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시종 “모르겠다”, “방법을 알려달라”, 심지어 “대통령은 처음이라”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아침 출근길에 기자와의 문답하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즉문즉설의 문답이다 보니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보도됨으로써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있다. 임기 초인데 지지율은 30%대로 가라앉고 심지어 20%, 10%로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일고 있다. 그러자 코로나를 핑계로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솔직한 발언의 장점보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대변인(代辯人)이다. 누군가는 대변인 발언은 보이지 않고 대통령의 직접 언술만 보인다고 본변인이라는 용어도 만들어냈다. 대통령의 위기는 국정 위기로 이어지고, 그것은 국가의 위기이자 국민의 불행이다. 지도자의 정제된 발언이 필요하다. 더불어 대변인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국가의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위치이든, 특히 공적인 위치의 지도자 발언은 막강한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지니기 때문에 신중하여야 한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신경호 강원도교육청 교육감, 육동한 춘천시장 모두 이번 선거에 새로이 당선되어 그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앞서 대통령의 표현처럼 처음이다. 그러나 처음이라고 해서 정책이나 제도를 실험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발언 못지않게 이들의 발언도 중요하다. 

얼마 전 강원도교육청을 방문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은 춘천에 손흥민 거리가 조성됐으면 한다는 신경호 도 교육감의 말에 몇 년 전부터 그런 얘기가 있었지만 ‘아니다’라고 계속 고집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함께 손선수가 은퇴하면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 것이라 너무 조심스럽다면서 은퇴하면 누가 이름이나 불러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 기사에 대해 뛰어난 선수 뒤에는 더 훌륭한 아버지가 있다는 찬사 댓글이 이어졌다. 교육감의 교육관을 머쓱하게 하는 발언이 아닌가? 

최근 춘천 지역사회와 교육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 도심 아파트에서 고교생이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투신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 강원도교육청이 학생 상담 센터의 운영체계 점검, 심리치료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바람직한 조처이다. 문제는 출입 기자들과의 차담에서 이어진 교육감의 발언이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 아동이) 하루빨리 회복해 친구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 가·피해자 모두가 안타깝고 앞으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에게도 애도를 표하며 학교 분위기가 빨리 안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게 바라보는 의식도 문제지만, 엄연한 범죄 행위자의 자살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반인들이 그렇게 발언해도 인권의식을 문제 삼을만한데, 교육감이 공적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대못을 박는 발언이다. 유사한 피해를 두려워하는 많은 학부모가 이 발언에 대해 어찌 생각할까? 지도자의 발언은 신중해야 하고 정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변인 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언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 된 발언이라면 사과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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