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로 보는 춘천] 요선동에 가보라 내가 신선이 된다네
[한시로 보는 춘천] 요선동에 가보라 내가 신선이 된다네
  • 허준구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장)
  • 승인 2022.06.14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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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구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장)

<왜 요선동이라 불리는가>

요선동을 나가면 참 푸근한 생각이 든다. 맛난 음식점이 다양하여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기도 하고, 발걸음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카페와 커피숍이 있기도 하며, 지금은 현저히 줄어든 표구사와 화랑이 예전에 즐비하기도 했던 기억이 맞물리기도 한다. 요선동에는 이러한 맛과 멋이 있어서 더욱 푸근하게 다가서는 것이 아닐까.

요선동에서 요선은 무슨 뜻일까? 요선은 맞이할 요(邀) 자와 신선 선(仙,僊) 자가 결합한 단어로 신선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요선동은 조선 전기부터 요선당리로 불려왔다. 그 이유는 요선당(邀仙(僊)堂)이라는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선당은 융경(隆慶:1567~1572) 연간에 초가로 지어졌으며, 곧바로 1573년에 성의국(成義國)이 이를 확장하고 초가를 기와로 교체하였으며, 1582년에 춘천부사 심충겸(沈忠謙:1545~1594)이 단청하고 요선당이란 편액을 걸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요선당이 불타고 폐허가 되자 1607년 강원도 경차관으로 파견된 유경종(柳慶宗:1565~1623)이 이를 중수(重修)하였다. 유경종은 요선당을 중수하고 요선당기(邀仙堂記)에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풍광을 묘사하며 왜 요선이라 이름했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문헌 속의 요선당

이 당은 뒤로 봉의산이 있고 앞으로는 향로산이 있으며, 좌측으로는 대룡산이 우측으로는 추림(楸林)이 있다. 두 강물이 나뉘어 흐르다가 합하여 이르는 곳에 삼악산이 우뚝 솟았고, 고산은 맑고 아름다우며 봉황대 등의 허다한 승경(勝景)이 모두 이같이 둘러쳐져서 화려하다. 공무를 마치고 난 여가에 확 트여 멀리까지 바라보면, 강물의 흐름에 쉬고 밝은 달 맑고 깨끗하여 낭랑하게 시를 읊조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안개 낀 아침에 맑게 휘파람 불며, 달 뜨는 저녁에 마음속 품은 생각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세상을 초월하여서, 홀연 황홀하게 천제(天帝)가 사는 곳에 올라 봉래섬에 이르러 신선에게 읍하고 신선을 두드릴 수 있다면 믿겠는가. 당(堂)의 맑은 경치는 신선을 맞이하기에 충분하여서 요선이라 하지 않고서는 또한 이름을 지을 수 없었다. 심후(沈忠謙)가 요선이라고 이름을 설명한 뜻이 여기에 이르러 더욱 징험할 수 있다.

 요선당과 문소각

1625년에 민형남(閔馨男:1560~1635)이 당시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중건하고, 1648년 요선당 바로 곁에 춘천부사 엄황은 작은 각(閣)을 세우고 이를 문소각이라 하였다. 이 때문에 문소각을 포함하여 요선당이라 부르기도 하였지만, 봉의산의 봉황과 연관 관계를 지닌 문소각 이름이 요선당이란 이름을 누르고 오히려 요선당을 포함하여 문소각으로 부르게 되었다. 

요선당은 지명으로 남으며 조선조 내내 요선당리로 불리다가 일제강점기 말인 1939년에 화원정1정목으로 강제 개명되었다가 1946년 요선동으로 개칭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요선동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 춘천 경제의 중심부로 부상하기도 하였고, 춘천의 3·1운동의 주요 거점 공간이기도 한 자랑스러운 마을이기도 하다.

 한시로 보는 요선동

요선의 좋은 경치 동방의 으뜸이라  邀仙名勝冠吾東

물색 사방 가득 어디를 봐도 좋구나. 物色森羅四望同        

비 그치자 가을 물은 길게 이어지고 積雨霽來秋水遠

이내 걷히자 저문 산에 인적 끊겼네. 晴嵐收盡暮山空

학 돌아간 삼악산은 흰 구름에 잠기고  鶴歸三岳白雲裡

사람은 층층 난간 달빛 속에 있구나. 人在重欄明月中

덮개하고 방울 단 말이 때를 맞추고 羽盖鸞驂如有時

계수나무 꽃향기 하늘 가득 퍼지네, 桂花香氣落天風

위의 시는 박신(朴愼)이 요선당을 노래한 것이다. 박신은 정구(鄭球)의 문인인 박수춘(朴壽春:1572~1652)의 부친으로 이 시는 심충겸이 요선당을 새로 수리하고 났을 때 지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요선당 풍광은 유경종의 기록대로 춘천의 그 어디보다 뛰어났으며, 춘천을 산성처럼 두르고 있는 산들과 그 안에 흐르는 소양강과 자양강 두 물줄기는 삼산이수의 극치를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다. 시인의 말대로 달이 살포시 뜬 날에 요선당에 홀로 오르면 신선이 되어서 계수나무 꽃향기와 말안장을 하고 방울을 울리며 나타난 말을 타고 춘천을 유람하면, 이곳이 바로 선계이고 낙토가 된다. 

춘천은 문을 나서면 나그네가 되며 아울러 신선이 될 수 있는 자연 산수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춘천이 ‘낭만 춘천’이란 타이틀에도 다감하게 다가서는 것은 아닐까? 참으로 춘천은 낭만이 가득한 꿈의 도시이다. 이곳에서 누구나 다 행복한 꿈을 꾸고 현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허준구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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