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이가 빨래통 위에 올라갈 때를 기다려 재빨리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언제부터인지 춘삼이가 특이한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벗은 옷가지를 쌓아둔 빨래통 위에 앉아 있는 행동이었다. 처음에는 빨래가 푹신푹신해서 올라가는 줄 알고 일부러 거실에 안 입는 옷을 쌓아두고 올라갈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깨끗한 옷에는 관심이 없고 굳이 더러운 빨래더미 위에 앉아서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는 바짓가랑이 사이에 머리를 파묻기도 했다.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하면서 책을 찾아봤다. 책에는 어떤 개들은 젖은 수건 등에서 나는 꾸릿한(?) 냄새를 좋아해 빨래통에 앉아 있기를 즐긴다고 쓰여 있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 혼자 남아있는 낮 시간동안 혼자 빨래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춘삼이를 상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났다.

남들이 보기에 좀 거시기하면 어떤가. 자신만의 고유한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일 것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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