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내용 설명 없이 “계획 문건 받았다”만 공개
여론, 산적한 난제 해결되기 전엔 2021년 개장 의문

강원도는 지난 2일 “‘레고랜드 코리아 유한회사’가 지난 1일 투자금과 조달계획, 개장시기(2021년 7월) 등을 명시한 ‘멀린사’의 단계별 로드맵 문건을 강원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 따르면 멀린사는 이번 달에 시공사를 선정하고, 6월까지 기초공사·설계변경·디자인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 '레고랜드 코리아' 착공보고회.      사진=《춘천사람들》DB
2016년 '레고랜드 코리아' 착공보고회. 사진=《춘천사람들》DB

그러나 멀린사의 이 계획이 시간과 재정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과연 실행 가능한 것인지는 여러가지 이유로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먼저 자금충당 계획이다. 멀린사가 ‘레고랜드 코리아’에 투자하기로 한 2천200억원 가운데 900억원은 레고랜드 코리아 유한회사의 자본금으로, 나머지 1천300억원은 충당해야 하는데 멀린사는 이를 외국인 장기차관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직접 투자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기에는 부족한 느낌을 주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공사계획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레고랜드 코리아 유한회사 및 강원중도개발공사 홈페이지에서도, 올해 공사 시행을 직접 떠맡은 멀린사의 홈페이지에서도 2022년까지 개장될 것이라는 짧은 설명 외에 다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중도문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오동철 사무국장은 “시공사 선정도 안 된 상황에서 6월까지 기초공사·설계변경·디자인 작업을 완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근본적으로는, 강원중도개발공사만 레고랜드 코리아에 투자한 상황이고, 멀린사는 2천200억원을 전혀 투자하지 않고 있어 사업이 시행될지 불투명하다. 멀린사는 이 사업과 관련해 충분히 의심이 가는 기업인데도 도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강원도 레고랜드 지원과 관계자는 “사업주체가 멀린사이기 때문에 도 입장에서는 레고랜드 시행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멀린사의 일정에 맞춰서 일을 진행하겠다”는 애매한 입장이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은 “레고랜드 사업은 현재 주변 부지가 매각되지 않고 있는 점, 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 코리아에 600억원을 추가투자하고 나면 재정이 남지 않는 점, 시민사회단체 등이 감사원에 청구한 공익감사 청구의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난항이 예상된다”며 “이런 문제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돼야지만 2021년 7월에 레고랜드 개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안 될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손해를 줄이겠다는 심정으로 사업 중단과 전환을 선언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 2018년에 걸친 세번의 착공식·기공식이 무의로 끝난 경험 때문에 이번의 로드맵 전달도 믿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말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면 도가 이번에는 구체적인 계획과 그에 따른 증빙자료를 내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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