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1912~1948년까지 문학은 올림픽 종목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예술 즉, 건축, 음악, 회화, 조각, 문학이 올림픽 종목이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겐 스포츠 종목과 똑같이 각각 금, 은, 동메달을 수여했다.

“오, 스포츠! 그대, 신들의 선물, 생명의 영약이여! 어두운 노동의 시대에 기쁨의 빛줄기 비추는구나!” 

1912년 올림픽 문학 종목 금메달 수상작 〈스포츠에 바치는 송가〉의 첫 구절이다. 게오르게스 호로트와 마르틴 에슈바흐 선수 팀이 쓴 작품인데 스포츠에 대한 찬양이 노골적으로 아부 수준이다. 그래도 금메달이다!

헝가리 수영 선수 얼프레드 허요시라는 사람은 수영으로 메달을 따고 몇년 후 파리 올림픽에서 건축으로 금메달을 땄다. 미국의 월터 와이넌스는 1912년 사격과 건축으로 동시에 메달을 땄다. 스포츠와 예술을 아우르려는 쿠베르탱 남작의 희망에 부합하는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올림픽 예술 분야 출전 선수들 대부분이 아마추어 신분이 아니라는 문제가 1949년에 제기되었고 결국 1954년 로마 IOC 총회의 격론 끝에 예술은 올림픽에서 영구히 퇴출되었다. 오호 통재!

문학이 지금까지 여전히 올림픽 종목이었으면 어찌 되었을까? 국가대표 선발전을 피터지게 거친 후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해서 새벽부터 지옥훈련 같은 걸 하고 막 그랬을까? 체력은 필력이다, 막 이래 가면서 각종 런닝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피땀을 흘려가면서? 턱걸이 두 개도 못하는 김주대 선수는 애저녁에 글렀고, 잔들기 운동으로 근육을 키운 나는 그래도 희망이 조금은 있지 않을라?

올림픽에서도 퇴출되는 문학이라니, 문득 조낸 서럽고 분하다. 이래 저래 쓸모없는 문학 따위.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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