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하수처리시설, 빙어 회피 원인 아닌 듯
해빙기 지나 폐사체 유무 확인…타 어종 상황도 살펴야

다행히 빙어를 비롯한 물고기 폐사체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1면에서 언급한 강원대 어류생태전문가 A교수의 말처럼 빙어가 해당 지역을 회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고탄리 춘천호는 송암리와 고성리에서 흘러오는 지천을 제외하고 호수의 상당한 범위가 여전히 두껍게 얼어있다. 이 때문에 해빙기가 지난 후 빙어 폐사체가 발견되는지, 빙어를 제외한 다른 어종에는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공공하수처리장(오른쪽 건물)에서 정화된 물은 왼쪽 아래 관으로 나와 호수로 배출된다.

현 상황에서 마을주민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무성하다. 정치망 남획, 베스와 산천어 등 포식자 영향, 기후변화, 새로 준공된 공공하수처리장 등이다. 다양한 추정 중 올해 유독 빙어가 회피하는 원인을 찾으려면 △넓은 춘천호에서 특정 구역에서만 빙어가 사라진 점 △고탄리 일원에 예년과 무엇이 달라졌나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망과 포식자는 상수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작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와 공공하수처리장으로 가능성을 좁혔다.

추정① 기후요인…꾸준히 낮은 기온·이른 결빙으로 가능성 적어

빙어는 10도 이하 찬물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이다. 수심이 깊거나 찬물을 공급하는 유입하천을 가지고 있어서 한여름에도 낮은 수온을 유지하는 수층이 있어야 한다. 여름 동안에는 수온이 낮은 깊은 곳에서 동물플랑크톤이나 작은 물속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지내다가 표층 수온이 떨어지면 떼를 지어 수면과 얼음 밑에서 활발히 돌아다닌다. 

고탄리는 빙어의 산란지이다. 빙어는 봄에 하천 상류로 올라가 모래나 물풀에 산란한다. 알은 수온 9℃ 정도에서 한 달 정도 지나면 부화한다. 빙어는 수질 적응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수질이 나빠도 수온만 맞으면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찬물을 좋아하는 빙어의 특성상 수온이 높아지면서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

배출수가 호수로 들어가는 지점의 수질은 양호했다.

국토연구원의 ‘기후변화 재해에 대응한 안전국토 구현방안’을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전 세계 평균에 비해 빠른 속도로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기후변화 재해의 주요 특징은 대규모화·다양화·불확실성 등으로 사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기온 상승 변동 폭이 커지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기상청이 제공하는 최근 몇 년간 춘천 북쪽의 평균기온은 △2017년 11.3℃ △2018년 11.2℃ △2019년 11.7℃ △2020년 11.4℃ △2021년 11.6℃ △2022년 11.0℃였고, 평균 최저기온은 △2017년 5.3℃ △2018년 5.3℃ △2019년 5.8℃ △2020년 5.9℃ △2021년 6.1℃ △2022년 5.2℃로 예년보다 오히려 낮은 편이었다. 주민들 역시 “보통 12월 말에 호수가 어는데 이번 겨울은 좀 더 일찍 얼기 시작했고, 얼음의 두께도 두꺼웠다”라고 말했다.

추정② 공공하수처리시설…확인결과 수질 및 부영양화 요인 없어

지난해 12월 준공된 120t 규모의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은 고탄리·고성리·송암리 170여 가구의 생활하수를 정화하여 일일 약 80t의 처리수를 춘천호에 간헐적으로 방류한다. 지난 23일 기자는 제보자 김성한 조합원, 춘천시 하수운영과 마을하수팀, 축산과 수산지원팀, 수질측정 업체 대표 등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하수운영과는 매주 해당 지역의 시료를 채취, 수질검사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공유받은 최근 한 달 치 수질측정기록부를 살핀 결과,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10이하), 총 유기 탄소(25이하), 부유물질(10이하), 총질소(20이하), 총인(2이하), 총대장균군수(1000이하) 등 각 측정항목이 모두 배출허용기준에 적합했다.

공공하수처리장 방류 관련 수질 측정 기록부

처리수에 포함된 유기물 등으로 인한 수온 변화와 부영양화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았다. 하수운영과 민경회 마을하수팀장은 “준공 후 3개월 이상 배출됐는데 보다시피 방류구 주변에는 부유물이 없고 깨끗하다. 인근 신포리에는 10년 전부터 여기보다 10배 규모 즉 하루 499t을 정화하여 방류하는 대형 하수처리장이 가동된다. 하지만 그곳에는 빙어가 잡힌다. 하수처리장이 없다면 주민의 생활하수가 호수로 유입되어 오히려 부영양화가 높아진다. 수돗물에 가깝게 처리되어 배출되기 때문에 수온이 낮고 부영양화 염려가 적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하수처리장을 원인으로 지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루 15만 톤을 방류하는 근화동 하수처리장 의암호에서도 빙어가 확인되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 호수에 부영양화를 일으키기 쉬운 비료와 축산폐수의 인과 질소 등 비점오염원(도시·도로·농지·산지·공사장 등 불특정장소에서 불특정하게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배출원)의 경우도 상수이기 때문에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미스터리…남은 과제는

빙어 폐사 발견이 없고 회피로 추정되는 현재 단계에서 시의 대응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사체가 발견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의문이 풀리려면 해빙기 후 폐사체 유무, 다가오는 봄에 빙어 산란이 일어나는지, 다른 어종은 문제가 없는지, 멀게는 다가올 겨울에 빙어가 다시 출현하는지 등을 주민과 언론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춘천사람들》은 오는 봄에 다시 현장을 찾을 계획이다.

박종일,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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