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개인형 이동장치 전국 교통사고 발생 건수 897건
인도 주행, 차간 주행, 음주운전 등 교통사고 유발 위험 많아
압도적 편의성과 접근성... 안전 문화 정착으로 인식 개선 촉구

시내 전동 킥보드의 안전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허영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개인형 이동장치(PM) 전국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총 897건으로,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춘천경찰서가 개인형 이동장치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 지난 7월 한 달간 법규위반사례가 총 526건 적발됐다. 이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를 인도에서 주행하다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험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는다. 사진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공유 킥보드 이용자

전동 킥보드 이용자를 비하하는 용어 ‘킥라니’도 등장했다. 킥보드+고라니의 합성어로, 밤길에 갑자기 뛰쳐나오는 야생동물 고라니처럼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행위자를 뜻한다. 전동 킥보드 교통사고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며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네티즌은 “전동 킥보드는 바퀴가 작아 전복 위험이 크고, 편중된 무게 중심을 지니고 있으니 오토바이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동 킥보드가 가진 높은 편의성 때문에 전동 킥보드 이용자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특히 공유 킥보드는 대학생 등 젊은 층에서 각광받고 있다. 공유 킥보드 이용자는 앱을 이용해 금액을 지불하고, 근처에 놓인 공유 전동 킥보드를 사용할 수 있다. 특정 장소를 제외하면 지역 내 아무 곳에나 반납하면 된다. 이러한 편리함 덕분에 시내 곳곳에서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 13일에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면허 이상 보유자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1인용이므로 2인 이상 탑승 시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원칙상 개인형 이동장치는 인도로 주행할 수 없으며 자전거 통행도로 또는 자전거 통행도로가 없다는 전제하에 차도 최우측 차선에서만 운용해야 한다. 이어서 신호 위반, 음주운전 등에 관한 기본 안전조항도 존재한다. 그러나 규정을 무시하고 위험천만하게 운전하는 전동 킥보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유 킥보드 안전모 인식 활성화, 그러나 음주운전 잦아

강원대학교의 경우 전동 킥보드 이용자를 위한 헬멧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며 안전모 착용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공유 킥보드 업체 ‘지쿠터’의 경우 업체 공유 킥보드에 자체 헬멧을 거치했다. 이에 안전모 착용 인식은 넓게 확산됐지만 여전히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음주운전의 경우 새로운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 앱을 통해 결제하고 바로 기계에 올라타면 되는 공유 킥보드 특성상 음주운전을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대로가 아닌 골목 운행이 잦은 탓에 음주운전 적발도 비교적 어렵다. 지난 20일 오후 10시, 추석 연휴를 맞아 강대 후문에서 술을 마신 몇 사람이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근처에서 귀가 중이던 이선하(23) 씨는 “술집 영업이 끝나는 이 시간쯤에 저렇게 공유 킥보드를 타고 집에 가는 사람이 많다. 택시를 잡기도 힘들고, 자동차처럼 음주 사고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생각에 그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인도 주행, 차간 주행으로 보행자·운전자 모두 위협

인도에서 버젓이 주행하는 전동 킥보드도 문제가 된다. 현행법상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전거 전용통행로나 여의치 않으면 차도 최우측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 전동 킥보드를 주행하는 사례가 많다. 한림대학교에 재학 중인 원 모(21)씨는 “전동 킥보드로 인도를 주행하는 것이 불법인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도로에서 차와 차 사이를 주행하는 차간 주행도 논란이 됐다. 차간 주행은 주로 오토바이가 논란의 근원이었지만, 전동 킥보드도 대열에 합류했다. 시내 택시기사 임 모(57)씨는 “차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차선 위로 질주하는 전동 킥보드를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오토바이는 소리라도 큰데, 전동 킥보드는 소리도 없고 크기도 작아 사이드미러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전동 킥보드가 많이 다니는 번화가에서는 운전하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압도적 편의성과 접근성, 전동 킥보드 활성 ‘이유 있다’

한편 전동 킥보드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이동수단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공유 킥보드의 인기가 높다. 대학생 박승현 씨는 “약속 시각이 임박했거나, 날씨가 너무 더울 때 킥보드만한 게 없다. 이동 자체도 편리하고 앱을 통해 신속히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택시비보다 비용도 싸고, 스트레스 받을 때 타면 재미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물론 안전 문제로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이동수단이지만, 다들 수칙을 지켜가며 이용하면 훌륭한 두 발이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도 모(28)씨도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 갈 때 택시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길가에 있는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데, 잠시나마 기분도 좋아지고 가격도 저렴해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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