식 부족으로 추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시민참여단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 더 취약한 계층을 위해 의도적인 개입 필요

한편, 유일한 여성 시장 후보 출마자인 허소영 의원은 “인구구성은 동등한데 반해,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의사결정 단계를 올라가 보면 하나의 성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연령으로 보면 4~50대가, 계층으로 보면 중산층 이상이다. 정치는 더 취약한 계층을 위한 의도적 개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간 마이너적으로 평가됐던 기후위기, 젠더 등에 의도적 개입을 통해 다양한 구성원이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젠더 협력관 등을 신설해 시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이미 대전의 경우, ‘여성정책협력관’이라는 시장 산하의 별도 부서가 있기도 하다”며, 행정적·재정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고, 춘천이 진정한 여성친화도시가 되기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제대로’ 사업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유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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