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딤 아쿨렌코(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러시아에는 많은 명절과 공휴일이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풍부한 휴일이 국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도 말한다. 공휴일이 너무 많아서 12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 러시아에서는 행정 문제를 해결하기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많은 공공기관이 지속적인 휴일 모드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대학·병원을 포함한 국립 기관의 거의 모든 직원은 12월 31일부터 1월 10일까지 휴가를 보내고 있다. 사실 12월 마지막 주에도 다양한 회사 파티가 시작되며, 직원들 대부분이 레스토랑으로 가거나 사무실에서 바로 술자리를 만든다. 거의 비슷한 다른 공휴일 시즌이 있는데, 5월 1일부터 9일 또는 10일까지 지속된다. 그 외에도 여러 국경일이 있으며 많은 직장인들이 휴가와 연계하려고 하거나 특별한 휴일 기분으로 지내기 때문에 며칠 동안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한국에는 그런 휴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설날과 추석 연휴가 있지만 4일 이상 쉬는 경우가 거의 없는 줄 안다. 그래서인지 춘천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많은 축제와 행사가 열린다. 한 달에 여러 번 공원이나 거리에서 새로운 테마의 다양한 축제를 볼 수 있다. 음식 관련 축제나 스포츠 이벤트가 있다. 종교·정치·동물·동성애자·외국인 등을 테마로 한 행사가 1년 내내 많다. 공원에서는 특정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관한 작은 행사도 열린다. 한마디로, 춘천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 춘천에서는 주말마다 무슨 축제나 행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춘천에서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열리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든다. 아마도 시청에는 이 모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예산을 배정받은 특별한 축제 부서가 있는 것 같다. 모든 축제 행사에 참석할 수 없어 정말 안타깝다. 집안일을 하거나 일상생활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쁜 주말도 있고, 나에게는 없는 자가용을 타야 행사 장소까지 갈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몇몇 축제는 참석할 수 있었다. 지난해 닭갈비축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행사장까지 가는 데 오래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우리 가족은 유명한 케이블카 근처에 있는 장소에 결국 도착했다. 한국 친구는 축제 폐막식 때 드론 쇼를 볼 수 있다고 말해줬는데, 우리 아들은 드론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닭갈비를 먹을 기회도 없고 무대에서 가수가 부르는 트로트 노래가 우리에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드론 쇼를 볼 때까지 기다린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늘에서 거대하게 빛나는 닭이나 막국수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공지천 공원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행사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어쩌면 러시아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일반인들이 퀴어 문화나 동성애자가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면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자전거를 타다가 퀴어문화축제 현장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어서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퀴어문화가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현장에서 퀴어 커뮤니티 대표자 누구도 나에게 한국 퀴어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현장에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기꺼이 알려 주면서 말이다. 아마도 내가 외국인이어서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나는 한국 정당 중 퀴어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있는 것과 한국국민 중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보가 부족해서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하지 못하고, 드래그 퀸(drag queen)의 공연도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내년에는 이 행사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춘천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가할 계획을 밝히자면, 애니메이션 박물관 뒤뜰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춘천 씨네파크 영화를 보려고 하고, 9월 말에 ‘춘천 술 페스타’에도 꼭 가서 춘천 술을 맛보고 싶다. 특히 그 술 축제 참가업체 중 내가 좋아하는 양조장이 몇 개 있다. 그리고 나는 역사학자로서, 역사가 매우 풍부한 이 도시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춘천 역사 축제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축제에서 전문 역사학자들이 역사적으로 주요한 장소에 대한 안내 투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도 청동기 시대의 마을 모습이 사라졌지만, 그 이미지와 발굴지 현장을 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춘천에서 그러한 축제가 아직 없지만 앞으로 반드시 생길 것이라고 확신하다. 왜냐하면 춘천은 축제의 도시이자 역사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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