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예고된 인재” 규탄성명
“국방부, 부실 정화작업 책임지라” 촉구
춘천시, 전면 재조사·정화작업 실시키로
“시 예산 우선 투입한 뒤 국방부에 청구”
부지 내 시민복합공원 조성 지연 불가피

춘천 캠프페이지 기름 오염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춘천시는 지난 6일 캠프페이지 개발을 위한 문화재 발굴 과정에서 기름띠가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부지 내 기름 오염이 최대 기준치의 6배를 넘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는 과거 오염 정화 작업을 진행했던 국방부와 농어촌공사의 책임을 묻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춘천 경실련 등 1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국방부가 농어촌 공사에 위탁해 시행했던 오염정화 작업의 부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근화동 캠프페이지 전경.        사진 제공=춘천시

◇ 토양 오염도 조사결과 : 시정부에 따르면, 캠프페이지 부지 내 봄내체육관 인근 토양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오염도는 학교와 같은 지역(1지역)에 적용되는 기준치(500㎎/㎏)보다 5~6배나 높게 나타났다. 깊이 2m 토양 오염도는 기준치의 5배인 2천618㎎/㎏, 깊이 3m의 오염도는 6배인 3천83㎎/㎏이었다. 

오염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지점은 과거 조사에선 기준치 미만으로 나왔던 부지다. 시정부는 “2012년에는 1m 깊이에서 토양오염 조사가 이뤄졌다“며 “이번에는 2∼3m까지 깊이 파서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석유계 총 탄화수소(TPH)’는 등유, 경유, 제트유, 벙커C유 등 유류로 오염된 시료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번 캠프페이지 기름오염 사건에서 표본으로 채취한 토양이 TPH 시료이다. 

TPH 외에 휘발유에 포함된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등 4개 성분의 시료 분석도 이루어졌다. 벤젠은 혈액암 등 발암 물질로 분류된다. 톨루엔은 신경계통을 손상시키며 두통과 어지럼증, 구토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번 조사에서 이들 BTEX 성분은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미달로 나타났다.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인 TPH의 검출에 따라 캠프페이지 부지에는 봄내체육관, 꿈자람어린이공원 같은 시설이 있어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병철 춘천시 교통환경국장은 “오염물질 검출지역에 대한 정화작업을 하겠다”며 “우선 춘천시 예산을 투입한 뒤 국방부에 청구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시민사회단체 반응 : 춘천시민연대, 춘천 경실련 등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공동 성명을 통해 “캠프페이지의 기름오염은 예견된 인재”라며 2012년에 부실하게 정화작업을 했던 국방부와 농어촌공사를 성토했다.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는 “캠프페이지는 2005년 반환 무렵부터 이미 기름 오염 의혹이 제기됐던 곳”이라며 “당시에도 전체면적의 약 8%에 달하는 부지에서 기준치의 100배가 넘는 석유계총탄화수소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등 BTEX 성분의 오염이 확인된 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는 “2011년에 이미 오염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국방부는 시민단체들의 출입을 막고 현장을 통제하는 등 정화작업보다는 환경오염을 감추는데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방부와 농어촌공사는 부실 정화와 오염 사실 은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즉각 전면 재조사를 실시하고, 정화작업 비용 전액을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네트워크는 “춘천시민들은 캠프페이지 부지에 시민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10년 동안 수천억 원의 혈세를 투입했다”며 “기대와 기다림이 무산된 시민들의 허탈감도 국방부와 농어촌공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는 춘천시에 “일말의 의혹도 남기지 않을 전수조사와 완벽한 정화작업 ”을 촉구하며 “정화작업 방법 등 모든 절차와 내용, 현장 공개”를 요구했다.

◇ 시민복합공원 조성 : 캠프페이지 기름오염으로 재조사·재정화 작업이 불가피해 짐에 따라 부지 내 조성을 추진해온 시민복합공원 개발은 지연될 전망이다.

시정부는 캠프페이지를 시민복합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부지를 도시관리계획상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고 지난해 지형도면을 확정·고시했다. 세부조성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국비 150억 원이 투입되는 ‘미세먼지 차단 숲’은 추진 단계에 있다.

시정부 관계자는 “문화재 조사가 이뤄진 후 2022년 쯤 시민복합공원 개발을 시작할 예정이었다”며 “전수조사와 정화작업을 거쳐 문화재 발굴까지 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춘천 캠프페이지 오염논란 약사

캠프페이지(67만여㎡)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군수품을 공급하는 미군기지 활주로로 건설됐다. 

2005년 폐쇄된 뒤 국방부는 유류저장시설 부근을 중심으로 오염도 조사를 벌여 6만여㎡가 오염됐음을 확인했다. 

국방부로부터 추가 조사를 위탁받은 한국농어촌공사는 2009년 9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추가조사와 더불어 환경정화작업을 벌였다. 정화작업은 38개월 동안 토양경작법과 저온열탈착법, 양수처리 방법 등을 활용해 이뤄졌다. 이후 2012년 국방부는 캠프페이지 환경오염정화 완료 검증 및 준공 보고서를 춘천시에 전달했다.

2011년 12월 춘천시에 제출된 반환미군기지 정화검증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국농어촌 측은 195억 원을 들여 총8만7천826㎡의 토양을 정화했지만 최근 오염도가 기준치를 초과함에 따라 부실 작업 논란에 휩싸였다.

춘천시는 2012~16년 1천200여억 원을 들여 국방부로부터 캠프페이지 터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춘천시는 캠프페이지 터 개발을 위해 문화재 발굴조사에 나섰지만, 오염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추진하던 시민복합공원 조성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성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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