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진 (충남 안면도)

위포리에서 춘천 전통의 맥을 이어간다는 막국수와 감자전은 식감이 부드럽고 담백했다. 춘천의 민심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춘천 외곽을 성처럼 둘러싼 산맥을 바라보니 고구려의 기상을 읽기에 충분했다. 의암호 푸른 물결까지 가세하니 더 없이 좋은 인상을 받는다. 

춘천의 중단전에 늠연하게 자리 잡고 있는 중도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음이 입증되는 유물들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을 벅차게 했다. 중도 선사유적은 단순한 기념물을 넘어 지구상 인류의 시원문화이다. 그렇기에 정신문화로서 소중하고 유물문화로서도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 춘천시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큰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넉넉한 삶의 유적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어찌하여 지상 최고의 관광자원이자 교육자원을 훼손하고도 눈꺼풀 하나 끔벅이지 않고 위락과 향락을 일삼으려는가! 영국의 한 기업에게 우리 조상의 묘를 맘대로 파묘토록 허가하고, 이에 부역한 관계자들은 춘천대교까지 설치해 주며 위락과 향락을 조성하는데 춤추고 있는지. 공사개시 10년 만에 처음 열린 공사설명회는 향후 계획이 아니라 이미 다 파헤쳐 난도질 해놓은 결과를 설명하는 형식과 의례에 불과했다. 주민들의 참여와 동의를 구하려 했다면 주민설명회가 아니라 춘천시민설명회를 했어야 했다. 타당성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려 했다면 국제학술토론회를 열어야 했다.

“춘천레고랜드중단촉구범시민대책위원회”의 성명과 대안에 동의한다. 레고랜드 사업은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선사시대 인류문화유산을 훼손한 범죄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범시민대책위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에 이 문제를 알려 중도 유적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보호를 요청하면 좋겠다.

국내 건설업체가 도로를 개설한다거나 아파트를 지을 때 이미 공사허가가 떨어졌다 해도 공사구간에 문화재급 유물이나 터가 나타나면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그런데 왜 외국 자본에게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했는가. 지금 당장 이 법을 적용하면 공사 중단이 가능하다. 일단 중단해 놓고 머리를 맞대보자.

춘천대교 끝자락에서 황토먼지로 얼룩진 얼굴이 숯검댕이가 되도록 래고랜드 건립 반대를 위해 투쟁해 온 그들은 후대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터이지만 외국 자본과 함께 중도를 개발하는 국내 관련업자와 관계공무원은 후대에 용서받지 못할 중죄인이다. 모든 공사를 중단하고 이제부터라도 지상 인류문화를 보전한다는 숭고한 정신으로 사업 진행 여부를 “민·관 협력형”으로 심사숙고해줄 것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간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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