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사단법인 인투컬쳐 상임대표)

최근 도시발전의 주체가 대도시에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제주, 강릉, 속초, 양양 등의 중소 도시들이 나름의 개성과 다양성으로 새롭게 도시정체성을 형성하며 로컬지향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도시정체성은 그 도시가 간직한 자연, 사회·문화, 경제적 환경과 인지 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다르게 형성된다. 이 중에서 자연환경과 문화적 개성은 도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예전과 달리 사람들은 색다른 체험과 공감형성이 가능한 도시문화에 쉽게 매력을 느낀다. 특히 자연경관과 예술이 하나로 결합된 도시문화는 지역을 자유와 낭만의 문화중심지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이 같은 보헤미안 문화는 도시가치를 높이며 지역을 살리는 강력한 문화브랜드가 되고 있다. 

도시자체가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전제가 필요하다. 자원가치가 새로운가, 경쟁도시와 차별성을 갖는가, 역량과 자원이 지속 가능한가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소구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우선 고민해봐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춘천은 다른 도시가 하나도 갖기 힘든 두 개의 대표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호수이다. 아름다운 의암호 수변은 산, 바다와 달리 춘천사람들이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 삶의 피로와 마음을 위안받는 치유의 공간이다. 이곳에 오면 단조로운 일상이 보상받는 회복의 장소이다. 

또 하나는 도심 곳곳에서 사계절 내내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 문화의 도시라는 것이다. 호수와 축제는 춘천을 상징하는 문화코드가 되었다. 하지만 축제방문객의 만족도가 높아도 지역민들이 만족하지 못하다면 축제는 결국 지속되기 어렵다. 물리적으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전략으로 이어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런데 유럽 도시들은 다르다. 축제의 도시답게 지역과 상생하는 문화관광산업 모델로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여름이면 유럽 도시들은 축제를 즐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으로 들썩인다. 대부분의 유명 페스티벌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역사유적이 풍부한 관광지에서 열린다. 

그중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Bregenz Festival)은 호수에서 벌어지는 야외 오페라로 명성이 높다. 이는 잘츠부르크, 바이로이트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축제로 꼽힌다. 1945년에 시작된 브레겐츠 오페라축제는 세계적 음악가, 예술감독, 오케스트라가 참여해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온종일 관광객들은 예술적 분위기로 가득한 지역 곳곳을 둘러보며 자유와 낭만을 누리기 바쁘다.

이 축제가 세계적 문화콘텐츠로 성공을 거둔 비결은 화려하고 독창적인 수상 오페라 무대에 있다. 여기에 창조적인 마케팅도 한몫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숲속 호수마을 브레겐츠는 진보적이고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세계적인 오페라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자연경관, 문화, 예술, 음식, 거리 분위기, 사람, 건축물 등이 융합되어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세계적인 도시브랜드를 탄생시킨다. 문화수도를 꿈꾸는 춘천은 이제 호수의 가치를 활용한 창의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발전모델을 만들어내고 키워야 한다. 매력적인 도시문화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관광객이 모여드는 원동력이다. 나아가 관련한 산업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과정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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