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마음을 이어 그리다 약사동 마을활동가 김현정

미술 선생님, 출판 디자이너 등 다채로운 활동 경력으로 어디서든 일당백을 해내는 만능 재주꾼. 3년 차 마을활동가이자 지금은 3D 프린트 피규어를 채색하는 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약사동의 가을, 아름드리 열린 감나무 아래를 지날 때면 품에 가득 감 열매를 선물 받곤 한다.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따라갔던 풍물시장의 장날, 후루룩 넘어가던 올챙이국수와 숭덩숭덩 김이 뿜어져 나오는 순대를 자르던 상인의 모습도 생생하다. 온정 있는 동네, 약사동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고 자랐다. 스케치북을 들고 마을에 핀 꽃과 풍경을 그리던 어린이 김현정의 꿈은 미술 선생님이자 디자이너였다.

계원예술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돌아와 고향인 약사동에 미술학원을 열었다. 다작이나 대회 수상보다 우선시했던 건 즐거운 마음으로 미술을 배울 수 있게 하는 일. 전시와 영화 감상 후 얻은 영감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등 체험활동이 중심이 됐다. “선생님! 미술학원에 오면 노는 것만 같은데, 그림이 느는 게 신기해요”라는 아이들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김현정의 미술학원이 달랐던 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장애아동을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가르친 것. 장애아동의 행동 조절을 통해 어우러져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됐다.

9년 넘게 해온 미술학원이 도로 개발로 인해 사라져 낙심하기도 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게 된 것도 춘천이기에 가능했다. 미술학원은 사라졌어도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성인이 된 제자들이 스승의 날이면 늘 연락해오곤 한다. “춘천은 저를 재생시키는 공간이에요. 심란한 순간이 있어도 다시 일어나 행동할 용기를 주는 온전한 제 집이자 쉼터입니다.”

2019년 문화적 도시재생 프로그램 ‘터무니 맹글’의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으로 3년 차 마을활동가가 됐다. 우연한 시작 같았지만, 약사동을 터전으로 활동해 온 김현정에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디자이너의 재주로 각종 홍보물 제작부터 운영까지 다양한 일을 해냈다. 활동을 통해 마을 속 소통의 장을 만들고 마을 잔치를 되찾았다. 함께 꽃꽂이를 배우고 찻잔을 기울이기도 하며 타인을 이웃으로 여기게 되는 일. 약사동 플라워카페와 마하산방이 가장 대표적인 사랑방이 됐다.

김현정이 요즘 꾸는 꿈은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미술로 허무는 일. 장애인들이 작가가 되고 운영도 하는 갤러리를 여는 것이 목표다. 스스로 가지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부수는 일에는 사회복지사인 동생의 도움도 있었다. 가을에는 수화도 배울 참이다. 내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보다 앞장서 달려가는 추진력을 지닌 김현정. 어느새 빼곡해진 이력서를 정리할 때면 놀랍기도 하지만 새삼 부지런히 살아온 시간에 감사한다. 스케치북을 들고 마을을 나서던 어린 날처럼 여전히 사랑하는 것들을 캔버스에 그리는 일이 즐겁다는 김현정의 일상은 약사동의 온정을 닮아 있다.

editor 박선정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 춘천을 만들고 싶어요 ‘안부를 묻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노영희

30년의 직장생활 이후 현재, 춘천시 여성 친화도시 시민참여단의 단장, 2021년 ‘안부를 묻다’ 사회적협동조합 설립하여 대표를 맡고 있다.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 춘천을 만들고 싶은 따뜻한 시민활동가.

노영희는 33년의 직장생활 이후 지난해 ‘안부를 묻다’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대표를 맡고 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도 벅차다는 이유로 타인을 돌아보는 것에 굉장히 소홀해졌어요. 특히 코로나를 맞이한 후, 대면이 어려워지다 보니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고요. 그래서 누군가의 안부를 물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형태를 인권, 평등, 환경, 교육 등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가려고 해요.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소통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 ‘안부를 묻다’ 사회적협동조합의 역할입니다.”

‘안부를 묻다’에는 성평등 강사부터 폭력 예방 강사, 재활치료사, 노동자, 시민활동가까지 다양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교육, 문화, 예술, 자연, 동물 등 일상에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노영희는 춘천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 동내면주민자치위원회 등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도시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춘천을 모두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여성친화도시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사회적 약자와 남자, 여자 모두 포함됩니다. 기존 가부장적인 시스템을 벗어나, 사회적 약자와 여성이 살기 좋은 곳이야말로 모두가 살기 좋은 곳입니다. 그렇게 안전하고 편안한 춘천을 만들고 싶어요.”

노영희는 동내면 사암리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 단순하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많은 이들의 배려와 노력, 상생의 정신이 함께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너무 막연하고 큰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모든 큰일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기에 ‘안부를 묻는’ 노영희의 활동은 더더욱 가치롭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따뜻하고 건강한 활동이 계속되기를, 노영희의 안부를 물어주는 이들도 주변에 더 많아지고 오래도록 함께하기를 바라본다.

editor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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