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업회 김유정문학상 선정·시상 강행
문학촌 “사업회, 문학상 사유화 멈추어라”
두 갈래로 나뉜 지역문화·예술계도 파열음

(사)김유정기념사업회(이사장 김금분, 이하 기념사업회)가 올 해 김유정문학상 수상자 선정과 시상을 강행했다. 이에 김유정문학상 운영권을 놓고 갈등을 이어 온 김유정문학촌(춘천시·춘천문화재단)과 기념사업회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제14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자로 정지아 소설가의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를 선정하고 지난 17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정 작가에게 상패를 전달했다. 그 과정에서 양측은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한 차례 공방을 벌였다.

김유정문학촌과 기념사업회 사이에 김유정문학상을 둘러싼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사진은 올 해 3월에 비대면으로 열린 김유정작가 83기 추도식.      사진 제공=김유정문학촌

기념사업회는 “올해까지 기념사업회에서 문학상을 운영하고 내년엔 시가 하라는 최종 타협안을 지난 7월에 밝혔다. 8월에는 관계자 4명이 김유정문학촌 발전추진위원회에 참석해 이러한 뜻을 전달했지만 김유정 문학촌 주최를 고집해서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문학촌은 “사업회는 문학상 운영에 아무 자격도 없는 단체이다. 타협안을 내면서도 뒤로는 문학상 심사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문학촌발전추진위회를 찾아와 협의할 때에도 그 사실을 끝까지 감추고 있었다.”

2002년에 문을 연 김유정 문학촌의 수탁운영은 2009년까지 예맥문학회가 맡았다. 그중 2007년 7월에 김유정문학상이 제정됐다. 2010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는 기념사업회가 문학촌과 문학상 운영을 맡아왔고 2020년 1월부터는 춘천문화재단이 문학촌을 수탁운영하고 있다.

핵심 쟁점들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김유정문학상 운영주체

기념사업회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그동안 사업회가 시행해 온 ‘김유정문학상’을 시 문화예술과에서 지난 4월 춘천시김유정문학상운영조례를 만들어 그 운영의 주최권을 춘천시와 춘천문화재단으로 입법화하고자 했다. 관의 사업을 민간화 시키고 있는 최근의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행정이다. 그동안 문제없이 잘 치러온 사업회와 시민들이 항의하자 문학상 입법조례안 개정이 흐지부지 된 것만으로도 잘못된 행정임이 드러난 거다.”

이에 대해 김유정 문학촌은 다음과 같은 입장이다. “2007년 제정된 김유정문학상 운영규정에는 ‘김유정문학상운영위원회를 김유정문학촌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학촌을 운영해 온 기념사업회는 2019년 6월 춘천시의회 정례회 행정감사에서, 2018년 취임한 김금분 이사장이 8개월분의 급여를 근거 없이 수령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여러 가지 운영상의 문제로, 2019년 10월 ‘2020년 김유정문학촌 위수탁 단체 공모’ 신청을 철회했고 그 결과 2019년 12월 31일자로 기념사업회의 문학촌 수탁운영은 종료됐다. 결국 올 해부터는 문학상과 문학촌 운영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상실했고 춘천문화재단이 갖고 있다. 이는 더 이상 기념사업회가 문학촌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김유정문학상과 관련해 어떤 자격도 갖지 못한다는 근거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상금 지원 철회

한수원은 갈등이 빚어지자 2007년부터 지급해 온 김유정문학상에 대한 후원금 3천만 원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서 기념사업회는 “지난2월, 한수원과 올해 문학상 일정을 협의하고 의견조율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춘천시가 문학상을 운영하겠다고 나서자 지원철회를 내비쳤고 8월 최종논의에서 시와 타협하지 않는 한 어느 쪽도 상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결국 춘천시의 책임이다.”

김유정 문학촌은 “문학촌 일체의 운영 권리를 상실한 기념사업회에 한수원이 상금 지원은 물론 행사 협조까지 의견 조율을 마친 상태였다니, 공기업이 국민의 세금과 공기업의 수익을 법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민간단체에 함부로 줘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김유정 문학상 상표권 등록 논란

갈등이 전개되는 중에 지난 4월 기념사업회가 특허청에 ‘김유정문학상’ 상표등록을 신청했지만 6월 11일 기각됐다.

김유정문학촌은 “공유재산인 문학상을 한 단체의 전유물로 사유화하려는 그 발상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다음과 같은 특허청의 말을 인용해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김유정문학상은 비영리 업무 또는 공익사업을 표시하는 표장으로 널리 알려진 춘천시 공유재산인 ‘김유정문학촌’의 사업명과 동일한 상표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이를 지정업무에 사용하는 경우 일반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지정업무에 대한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으므로 등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기념사업회는 “상표등록은 사업의 운영주최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말 그대로의 상표등록일 뿐이다. 특허청은 상표등록을 관장하는 기관이지 사업의 운영주최를 판결하는 기관이 아니다. 문학촌은 이를 가지고 국가기관에서 김유정문학상이 기념사업회의 것이 아님을 인정했다며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념사업회가 기존에 발표된 작품들을 출판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작가들의 권리를 침해한 거 아니냐는 등 여러 사항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입장도 둘로 나뉘었다. 춘천예총과 춘천문인협회는 기념사업회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반면 한국작가회의강원지회·춘천민예총문학협회·국악협회·음악협회·민미협춘천지부·실용음악협회·공예협회·사진협회·춘천작가모임·문화커뮤니티금토·문화창작소·강원사진연구소·청풍김씨문중대표 등은 김유정문학촌과 뜻을 함께하고 있다.

기념사업회와 김유정문학상지키기시민운동본부는 문화역행과 문학상 파행에 대해 이재수 시장이 사과하고 춘천문화재단 최돈선 이사장과 김유정문학촌 이순원 촌장은 책임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김유정문학상은 시민 성금과 기업후원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서 지속 운영해 간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유정문학촌과 김유정문학상바로잡기 운동본부는 43호 김유정문학촌 소식지에서 갈등의 핵심이 전상국 전 김유정문학촌장 겸 기념사업회 이사장과 현 기념사업회의 ‘문학상 사유화’임을 널리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해 전상국 작가가 문학촌에서 가져간 200여점의 자료를 되찾기 위해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다양한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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