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 강원도 권리 의무변경 동의안’이라는 명의로 강원도가 강원도의회에 제출한 레고랜드 사업주체 변경안이 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를 통과했다. 아직은 상임위원회 수준의 의결이어서 도의회 본회의 결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의결된 내용뿐만 아니라 의결하는 과정 역시 몰상식의 연속이어서 어이없다는 평가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레고랜드 사업주체 변경이란 중도에 레고랜드 조성사업의 추진주체를 기존의 ㈜엘엘개발에서 이미 8개의 레고랜드를 전 세계에서 직접 경영하는 멀린사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멀린사는 지금까지 놀이시설과 호텔 등의 시설에만 1천6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만 약속했었는데 이번 변경으로 본 공사비용도 분담하겠다는 계획이다. 본 공사 예상액 2천600억원 가운데 멀린이 1천800억원을, 강원도가 800억원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얼른 보면 기존 사업주체인 엘엘개발의 지지부진했던 사업진척 속도를 타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사업구조 변화로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사업주체 변경 전후의 다양한 사정을 연결시켜보면 크게 상황이 달라졌다 하기 어렵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사업부지 기반 조성을 위해 도가 보증을 서 금융권으로부터 빌려놓은 돈을 다 써버리고 나면 기반 조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다. 도가 밝힌 바에 따르면 레고랜드 조성사업 관련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할 수 있는 총금액은 2천14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이미 1천229억원을 사용했기 때문에 앞으로 911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는 데, 800억원을 본 공사비로 출자하게 되면 나머지 돈으로 원래 계획했던 기반 조성 등 본 공사 이외의 다양한 준비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사업수행이 어려워 보이는데 도가 만약 이 돈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대답한다면 애초 대출금액을 약정할 때 상정한 사업비 책정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사전에 도의회로부터 받아야 하는 대출금 용도변경 승인도 명확히 이루어지 않았다. 지난달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원들의 관련 질의가 있었으나 도는 명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주무부서 책임자인 전홍진 글로벌투자통상국장이 내놓은 답변이라고는 “이와 관련해 감사원에서 주의처분을 받았고,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포괄적 재무부담 행위로 본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애매한 내용이 다였다.

용도변경에 대한 명확한 승인도 없는 상태에서 용도변경이 되었다는 전제 하에 이번에는 사업주체를 바꾸는 결의를 한 셈이다. 말문이 턱 막힌다. 의결을 위한 심의과정도 구체적인 자료에 관한 명확한 분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의원들이 ‘강원도와 멀린사 사이의 실천협약(MDA)을 자세히 검토하고 싶어도 충분한 자료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는 푸념을 할 정도였다.

이런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는 표결 끝에 재적 의원 8명 가운데 6명의 찬성으로 도 제출안을 지난 3일 통과시켰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경제건설위 여당 소속 6명 가운데 4명의 의원이 레고랜드 시찰 명목으로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하루 이자만 1천500여만 원으로 1년에 50억원이 넘는 이자를 내야 하는 사업을 이렇듯 대충 결정하고 떠날 수 있는 외국출장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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