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경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생활교사)

코로나19로 인해 별빛에 오면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생활을 한다. 서로 장난치며 놀다가 ‘툭’ 하고 끊어져 버려지는 마스크와 중단된 급식을 대체한 일회용품에 포장된 간식을 보며 나는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진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생긴 새로운 불편함이었다.

나는 분리수거,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별빛의 분리수거 방법과 분리수거함을 설치하는 것도 나에게는 당연했다. 그래도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고 버려지는 쓰레기는 매번 있었고, 그걸 보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나였다. 그래서 내가 아는 건 적어도 내가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건 나의 몫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라벨이 제거되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버려진 유리병들을 모아서 하나하나 라벨을 벗기고 있었다. 그때 아이 한 명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저 선생님이 뭐하나, 싶은 호기심이 생겨서였다. 그 아이와 유리병 라벨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궁리했다. 따뜻한 물을 가져와 유리병을 우르르 쏟아내어 라벨을 떼고 있을 때 다른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새로운 놀잇감을 찾은 눈이었다.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방법을 설명해줄 기회였다. 설명이 끝날 때 수십 개가 되던 유리병이 깔끔해져 있었다. 예쁜 유리병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집에 들고 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업사이클링을 했다. 나는 뿌듯하면서도 남이 버린 쓰레기를 아이들이 분리수거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재작년 최악의 불볕더위를 겪었다. 작년에는 52일이라는 보기 드문 최장 기록의 장마와 함께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 사태를 경험하며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중이다.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은 기후위기의 가해자이자 조력자였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오롯이 미래세대의 몫으로 돌려놓았다. 별빛을 만나면서 이런 몰합리한 인과관계가 더 잘 느껴지고 보인다. 그래서 나는 계속 프로불편러가 될 예정이다. 이 아이들이 맞이할 세상이 조금이라도 깨끗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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