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독후감

독고 씨가 파우치를 빼앗고 나서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생각을 한 이유가 경찰에 잡힐지도 모른다는 계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부분이 현실적이었다. 물론 그 후 졸린대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이게 한 양심 덕에 염 여사는 조금 더 빨리 파우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독고 씨가 절망 탓에 술에 빠진 이유는 오래도록 일구고 싶었던, 그리고 아주 잠시간 안정과 행복을 주었던 가족이 그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면 독고 씨는 의사 일을 계속했을 터다. 양심이 가끔 그를 악몽으로 끌고 가 참담한 기분을 느끼게 해도 독고 씨의 버팀목이 있었다면, 그의 가족이 있었다면, 불안하게 지속되었을 의사 생활이었다. 양심보다 이성이 앞서 이쪽이 이득이라 외치고 있었고 작중 그가 병원 일을 다시 시작하는 부분이 그 이성을 따라간 흔적이다. 그러니 나는 계산적인 독고 씨가 마냥 상냥하다고만 생각할 수 없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말은 자신의 죄를 어떻게든 영웅의 면모로 바꾸고자 하는 범죄자의 하찮은 변명일 뿐이다.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질질 끌고 가는 일이 더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 인간은 회피를 지속한다. 독고 씨는 ‘애매한 도덕심’이란 부분에서 정말 현실적인 캐릭터다. 도덕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다른 게 맞는데, 망설이는 사람. 들키지 않으면 내 죄가 없는 거라는 생각의 흐름. 독고 씨는 상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상냥함은 잘못된 길을 가는 독고 씨를 내칠 수 있었던 아내와 딸, 노숙자인 독고 씨를 편파적으로 대하지 않았던 염 여사가 만든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의 상냥함이 ‘변화를 추구한 독고 씨’에 있기도 하지만 그를 그리 움직이도록 만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작용된 결과라고 본다. 그리고 그 결과를 끌어내는 건, 혹은 결과가 된 건 결국 변화할 수 있었던 독고 씨라고 생각한다. ‘애매한 도덕심을 가진 독고 씨’, 내 생각에 그는 이 소설에서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가졌다.

궁금증

독고 씨는 아내와 딸을 만나러 대구로 간다는데, 그러면서 봉사로 의료지원을 하러 간다고 합니다. 근데 독고 씨가 자수했다고 했는데 재판 안 받는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재판받기 전까지 시간이 남나요? 그래서 그동안이라도 사죄를 위해 가는 건가요? 제가 재판받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 장면이 교도소에서 나오고 염 여사가 찾아와 주고 대구로 가서 의료지원한다는 거면 의사 면허가 사라지지 않으니까 이해하겠는데, 뭔가 마지막 내용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아! 혹시 결국 의사들은 법 쪽에 연결된 연줄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라는 걸 독자에게 어렴풋이 알려주고(독고 씨는 얻어걸려서 처벌 안 받고) 현 대한민국이 의사 면허를 없애지 않는 부분을 비판하신 걸까요? 작가님께 직접 묻고 싶은데 방도를 모르네요…….

이성민(춘천여고 3학년)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