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view] 버스 공영제로 진정한 시민의 발 만들고파
[人터view] 버스 공영제로 진정한 시민의 발 만들고파
  • 김병혁
  • 승인 2016.01.26 2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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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문밖으로 나오기만 해도 이렇게 추운데, 이 찬바람을 높은 곳에서 온 몸으로 받고 있는 분들은 오죽할까. 누군가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져야만 한다. 이런 극단적인 모순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고공농성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하늘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사연이 춘천에도 있었다. 우리는 그 기억을 다시 공유하고 싶었다.

공공운수 노동조합 진흥고속지회 김인철 지회장

강원지역 버스 노동자들, 인간선언의 깃발을 올리다


오랜만이에요, 지회장님. 잘 지내셨죠? 얼마 전 평창운수 파업 건으로 많이 바쁘셨을 것 같은데, 문제는 잘 해결됐나요?

김인철 _ 임금수준이 워낙 열악해 작년 8월부터 임금인상 교섭을 시작했는데, 결국 결렬됐어요.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해서 어느 정도 합의안이 나왔는데, 갑자기 사측에서 호봉제 상여금 기준을 1호봉으로 적용하겠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파업에 들어간 거죠. 조합원들이 함께 단결해서 잘 가고 있어요. 물론 앞으로 계속 싸워나가야 하지만.

다행이네요. 강원지역 버스 노동조합 상황은 어떤가요?

김인철 _ 민주노조가 생기기 이전에는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아주 열악했죠.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고. 그나마 우리 노동조합(진흥고속지회)이 설립되고 싸우면서 발판을 마련한 거죠. 강원지역에서는 진흥고속 투쟁이 처음이에요. 그 이후에 곳곳에 민주노조가 생겨났죠.

정말 대단한 역할을 하신 거네요!

김인철 _ 혼자가 아니라 같이 열심히 하니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죠.

고통의 대물림 끝내기 위해 조명탑에 오르다

60여명이 넘는 조합원이 강원지부협의회로 모이는 데는 김인철 지회장의 고공농성과 진흥고속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누군가가 앞장서 자신의 일상을 먼저 내려놓을 때 변화가 시작된다. 매일같이 이용하는 버스들이 그저 바퀴 달린 기계가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우리들의 평온한 일상이 유지되기 위해 누군가의 일상은 파괴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버스회사가 그 가족에게 자본을 대물림하는 동안, 노동자들은 그 가족에게 고통을 대물림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김인철 지회장이 조명탑으로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90여일 가까이 고공농성을 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김인철 _ 버스회사들이 우리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못했어요. 다른 회사 노조에서도 (노동조건 개선을) ‘안 해주면 ‘민주노총’으로 가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답니다. 그런 것만 봐도 우릴 만만하게 보지는 못한다는 거니까 개선됐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버스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니까. 노동운동이라는 게 우리한테 당장 이득이 안 돼도 노동자들이 그렇게 해 나갈 수 있다면 좋은 거니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나로 연대할 것인가 고민해야죠.

사측에서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바꾸려고 한다고 했는데, 근속연수가 오래 되신 분들에게는 호봉제가 유리한 것이 아닌가요?

김인철 _ 통상임금 때문에 회사 측이 호봉제로 바꾸려 하는 건데, 수당을 다 없애기 때문에 전체 임금은 줄어드는 셈이에요. 정상적인 노동조합이라면 그걸 용인할 수 없어요. 강원지역은 계속해서 호봉제로 전환하려고 할 텐데, 이번에 평창에서 파업을 잘 했으니까 함부로 못 할 겁니다.

‘버스 완전공영제’로 진정한 시민의 발을 만들고 싶어

앞으로 주요한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김인철 _ 버스 사업은 다 보조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보조금이 결국은 시민들, 도민들 혈세잖아요. 지금은 이게 일개 사업자 한 사람의 주머니로 다 들어가는 시스템인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버스 완전공영제’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버스 노동자들이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보조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리감독이 전혀 안 되고 있어요. 버스 공영제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인데, 현재 버스사업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전북 신안에서는 이미 실시하고 있어요. 강원도도 산간벽지 노선이 많아 그 손실분을 지자체가 보존해주고 있는데도 불편한 노선에 대한 문제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는 노선 변경에 대한 권한이 회사에 있기 때문이죠. 예산은 예산대로 투입되고 서비스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강원도와 시군이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조명탑에 올라가 있는 그(앞 사진 오른쪽)를 본 일이 있다. 고개를 끝까지 바짝 젖혀서야 그의 모습이 시야에 작게 들어왔다. 탑은 높았고 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으며 수염은 덥수룩했다. 지상에 다시 내려오기까지 그는 89일 간을 그 위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자신이 몰던 버스가 작은 장난감처럼 터미널에 모여들 때마다 그는 공중이 아니라 버스 속에서 사람들의 몸과 꿈과 희망을 실어 나르고 싶었으리라. 김인철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어느 버스 노동자의 분신 소식을 들었다. 그에게 이 소식은 슬픔 그 이상이었으리라.


지금 필요한 것은 다시 ‘연대’다. 그가 버틸 수 있게 해준 연대의 힘. 그것은 버스를 타면서 기사 분들과 눈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고, 버스를 단순한 기계가 아닌 나와 같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될 것이다. 나의 이웃이 나를 위해 운전을 하고 있다. 어느 가정의 가장이고, 아들이고, 아버지일 그들 말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연결돼 있다.

 

김병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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