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은 지난 2월 28일 강원특수교육원을 춘천에 본원을, 원주와 강릉에 분원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신경호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통해 강원도교육청이 소재하고 있는 춘천에 본원을 설립하고, 원주와 강릉에 분원을 설립하여 유기적으로 운영하며, 각 200억 정도의 설립 규모와 예산, 인력 등 모두 동일하게 준비하겠다며, 행정적인 면에서 본원과 분원의 역할이 있을 뿐, 기능적인 면에서 3개 권역의 혜택 모두 동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강원특수교육원 유치에 대한 도민 여러분의 강한 열망이 당초 본원만 설립하려던 강원도교육청의 계획을 3개 권역 동시 설립이라는 고무적인 성과로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과연 분산설치는 고무적인 성과라고 자화자찬할 만큼 제대로 된 결정일까? 그렇지 않다. 춘천, 원주, 강릉의 유치경쟁 과열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고육책일 뿐이다. 특수교육원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특수교육원을 설립한 다른 시도 어디도 분산 설치한 곳이 없다. 정책이나 기구 및 조직의 구성은 목적에 맞게 설립되고 효율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말이 좋아 분산이지, 특수교육원을 세 지역으로 쪼개 나눈 것에 불과하다. 

분할 설치 결정이 세 지역에 고른 특수교육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합리화를 위한 핑계일 뿐이다. 당초 600억 규모의 특수교육원 하나가 갖는 기능과 200억 규모의 3개의 분점이 갖는 효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규모도 축소되고 기능도 약화된 것이다. 한 곳에 설립되어 지니게 될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춘천에 본원이 설치된다지만, 예산과 규모가 같다면 3개의 분원이 설치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마디로 장애인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특수교육원의 당초 목적이 상실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지난해 말 강원도교육청은 특수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첫걸음으로 ‘강원특수교육원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보고회를 연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신경호 교육감은 “강원특수교육원은 특수교육과 관련된 지원을 총망라하는 교육·복지 시설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총망라하겠다던 의지는 분산설립 결정을 내리면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물거품이 되었다. 표를 의식한 결정일까? 

계획에 의하면, 강원특수교육원은 지역 중심의 맞춤형 직업체험 프로그램과 장애 이해 체험교육 등은 세 군데 모두 공통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같은 기능이 중복되는 셈이다. 춘천은 정책연구 및 교육과정 운영, 통합교육을 운영하고, 원주는 직업 중심의 체험 및 운영, 강릉은 가족캠프 등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능이 분산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효율이 떨어진다. 같은 기능이 중복되어도, 다른 기능을 지역별로 분산하여도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예산 낭비도 우려된다. 3곳이나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장애인 시설 회피 정서에 비추어 갈등과 협상 과정도 세 번을 거쳐야 한다. 교육청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지에 본원과 분원을 지을 거라고 한다. 교육청 소유라고 해서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국민의 혈세로 이룬 재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 잘 협의해 나가야 한다. 강원특수교육원 분산 결정이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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