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화천현장귀농학교 1기 졸업생 고리끼(47·가명) 씨 인증이 취소됐다. 고 씨가 짓던 밭은 원래는 논이었다. 동네에 사는 주민이 이 논을 빌려서 인삼농사를 지었고, 인삼을 수확한 후에는 학교에서 그 땅을 빌렸다. 그 후부터 줄곧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귀농학교를 졸업하고 동네에 정착한 고 씨를 위해 학교는 그 논을 고 씨가 임차해서 지을 수 있게 배려했고, 고 씨는 벌써 4년째 그 논에서 농사를 짓는다.유기농 인증은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해준다.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영농일지, 농산물생산계획서, 토양중금속 검사서, 시비
현대 산업사회에서 부자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할 것 없이 농업을 유지해 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잘 산다는 서유럽 국가들의 농업 관련 논의를 보다보면 이런 얘기도 나온다.“포도주가 강을 이루고 치즈가 산을 이루는데, 농업 보조를 계속해야 하는가?”나라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농업 인구 비율이 2% 남짓밖에 안 되는데도 그렇다. 쌀값을 포함한 농산물 물가를 정부가 관리하면서 아주 낮게 유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밥 굶지 않게 하자는 거다. 일종의 보편적 복지에 해당한다. 좋은 일이다. 또 노동자들 생활비가 적
농업·농촌문제가 다 해결된 곳의 농민들은 자긍심이 넘친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재미도 있어야 하고 보람도 있어야 한다. 재미만 있고 보람이 없으면 허무하고, 보람이 있는데 재미가 없으면 그것도 오래 못 간다.몸뚱이와 손발로 물건을 만지고 땀 흘리며 하는 일은 다 재미가 있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짓에는 쾌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게 하려고 유전자가 한 짓이겠다.농사꾼들이 농사를 계속 짓는 건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도 드러내놓고 나처럼 얘기하지는 않는다. 맨날 힘들다고만 하
농업·농촌·농민의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과 문제점에 대해서 늘 떠들어대다 보니 입만 아프고 기분도 나빠진다. 그래서 달리 생각해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더니 새로운 질문이 떠오른다.“농민들이 행복한 사회는 그럼 어떤 사회냐? 문제가 다 해결된 사회가 있다고 가정하고 얘기를 한 번 해봐라.”이런 거다. 그래 놓고 보니까 무엇보다 먼저 꼽을 게 애들 키우는 환경이다. 아이가 자라서 사람 구실하고 살 수 있을 때까지 키워야 하는데, 돈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이를 그저 동네학교에만 보내도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소양을 충
산골 마을에 겨울이 깊어지면 조용하고 나른합니다. 열 시가 다 돼야 해가 나고 점심 지나 네 시 반이면 벌써 어둑어둑 하니, 아침에 일어나서 밥 지어 먹고 치우면 점심이고, 점심 대충 먹고 설거지하고 저녁 밥상 차리면 벌써 적막강산 깜깜 밤중입니다. 하루 한나절이라고 해 봐야 도무지 써 볼 게 없어요. 마실이라도 가서 잠시만 노닥거리면 그걸로 하루 끝입니다. 춥고 시린 어둠 속에서 보내야 하는 한 없이 많은 시간이 버거울 지경입니다.저 아랫녘에서는 농사꾼들이 겨울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날이 추워서 아예 할 수가
시골에는 두 시골에는 두 종류의 어르신이 있다. 하나는 자식들과 함께 살거나 자식들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경우다. 손자들 재롱도 보고 아들이나 며느리랑 다투기도 하면서 이웃에 실실 마실 다니며 알콩달콩 사는 노인네들이다. 세상에 이 분들처럼 행복한 노인네가 또 있을까 싶다.이웃에 마실 나와서 자식 며느리 뒷담화 하느라 침이 마르고, 손자 손녀 자랑하느라 또 입에 침이 마르고, 툭 하면 응급차에 실려 나가서 자식들 애간장을 적당히 태우기도 한다. 돈도 안 되지만 돈 벌려고 짓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나가 있는 자식들 먹이겠다는 오직 한 생
“조합장님! 형님! 명절선물 수입 농산물로 좀 하지 마! 쪽팔리게 어떻게 다른 데도 아니고 농협에서 선물로 수입 농산물을 돌리냐고?”“라면, 햄 이런 거 얘기하는 구나? 그럼 잡곡으로 할까? 잡곡 같은 거 돌리면 조합원들이 싫어하셔. 오셔서 바꿔간다고.”“농협끼리 서로 연대하면 되잖아. 우리 농협에 없는 거, 우리 농사꾼들이 농사 안 짓는 거, 예를 들면 양구만 가도 오미자 효소 있잖아. 그런 거 선물하면 되잖아. 양구에는 단호 박 찐빵 없을 거 아냐, 그거 서로 선물 하면 되지? 왜 안 하냐고?”“우리 농민들이 있잖아. 얼마나 웃
벼농사는 풍흉에 거의 영향을 안 받는 안정적인 농사다. 농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소득원이다. 일 년 동안 대한민국 농민들이 지어내는 쌀의 총량은 320만 톤 정도이고, 쌀을 다 팔아서 받을 수 있는 돈은 7조원 정도다. 전체 농림어업 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에는 논이 밭보다 더 많다.논농사는 밭농사에 비해 쉽고 편하다. 경지정리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돼 있어 기계로 일하기 때문이다. 봄에 논 만들고 모내기 할 때 잠깐 힘들고 가을에 벼 벨 때 잠깐 힘들면 된다. 잠깐
fine dust 사람 미치고 환장하게 만드는 게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한 건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미세먼지를 피하려면 집이나 회사에 들어앉아서 문을 꽁꽁 걸어 닫고 고성능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수밖에 없다. 외출할 때는 고성능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한다. 농사짓는 입장에서는 미세먼지를 피할 길이 없다. 마스크를 쓰고는 숨이 차서 일을 할 수가 없다. 기분 아주 더럽다. 어쩔 수없이 일은 하면서도 은근슬쩍 살해당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검색을 해 보면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 들어온다는 설이 있고, 한국에서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