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와 역사와 문화의 섬으로 큰 그림 그려야”

《춘천사람들》은 5월 지면 개편(증면)을 맞아 춘천의 주요 현안을 이야기 나누는 ‘이슈칵테일’을 마련했다. 전흥우 《춘천사람들》이사장을 좌장으로 해서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과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이 패널로 참여해 매월 마지막 주에 진행한다. 첫 주제는 중도와 개장 1주년을 맞은 레고랜드이다. 이날은 중도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유진규 마임이스트도 참여했다.

‘이슈칵테일’ 첫 회가 레고랜드·중도·춘천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왼쪽부터 나철성 소장, 유진규 마임이스트, 전흥우 이사장, 오동철 운영위원장, 박종일 기자         사진=장수진 기자

전흥우

레고랜드가 개장한 지 1년이 됐다. 그동안 김진태 도지사의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인한 후폭풍이 컸고, 레고랜드 놀이시설의 잦은 고장과 입장객 수 공개 거부, 그리고 지역 일자리 등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경제적 효과 등으로 여전히 논란이 많다. 오늘 첫 이슈칵테일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까 한다.

나철성

도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대표적인 사건이다. 강원도 전직 고위 공무원이 목숨을 끊었고 여러 고소·고발·수사·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답답한 일들이 쌓여있다.

유진규

중도 문화연대가 매달 한 번씩 중도 걷기를 하며 5년째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레고랜드 문제의 실체를 모르거나 이제 끝난 문제로 생각한다. 문제를 새롭게 제기해야 할 것 같다. 

왼쪽부터 전흥우 이사장, 나철성 소장, 유진규 마임이스트, 오동철 운영위원장

전흥우

채무불이행 선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는데 당시 강원도의 입장은 무엇이었나? 

오동철

당시 도는 “중도개발공사의 대출금액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는 갚을 수 없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기업 회생 절차를 거쳐서 하겠다”라고 했는데, 비공개계약서가 법정에서 공개되게끔 해 불공정 계약임을 드러내 재계약 가능성을 엿보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출받은 2천50억이 3개월 단기어음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법정 관리 신청을 선언하자 중도개발공사가 이를 알렸고 도는 부랴부랴 4개월 이자를 선납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김 지사가 몰랐던 잘못이 있지만, 전임 최문순 도정의 불공정 계약(계약서 비공개 조항 등)이 가장 큰 잘못이다. 

나철성

도민의 혈세로 2천50억을 갚았고 그래서 배임으로 고발됐지만, 법적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 BNK투자증권과 협약을 체결하며 중도개발공사가 빚을 못 갚으면 강원도가 전액 갚는다고 서명했다. 그걸 김진태 도정이 이행했으니 법적·계약적 측면에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방채를 갚지 못하는 건 국채를 갚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보는데, 그걸 파악하지 못한 김진태 도정의 미숙함에 문제 제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레고랜드를 둘러싼 각종 불공정 계약을 행정과 의회 어느 한 곳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블랙 코미디가 벌어진 거다.

전흥우

특혜 논란을 정리해보자.

나철성

도는 2020년 11월에 한국투자증권(3.5%)보다 3.1%로 금리를 낮게 제시한 BNK와 손잡았다. 그런데 불과 1년이 지나서 1.7%나 더 올려 대출금리가 4.8%가 됐다. 1년 만에 2% 가까이 올랐으니 PF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 주관사를 바꾼 명분이 없어졌는데 의회의 문제 제기도 뭉갰다. 그러다 김 지사의 채무 불이행 발언으로 지난해 9월 BNK가 ABCP를 디폴트 처리하며 채권시장이 경색됐다. 게다가 송상익 전 중도개발공사 사장은 떠나는 순간까지도 강원도와 대립각을 세우며 관련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사태는 심화됐다.

전흥우

2천50억은 전액 도비인가?

오동철

1천억은 도 예산으로 갚았고 나머지는 도가 채권을 발행해서 갚았다. 문제의 원인은 중도개발공사가 안 된다는 것조차도 밀어붙인 최문순 도정에 있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전흥우

춘천시가 빅데이터를 활용, 지난해 67만여 명이 레고랜드를 방문했다고 밝히자 레고랜드는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발끈했다. 하지만 방문객 수 자체를 공개하지도 않는다. 

나철성

맞다. 100년 동안 무상임대이고 7천억 원이 들어갔음에도 방문객 숫자조차 도와 시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국의 모든 관광지는 매월 관광객을 집계 공개하고 각 지자체는 그걸 토대로 관광정책을 수립한다. 레고랜드가 그걸 거부하니 춘천시가 관광정책을 마련할 근거가 없다. 도와 시 모두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오동철

67만여 명도 차량과 휴대폰을 근거로 추산했기 때문에 상중도에 가거나 그냥 돌아보고 나오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과다집계된 거다. 근데 시민들이 모르는 게 있다. 레고랜드는 현재 준공승인된 상태가 아니라 임시사용 승인된 거다. 춘천시가 준공절차를 밟게 되면 강원도가 800억 선투자한 것에 대해서 중도개발공사가 관련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얻게 되는데 이걸 받는 순간에 취득세·등록세·관리비 등을 내야 하는 데 중도개발공사가 그걸 감당할 수 없어서인 듯하다. 1년 동안 임시사용허가를 내줬으니 춘천시도 문제가 있다. 준공이 안 된 시설에 아이들을 들여보내는 게 맞나?

전흥우

답답한 게 또 있다. 연간 200만 명이 왔을 때 강원도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고작 3%다. 

나철성

정확하게 그것도 아니다. 강원도가 800억을 주고 지분 30%를 갖고 있으니 거기의 3%다. 200만 명이 넘어야 하는데 많이 잡아야 70만 명이라고 하니 결국에 수익이 1%도 안 된다.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 50년 무상임대에서 100년까지 갈 수 있는 데 방문객 숫자도 공개를 안 하니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없다. 도의회는 지난해 이런 걸 해결하겠다고 ‘강원도 재정 효율화 특위’를 꾸렸는데 4월 24일에서야 첫 회의를 열었다. 

전흥우

유물과 선사박물관은 어떻게 됐나?

오동철

9천여 점의 유물은 국가에 귀속되어 선사유적박물관이 지어질 때까지 국립춘천박물관 수장고에서 보관한다. 그런데 2017년도에 레고랜드 개장과 동시에 박물관을 연다고 문화재청과 문서로 약속했음에도 약 370억이 없어서 못 짓는다. 고인돌 48기는 돈이 없어서 8년째 방치되고 있다. 이건 진짜 나라 망신이다.

전흥우

정리하면 지금까지도 계약서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1년 동안 임시 개장을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놀이기구는 자주 멈추며 안전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또 입장객 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빚 2천50억 원은 갚았지만 입장료 수익으로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50~100년을 가야 한다. 또 중도의 남은 땅을 민간에게 팔아서 부채를 줄이려고 한다. 그러면 앞으로 춘천시민들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나? 

오동철

도가 확인한 내용은 이제라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 특히 선사유족공원을 확대 조성하고 중도의 남은 땅들을 시·도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민간에 넘어가면 강원도 자산이 사라지고 난개발이 될 뿐이다. 어차피 빚은 다 갚았다. 땅을 팔 필요가 없다.

나철성

도의회가 염려스럽다. 도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테마파크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를 비싼 값에 팔겠다는데 현재 시장의 돈줄이 말라 있어서 가능하지도 않다. 필수 부지를 제외하고는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 

전흥우 

시와 정치권 중심으로 상중도를 거점으로 호수국가정원 이야기도 나온다. 그걸 레고랜드·중도 문제와 연결해서 뭔가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오동철 

공감한다. 하중도 생태공원과 중도 선사유적공원, 그리고 상중도 호수정원 등으로 큰 그림을 그려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나서서 부지매각 반대운동에 나서야 한다. 시민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대안을 만들고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 

나철성

맞다. 중도를 빼고 호수국가정원을 만든다는 건 넌센스다. 중도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역사·생태·문화·축제의 섬이 될 수 있다. 범시민 차원에서 제2의 중도 되찾기 운동을 펼치면서 상생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춘천도 살고 중도도 살고 레고랜드도 산다.

전흥우

《춘천사람들》이 시민 여론을 이끌만한 대안적 의제인 것 같다. 그 시발점으로 5월 11일 19시 30분에 춘천인형극장에서 열리는 라이브퍼포먼스 〈중도를 묻는다〉가 기대된다. 

유진규

고맙다. 이번 공연은 레고랜드가 선사유적을 ‘묻은’ 현실과 그렇게 묻힌 선사 유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시민들에게 ‘묻는’다. 레고랜드를 없앨 수 없는 현실에서 황무지로 전락한 중도를 어떻게 할지 중지를 모아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이번 이슈칵테일의 결론은 이렇다. 

“중도 전체를 생태와 역사가 어우러진 상생의 섬으로 만들면 레고랜드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 그러나 현 상태가 이어지면 레고랜드도 중도도 다 죽는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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