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으론 악순환 끊을 수 없어···안정적 시스템 구축 필요
“춘천시의 문화적 위상 제고 및 경제적 선순환 가져올 것”

박지영(김유정문학촌 전 사무국장)

김유정문학촌 운영방식의 문제점

수년간 계속된 문학촌에 대한 논란은 김유정문학촌 운영체제 방식에 근본 원인이 있다.

2002년 문학촌 개관 당시만 해도 생가만이 단출하게 운영되고 있었고, 전국적으로도 몇몇 문학관들이 소박한 형태로 개관될 뿐이었다. 이때만 해도 운영체계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공무원을 파견하여 직접 운영하거나, 지역의 문인단체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학관이 단순히 한 작가를 기리는 기념관에서 벗어나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게 되면서 김유정문학촌도 그 규모와 영역이 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운영체계 등의 행정적 요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하지만 김유정문학촌을 운영하는 방식은 2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까지도 개관 당시의 행정체제에 머물러 있다. 

김유정문학촌은 2020년 문학진흥법에 의해서 공립문학관 등록을 마쳤지만, 여전히 법인격을 부여받지 못하였다. 2021년 12월 ‘김유정문학촌 운영 및 관리조례’가 제정되었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문학관’을 운영하기 위한 시설과 전문인력,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독립된 조직임에도 행정상으로는 여전히 ‘문화시설’ 개념으로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현 시스템에서 김유정문학촌 운영을 위해서는 ‘위수탁’이라는 행정절차가 필요하다.

김유정문학촌 사유화의 위기

춘천시는 2002년 개관부터 2009년까지 ‘예맥문학회’라는 단체에 김유정문학촌을 위탁했고, ‘예맥문학회’에서는 당시 회장이었던 전상국 작가를 촌장으로 추대하여 김유정문학촌을 이끌게 했다. 성과는 혁혁했다. (사)김유정기념사업회1)가 창립된 2010년, (사)김유정기념사업회는 예맥문학회로부터 수탁자격을 양도받아 춘천시에 승인을 요청한다. 이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맥문학회 시절에는 촌장 체제로 김유정문학촌의 정체성을 지키며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것이, (사)김유정기념사업회가 수탁 단체가 된 후로는 촌장은 사라지고 ‘이사장’이 존재하기 시작했다. 대외적으로 ‘전상국 촌장’은 ‘전상국 이사장’으로 명명되었다. 공립문학관의 수장이 민간단체의 이사장으로 호칭되면서 춘천시와 춘천시민 모두가 혼돈에 빠져버린다. 

전상국 촌장이 언론을 통해 공언했던 ‘(사)김유정기념사업회와 김유정문학촌의 일원화’가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2)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공식 석상이나 공적 문서에서 ‘김유정문학촌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사)김유정기념사업회는 김유정문학촌의 설립자로 둔갑했고3), 김유정문학촌의 모든 사업과 프로그램은 (사)김유정기념사업회의 고유사업이 되어, 마침내 김유정문학상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 초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춘천시는 여전히 민간 위수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유정문학촌을 사유화하려 했던 전철을 또다시 밟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김유정문학촌 사람들은 문학촌 직원이 아니다?

체제의 모순은 김유정문학촌 직원들의 고용 문제에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김유정문학촌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7년 동안 줄곧 한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지만, 고용 주체는 (사)김유정기념사업회→춘천문화재단→김유정문학촌으로 바뀌었다. 운영 주체가 바뀐 탓이다. 

그러면 현재 김유정문학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김유정문학촌의 직원인가? 바로 답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김유정문학촌장은 직원들의 고용에 권한이 없다. 그렇다고 춘천문화재단 직원이라 생각하기도 어렵다. 춘천문화재단이 전적으로 고용주체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유정문학촌 직원들은 1년에 한 번씩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1년짜리 목숨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기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자신들이 고용되고 해고되는지 알 수 없으며, 운영주체가 결정되는 12월까지도 재계약 여부를 알 수 없다. 12월까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도 준비할 수도 없는 직원들은 어느 날 갑자기 계약종료 통보를 받고 실직 상태가 될지 모른다. 취업규칙도 없이 고용된 이들은 운영주체가 바뀌어 전원 해고를 통보받아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결정권자들은 책임을 피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을 테니 말이다. 이것이 공립문학관 김유정문학촌의 현실이다. 

김유정문학촌, 위수탁에서 벗어나 법인화해야

김유정문학촌의 위수탁 기간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이맘때면 상위기관인 춘천시는 또다시 문학촌의 운영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둥지를 짓지 않는 ‘할단새’에게 밤이 찾아온 것이다.

상위기관인 춘천시 문화예술과는 유난히 인사이동이 잦다. 2020년부터 3년 동안 담당과장은 세 번 교체되었고, 계장은 다섯 번, 담당 주무관은 무려 여섯 번이나 바뀌었다. 1년을 못 채운다는 얘기다. 김유정문학촌의 사업과 범위는 방대해졌고, 풀어야 할 숙제는 태산인데 관리 감독을 할 사람들은 업무 파악도 하기 전에 자리를 옮긴다. 해묵은 숙제는 수년 동안 계류될 뿐이고, 설사 비리 정황이 드러난다 해도 책임 소재는 오리무중이다. 미래의 청사진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김유정문학촌이 걸어온 발자취는 실로 놀랍다.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적 문학관으로의 외형적 성장은 분명 괄목할 만하다. 이제 남은 것은 김유정문학촌의 둥지를 짓는 일이다. 위수탁이 필요 없는 법적·행정적 틀을 만드는 일이 그것이다. 

김유정문학촌이 독립된 기관으로 바로 서고 운영시스템의 안정과 그에 따른 고용 안정이 수반된다면, 김유정문학촌은 가슴 벅찬 비전을 품고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그 결실은 춘천시의 문화적 위상 제고는 물론 경제적 선순환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2022년 이를 위해 김유정문학촌은 재단법인화의 길을 모색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무산됐다. 재단법인화만이 김유정문학촌 독립의 정답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다만 김유정문학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유정문학촌의 시선으로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김유정문학촌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 미봉책에 가까운 운영방식으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비용이 들고 대가를 치르더라도 안정적인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김유정문학촌은 분명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김유정 생가 초가지붕 위 청명한 가을 하늘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위태롭지 않은’ 김유정문학촌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1) ‘()김유정기념사업회김유정기념사업회는 명칭이 유사한 별개의 단체이다. ‘김유정기념사업회1968년 당시 강원일보 사장 최승익 이사장을 중심으로 활동한 단체임

2) 2009.3.23. 강원일보 전상국 신임이사장, “올해 안에 법인화작업 추진”’

3) 인터넷 상 김유정문학촌의 설립자를 ‘()김유정기념사업회로 기록한 백과사전이 다수 있었고, 문학촌의 노력으로 대부분 수정되었다. ()김유정기념사업회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자신들이 김유정문학촌을 개관하였다고 게재하고 있다.

4) 20099월 춘천시는 기념사업회에 공공의 문화시설인 문학촌의 건물을 법인 해산 시까지 무상으로 영구 임대해준다는 부동산임대차 계약서를 제공했다. 이를 근거로 기념사업회는 2009년 문학촌 생가를 법인의 주사무소로 등록하였고, 20233월까지 이전하지 않았으며, 그 사용 권한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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