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소·고발이 없어야 할 지방정부 행정
[사설] 고소·고발이 없어야 할 지방정부 행정
  • 춘천사람들
  • 승인 2019.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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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은 고소·고발이 많은 나라라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과만 비교를 해도 인구 1인당 법정 쟁송비율이 수배에 이른다고 한다. 조직 간이나 사인 간에 분쟁이 생길 경우, 회의나 대화를 통해 타협하거나 합의에 이르기보다는 사법부의 판단에 호소하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큰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성격이 너무 급해 말하고 타협할 시간을 참지 못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국내·외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사회의 ‘빨리빨리’ 문화에 근거를 둔 추론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경향성 탓이라고 할 수도 있다. 조선시대 당파 싸움이 생각이 다른 정파를 이해하고 설득하려고 하기 보다는 제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는 역사적 경험에 바탕을 둔 추론이다. 말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회가 최근 선거법, 검찰 개혁 관련 법안 상정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한 끝에 상대 정당 의원들을 고소·고발한 사실이 이런 추론의 타당성을 입증해주는 사례다. 국회 선진화를 명분으로 소를 취하하는 등의 타협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성적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게 하는 큰 바탕일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추론해볼 수 있겠지만 한 가지 공통성을 찾는다면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이나 세계관 역시 나와 같은 무게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이나 세계관이 나와 똑같이 가치가 있고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함께 만족할 방법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 

모든 시민이 서로를 존중한다면 그 사회는 아름다운 사회다. 합의에 잘 이르러 분쟁이 없기도 하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존중받으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최문순 강원도 지사가 밀어붙이는 레고랜드 건설에 대해서는 시민사회가 뜻을 모아 다양한 죄목을 들어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레고랜드 중단촉구 문화예술인, 춘천시민·사회단체, 제 정당, 범시민 대책위’는 지난 13일 강원도청 앞에서 ‘혈세낭비 레고랜드 수사 촉구 검찰 고발’을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름다운 강원도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아름답지 못한 상황이 왜 만들어졌을까? 레고랜드도 기본적으로 개발 사업인 만큼 대한민국에서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검은 거래가 없지 않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고 이에 의한 상황 전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도민 누구도 안중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큰 경제적 이익에 눈이 멀어 벌어진 일이라고 보는 의구심이다. 이 정도 되면 범죄이기 때문에 아니길 바랄 뿐이다. 금전적 이익을 노려서가 아니라면 도민들을 무시해서다. 

‘많이 아는 내가 여러 가지로 알아보니 이 사업은 도민들을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당신들은 닥치고 따라오라’는 생각을 가진 결과다. 범죄는 아니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더 안타까운 일은 관련 자료나 문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비판과 숙의가 불가능하도록 만들면 함께 가는 세상을 만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범죄가 스며들 소지가 생기게 된다. 실제로 레고랜드 추진과정에서 한 공직자가 뇌물 사건으로 법원에서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문순 지사를 포함한 강원도 공무원은 도민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태도로 레고랜드 문제를 협의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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