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춘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춘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도 스스로 선택하는 여행을 누릴 수 있는 〈여행 갈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제작자로 직접 참여하며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보조제작자로 이들을 돕고 있다. 지도는 올해 말 책자로 완성·배포된다. 지도제작을 구상한 사업담당자 조해주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당신을 드러내는 키워드는 뭔가요? 

밝음이요. 다들 제가 어떤 상황에서도 웃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장애인들을 대할 때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밝음이 저를 설명하는 키워드인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는 어떤 계기로 됐나요?

청소년 활동을 한 어린 시절에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보고 타인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대학 진학을 앞두고, 개인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개별적인 것과 환경적인 지원 모두 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복지사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자격증도 취득하고 졸업하자마자 ‘춘천시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회복지사를 힘든 직업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진짜 힘든 일을 하네요”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3년 조금 넘도록 이 일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여느 직장인처럼 월요일 출근이 제일 힘들어요. 하하.

사회복지사에 적합한 자질과 적성이 있나요? 

글쎄요. 저는 활달한 성격이라 수월하게 적응한 건 맞아요. 근데 성격이 급하다 보니 놓치는 점도 꽤 있어요. 하하. 우리 복지관의 일이 참 다양해서 차분하고 꼼꼼하게 사람과 일을 대하는 조용한 성격의 사회복지사들도 많아요. 그러니까 사회복지사에 적합한 자질이 있다기보다는 각각의 탤런트에 맞춰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춘천시장애인복지관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사회복지사·치료사 등 총 30여 명의 직원이 500여 명의 장애인 이용자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분들의 치료·자조모임 육성·문화예술 및 인문교육·운동지각 향상·사회성 및 의사소통 향상·직업 지원·장애인식개선교육 및 캠페인 등 전 생애를 고려한 지원을 하고 있어요. 특히 지난해부터는 ‘춘천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사업’으로 중증 발달 장애인분들도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여행 갈 지도〉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방송이나 유튜브 등 여행 관련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그런데 발달장애인은 여행 정보를 추리고 준비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이 커요. 여행지에는 어떻게 갈 수 있고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지 지침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구상했습니다.

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이라는 보완대체의사소통이 있어요. 그림과 아이콘을 활용해서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인데, 전문 기관 중심으로 사용되다 보니까, 일상에서는 아직 많이 활용되지 못해요. 발달장애인이 여행지에서 그림과 기호만 보고도 장소와 체험을 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행 갈 지도〉를 통해서 춘천의 여행지들이 연계되고 협약체결이 이어진다면 발달장애인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여행지가 많아질 겁니다. 

현장답사 중인〈여행 갈 지도〉 제작팀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우선 여행지 3곳을 정하고 그 여행지와 MOU를 체결해서 각 여행지를 지도제작자(발달장애인)와 친구·보조제작자(대학생 자원봉사자) 그리고 제가 총 4차례 답사를 진행합니다. 현재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과 협의하여 현장답사를 두 차례 진행하며 지도 내용을 구상하고 보완해가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박물관 측에서 복지관 이용자분들을 위한 이벤트를 제안해서 그것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여행지는 레고랜드·공지천·김유정문학촌 등 다양한 곳을 후보로 놓고 살펴보고 있어요.

발달장애인들은 가까운 곳에 다니기도 참 힘들다고 알고 있어요.

의료·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신체적 장애인들의 생활은 좀 더 나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지적인 능력에 장애가 있어서 기술 발전의 혜택이 더뎌요. 또 최중증 발달장애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서 돌봄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활동 지원 서비스가 있지만, 도전적 행동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 서비스 지원이 어려워서 돌봄 부담이 늘고 있어요. 지원이 늘어나더라도 체감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아쉬운 게 뭔가요?

정책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한테 다들 “힘든 일 하네요”라고 말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장애인들과 지내는 것은 힘든 일이고, 장애인은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해요. 부족하다 느끼시는 분도 많겠지만, 춘천의 경우 복지관과 여러 시설을 통해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요. 하지만 비장애인들의 인식개선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장애인들도 하루하루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에요.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수많은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꿈이 뭔가요?

친구처럼 편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하.

박종일·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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