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독후감상문대회 수상작

가을 햇살이 도서관 창문으로 환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목백합 나뭇잎 사이로 투명한 바람과 새소리도 들려온다. 모둠 잭상 위에는 꽃망울을 막 터트리는 소국 화분들이 은은한 꽃내음을 풍긴다. 잔잔한 음악이 도서관에 들어서는 내 마음을 한없이 편하게 해준다. 9월의 마지막 날 ‘책, 세상을 열다-낭독이 있는 오후’  독서 행사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 되어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라는 책이 또한 그랬다. 행사에 참가한 50여 명의 학생들과 선생님, 어른들의 목소리가 친구들의 다양한 책 읽는 소리에 섞여 다채로운 소감문처럼 들려왔다. 혼자서 묵독하며 읽을 때의 감동과는 또 다른 가슴 찡한 순간들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나는 때때로 연우라는 아이는 물론, 또롱이, 모리, 크레마, 마루, 레오  고양이, 그리고 진국이와 복동이 개들이 되어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켰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연우 이야기’에 마음이 머물러 천천히 읽었다. 연우가 키우는 복동이라는 개가 언젠가부터 상태가 안 좋아 보여 병원을 데려갔더니 병에 걸렸고, 이미 빠르게 병균이 퍼져서 수술도 못한다고 한다. 연우와 아빠는 복동이가 마지막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집으로 데려와 이별을 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같이 살고 지내며 가족 같은 존재로 생각했을 텐데 어떻게 그걸 지켜보면서 보내고 싶을까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가며 나는 어느새 연우의 마음이 충분히 헤아려졌다. 복동이를 그동안 지내던 곳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주고 싶었던 가족의 마음을 알았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아빠와 연우는 얼마나 더 힘들까 헤아리는 순간 나는 진심으로 연우의 마음이 되어 함께 슬퍼했다.

복동이가 죽고 난 후 몇 주 동안 계속 아프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힘들어 하는 연우의 모습은 너무 가슴 아팠다. 계속 악몽을 꾸고 죽은 엄마의 모습까지 계속 떠올리고 이별이 정말 얼마나 힘들까? 나는 아직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는데도 이렇게 슬픈데 당사자인 연우는 어땠을까…. 나에게는 저런 일이 평생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당연히 언젠간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나겠지?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또 얼마나 더 연우의 마음이 되어야 할까 생각하며 슬펐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작가의 말은 고요하고 강한 울림이 되어 내 마음 속 깊이 메아리쳤다.

낭독이 있는 오후, 소리 내어 다함께 책을 읽으면서 혼자 읽으며 놓쳤던 더욱 많은 장면들을 떠올리며 느끼고 생각했다. 동물도 인간과 같이 섬세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도 다시금 깨달았고, 동물과 사람은 생각 이상으로 더 깊은 사이라는 걸 진정으로 느꼈다. 그래서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앞으로 나아가 마지막 장면을 낭독했다.

“나는 다시 고양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니,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라 슬픔과 아픔을 나누는 법을, 기억하는 법을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작품을 쓰기 전과 쓴 뒤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귀가 더 열리고 마음이 열렸다. 그것은 순전히 말의 힘, 소통의 힘이다. 나는 그 힘으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라는 작가의 말을 또박또박 천천히 읽으며 내 마음 깊은 곳에 새겼다.

임서영(봄내중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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