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책임감 없이 학교 떠나는 사람들처럼 매도”
전교조 강원지부, 지난 16일 성명 발표에 이어 23일 기자회견

신경호 교육감이 지난 14일 기자차담회에서 ‘낭만조퇴(소위 금요일에 일찍 조퇴하는 것을 뜻함)’라는 말을 언급하자 지난 23일 전교조 강원지부·새로운학교 강원네트워크·강원실천교육교사모임이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지난 16일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함과 동시에 도내 1만5천여 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긴급 교사 설문지를 온라인으로 배포해 실시했다. 해당 설문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간 2천136명의 응답(응답률 약 13.8%)을 받았다. 설문 내용은 △교사 휴가 사용실태 △강원도교육청의 교사 교육활동 지원 적절 정도 △강원교육의 비민주적·권위주의적으로 퇴행한 사례 수집 등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장 교사들의 89.4%가 낭만조퇴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고,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에 64.1%가 응답했다.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수업, 상담 등 교육업무의 대체 어려움’이 87.7%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으로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암묵적 분위기’도 37.8% 등이었다.

전교조 강원지부·새로운학교 강원네트워크·강원실천교육교사모임이 지난 23일 ‘교사 휴가사용 실태 및 비민주·권위적 강원교육 퇴행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전교조 강원지부 단체협약에 따라 학교장이 교사 근태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교육감의 발언은 노동조합을 혐오하고 공격하기 위한 악의적 선동”이라며 “이번 낭만조퇴 발언을 포함한 교육감의 언행은 일정한 신호가 되어 학교 현장이 관리자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권위주의적 문화를 강화하는 형태로 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한 새로운학교 강원네트워크 박대훈 이사장은 “신경호 교육감이 이달 초 열린 학교장 연수에서 처음으로 낭만조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지난 2월 14일 신경호 교육감은 도교육청에서 가진 기자단과의 차담에서 낭만조퇴라는 단어를 잇달아 언급했다”며 “교원이 금요일에 일찍 조퇴하여 학교가 공동화되는 것”이라며, “학교장의 권한을 조정하여 근태를 관리하고 싶지만, 단체협약에 따라 학교장이 일절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발언은 교육감이 교원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계기”라며 “교원의 본업은 가르치는 수업에 있다.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이 없다면 얼마든지 개인 사유로 연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실천교육교사모임 민천홍 회장은 “신경호 교육감의 이번 조퇴 관련 발언은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새학기를 준비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이번 발언으로 인해 교사집단은 ‘책임감도 없이 학교를 떠나는 사람’처럼 매도됐다”며 “이에 대해 교육감이 한 차례 사과했지만, 이미 ‘낭만조퇴’라는 용어가 오히려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교사의 부정적 이미지 중 하나로 새롭게 자리잡고 말았다”고 말하며 교육감과 교육청은 앞으로 교육 현장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교사 및 교원단체와의 만남 확대와 다양한 의견수렴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기자회견 후 2월 중 교육감 면담을 통해 강원교육 현안에 대한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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