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길잡이의집 라태랑 소장, “성매매여성 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 반드시 개정돼야”

안녕하세요. 춘천길잡이의집이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춘천길잡이의집은 성매매피해상담소로 2005년 12월 1일에 개소했으며, 강원도 전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성인 성매매피해자는 춘천길잡이의집에서 상담하고, 19세 미만 청소년은 강원아동·청소년인권지원센터에서 상담하고 있습니다. 춘천길잡이의집 소장과 강원아동·청소년인권지원센터 책임자를 겸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여성인권 향상에 관심이 많았고, 저의 작은 날갯짓이 큰 영향을 일으킬 것이라는 나비효과를 생각했어요. 또, 제 종교적인 신념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이고,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상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여성과 성매매피해여성이 다른가요?

법적인 지위로 성매매한 여성은 성매매 피해자에 해당됩니다. 성매매 피해를 들여다보면,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성매매에 유입되기에 그 여성들은 거의 피해자로 봐야 하는 거죠.

보통 춘천이나 강원도의 성매매피해여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까요?

보통 성매매피해여성의 숫자는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등록된 것도 없고, 수시로 이동도 잦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춘천은 성매매 집결지가 없지만, 강원도 내에 오로지 성매매만 하는 집결지 현장에 나가도 그 여성들을 전부 만날 수 없고, 우리 눈에 보이는 숫자는 그 전부를 대변할 수 없으니까요. 강원도 내 원주랑 속초에 집결지가 있어요. 원주는 40~50명, 속초는 7~8명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1~2명 나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죠. 여기에서 일하다 금방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성매매피해여성들은 보통 어떤 부분을 상담하러 오시나요?

주로 빚 문제 해결을 위해서 또는 업주의 협박으로 옵니다. 몸이 아픈데 일하라고 협박할 때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죠. 몸이 안 좋을 때 의료지원을 요청하기도 하고요. 어느 정도 몸이 추슬러지고 뭔가 배워보고 싶을 때 자기에게 맞는 직업훈련 지원을 문의하기도 합니다. 보통 연간 100명 정도 상담하러 오셨는데 코로나19 이후 점점 줄어 지난해 65명 상담했습니다.

성매매유형에 따라 어떤 상담이 이뤄지고 사후관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성매매유형은 온라인, 조건만남, 겸업형, 전업형 등이 있습니다. 겸업형 같은 경우, 업주의 학대라던가 몸이 아프거나 근무조건이 안 좋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이동의 자유를 저해 받았을 때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최근 원주 학성동에 있는, 술도 팔고 성매매도 하는 한 유흥업소에서 여성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할 때 못 가게 감금하고, 개 사료를 주거나 쇠사슬 목걸이를 하는 등의 학대 사건이 있었죠. 전업형도 마찬가지예요. 빚 문제나 도저히 일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졌을 때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요. 우선 의료지원을 해서 건강을 회복하고,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법률지원을 합니다. 탈성매매를 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해결한 다음, 직업훈련이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성매매여성의 연령에 따라 상담이 다르고, 사후관리도 다르게 진행될 것 같아요!

네. 청소년 같은 경우, 자기의 잘못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어른들의 잘못으로 네가 피해를 입은 거야’라고 말해주며, 피해자 의식부터 상담이 들어갑니다. 청소년은 일할 수 없는 연령대이기에 생계지원이나 알바를 할 때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인권에 대한 상담도 들어갑니다. 알바를 구하러 갈 때 보호자처럼 동행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은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게 어려워요. 청소년은 보통 경찰서에서 연계해주어 저희가 상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연락을 끊는 경우가 많아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거죠. 성인 같은 경우는 자기의 필요 때문에 상담을 요청합니다. 빚 문제나 몸이 안 좋을 때 상담 요청하고, 해결될 때까지 저희에게 지속해서 연락하고 해결해 나갑니다.

지난해 4월 강원도청 앞에서 ‘성매매처벌법 개정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셨죠.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법적으로 성매매여성은 피해자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사건이 발생해서 경찰에 조사를 받게 되면, 경찰서에서는 위력이나 위계에 의한 성매매만 피해자로 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성매매피해자가 자기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죠. 증명하지 못했을 때 피의자 조사를 받게 되는 거예요. 내가 성매매 피해를 입어 신고하러 갔는데 증명이 안 돼서 오히려 피의자 조사를 받고 벌금이나 처벌받는 현상이 생기는 거예요. 이러면 이것 또한 업주가 악용해서 여성들에게 너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협박을 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촉구합니다. 그러면 성매매처벌법 개정을 해야 합니다. 또한, 성매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매자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기에 현행법보다는 개정을 통해서 성 구매자와 알선자는 처벌하고 성매매여성은 처벌하지 않는 조항으로 개정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올해 춘천길잡이의집은 어떤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실 예정인가요?

전국적으로 성매매처벌법 개정을 하려면 초안이 나와야 하겠죠. 법 개정 초안이 나오고 중앙에서 먼저 토론회나 설명회를 실시하고, 지역에서 하는 토론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원주에는 희매촌이라는 성매매 집결지가 있어요. 지난해까지 집결지 폐쇄 계획이었으나 2년 연장돼서 2024년까지 폐쇄 연장이 되었는데요. 저희가 그동안의 변화과정을 담아 9월쯤 원주에서 사진전을 전시하려고 해요. 저번처럼 성매매추방주간에 기념 캠페인도 계속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성매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있습니다. ‘성매매여성들은 좋아서 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오해가 있죠. 그리고 여성이 이 일을 그만두고 사회로 나왔을 때 우리 사회가 성매매여성에 대한 손가락질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편견, 선입견이 없어져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고요.

성매매 방지에 대해서는 성평등 의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성평등 의식이 있는 사람은 성 구매를 하지 않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 구매를 하지 않는데 성매매 역시 여성을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현상이거든요. 그래서 성평등 의식이 확산돼서 성매매가 많이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을 성착취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춘천시민, 전국민이 함께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구인광고 내용에 일급 50만 원, 여성 꿀알바, 고액 알바, 월급 700만 원 이상 가능, 20~35세 여성 모집 등이 표기되어 있는 광고는 의심스러우니 꼭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장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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