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춘천사람들》이 ㈜알플레이와 제휴해 인도네시아 길리 여행을 기획했다. 2000년대 이후 발리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관광 휴양지로 각광을 받는 롬복섬(Lombok)에 딸린 길리는 롬복 사투리인 사삭어로 ‘작은 섬’을 뜻한다. 길리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불리는 ‘길리 트라왕안’은 ‘죽기 전 반드시 가 봐야 할 10대 휴양 섬’으로 꼽힌다. 이에 지난 1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인도네시아를 여행한 조각가 김수학 작가의 페이스북 여행기를 연재한다.정리: 전흥우 이사장

1월 20일   일몰이 멋진 핑크코코

길리섬 남서쪽 핑크코코에서는 이렇게 해가 진다고 하네.

세계 3대 선셋(sunset) 포인트라고 하고.

맑은 날은 저 멀리 발리섬,

그리고 흰두교인의 성지인 아궁산이 보인다고 한다.

아궁산은 2017년 화산 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길리는 작고 청정한 꿈같은 섬.

 

1월 21일   구석구석 아름다운 길리

길리 가서 몰디브 한잔 할까?

이른 새벽 눈을 떠보니 옆에 장만옥이 누워 있다. 영화 속을 거닐 듯 현실감을 잃어버릴 아름다움이다. 찰랑찰랑 마차가 지나가고 어젯밤의 폭풍우로 거리는 이곳저곳 물웅덩이가 흩어져있다.

해가 떠오르니 눈이 부시다.

구석구석 아름다운 섬이다.

만옥이 아빠 ‘짱똘이’를 찾아봐야겠다.

섬에는 개가 한 마리도 없다고 한다. 누워 있던 것은 섬이다.

 

1월 21일  서누사틍가라주 마타람

생각지도 않은 한가한 일상.

길리는 걸어서 두 시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정도의 공간이다. 엔진이 달린 차량이 금지되어 마차와 자전거, 약간의 전기 오토바이가 운송수단이다.

환경을 위한 작은 실험이 작동되고 있는 공간.

숨쉬기 편하다.

 

1월 22일   베어진 듯 격리된 두 세계

신기한 일이다. 발리 우붓에서 번화가를 걷다가 어떤 사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만났다.

거리에 늘어선 많은 건물의 하나일 뿐인데, 열린 문으로 들어가면 넓은 시야와 함께 계단이 나온다.

다른 세계로 가는 지하철로 내려가는 기분.

수십m 낭떠러지 계곡 사이로 물이 흐르고 제단들도 마련되어 있다.

두 세계는 문 하나와 계단으로 나뉘어 있고 연결되어 있다. 예전에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도견장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도견장이 우리가 사는 너무도 가까운 곳에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돌아서 나오는데 삶과 죽음의 세계가 가려진 문 하나 사이로 오려진 듯 나뉘어 있음에 오랜 기간 충격을 받았다.

두 세계는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베어진 듯 격리되어 있다. 사진은 베어진 세계의 바닥 부분.

 

1월 24일   자와바랏주

어쩌다 보니 풍찬노숙.

린자니산을 앞에 놓고 급조 캠핑. 레드 씨가 어린아이도 올라가는, 산이 아닌 언덕이라고 했는데 눈앞에 놓인 거대하고 가파른 산을 보며 나는 왠지 수긍이 간다.

그리고 깔딱산을 쉼 없이 오르며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혀를 깨물고 싶지만, 힘이 없고 정신이 혼미하여 포기. 깔딱거리다 뒤를 돌아보니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무릎담요 하나로 이 밤을 버텨야 한다.

살아서 아름다운 린자니산을 보며 하산하자고 다짐해 본다. 반바지밖에 없는데….

 

1월 26일  부킷 뿌르앗싱안에 오르다

마을 뒷산을 올라도 이 정도의 깔딱거림은 필요하다.

내가 오른 곳은 3천500m가 넘는 린자니산이 아니고 그 앞에 있는,

여기서는 언덕이라 부르는 부킷 뿌르앗싱안이다.

울산바위 오르는 것의 두 배 반은 힘드니 이 그림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님.

몸은 만신창이가 된 듯하나 마음만은 동네 축구에서 결승골 넣은 것 이상이다. 사진은 레드 씨가 찍었다.

 

1월 27일   서누사틍가라주

물을 보며 나를 본다.

물을 통해서 만사의 이치를 헤아린다.

물을 느끼며 내 마음을 본다.

가만히 들여다 보며 관계의 맺고 풀림을 안다.

물가 수洙, 배울 학學.

물가에서 배우는 자, 나는 김수학이다.^^

사진은 레드. 감사^^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