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원 연구자, 지난 3~4월 주민·청년 등 심층 면접
약사리 문화마을 도시재생프로그램 한계와 청년참여 방안
‘손뜨개’ 등 남녀노소 쉽고 재밌는 참여프로그램 제안

강원지역 시민연구자 20개 팀이 ‘2021 소소한 동네연구-강원’에 참여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최근 결과 공유회를 마쳤다. 이에 춘천지역 7개 팀의 연구 결과를 매주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도시재생프로그램 지속가능성, 왜 낮을까?

약사리 문화마을은 과거 약사 풍물시장과 중앙시장을 잇는 지역 상권의 중심지였지만 90년대 이후 점차 쇠락해왔다. 이후 2017년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공유·공생·공감 약사리 문화마을 만들기’라는 사업명 아래 문화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신지원 씨는 약사리 문화마을 도시재생프로그램에 청년참여 활성화를 고민했다.

사업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생학습 공간 만들기 및 주민 공동 이용시설 조성, 육림고개 골목상권 및 청년창업 활성화, 마을 탐방로 조성, 안전한 마을 조성, 녹색마을 만들기 지원, 공동체 활성화 사업, 집수리 등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제는 도시재생 사업 종료 이후의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지원(33·석사동) 씨는 근화동396청년창업공간에 입주해 있는 청년 예비창업자이다. 그는 지난해 약사리 문화마을 도시재생프로그램 중 ‘손뜨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6주간의 수업에 참여하면서 약사리 문화마을에 정이 들고 도시재생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했다.

신 씨는 “손뜨개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손뜨개 모임을 계속 이어나갔다. 모임 참여 희망자를 모으고, 서로의 손뜨개 작품도 공유하고,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지려고 계획했으나 코로나 확진자 증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운영할 역량 부족, 관심과 참여도 하락 등의 이유로 4회차까지 진행 후 해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6주간의 약사명동 도시재생대학 전문특화과정과 4회차의 주민 모임에 참여하면서 약사리 문화마을의 가능성과 어려움을 알게 됐다. 도시재생으로 펼쳐진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경험한 마을 주민들은 마을 활성화 의지와 수익 창출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스스로 운영을 지속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약사명동은 주민의 고령화 등 인적자원의 부족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약사명동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은 쇠락한 지역을 대상으로 실행되기에 주민 수도 적고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 인적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역 청년들과 마을 주민이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연구 취지를 전했다.

심층 면접 조사로 동네연구

신 씨는 지난 3~4월 마을 주민 3인, 약사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직원 2인, 지역 청년 6인 등을 모집하여 심층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신 씨는 1차 심층 면접 조사에서 △도시재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도시재생 이후 좋아진 점과 아쉬운 점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했던 계기와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 △지속가능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지원이 필요한 부분 △참여 또는 기획하고 싶은 프로그램 등을 물었다.

이후 지역 청년들과 진행된 2차 심층 면접 조사에서는 1차 심층 면접 조사를 바탕으로 △각 주체가 서로 밀접하게 연계될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인지 △주민과 청년 참여(관광객, 지역 청년)를 높일 방안 등을 묻고 정리했다.

신 씨는 지난 6월 ‘소소한 동네연구’ 성과확산공유회에서 손뜨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주민, 청년, 담당자들이 전한 이야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마을 주민들은 도시재생 이후 좋아진 점으로 ‘주거환경개선’, ‘마을 정비’ 등 마을 환경의 물리적인 개선을 긍정적으로 꼽았다. 아쉬운 점으로는 ‘국고 손실’, ‘주민 소통의 어려움’, ‘다양한 프로그램 중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할 만한 대표 프로그램이 선별되지 못한 점’, ‘지속적인 수익 창출의 어려움’ 등 소통과 운영에 관련된 내용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도시재생 사업 참여 계기로는 ‘동네 주민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마을 활성화’라는 답변이 많았다. 이밖에도 ‘약사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더 적극적인 운영 지원’, ‘프로그램 결과물들이 많이 흩어져 있음’ 등을 지적했다.

현장지원센터 직원들은 도시재생 이후 좋아진 점으로는 ‘마을 정비 사업’, ‘도로포장’, ‘집수리’ 등 물리적 환경 개선을 꼽아 주민 참여자들과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수익 창출’과 ‘주민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익 창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마을에 사업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한 게 아니라 사업화해서 운영해나갈 역량 있는 사람이 부족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담당할 외부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결국,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마을의 물리적인 환경 개선보다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주민역량 강화, 인적자원이 절실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 씨에 따르면 지역 청년들은 대체로 ‘도시재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림고개나 조운동에서 진행했던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더라도 그것이 도시재생프로그램으로 열렸음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도시재생과 연관된 키워드로는 ‘노후화된 도시’, ‘단절’, ‘옛것’, ‘골목’, ‘동네’ 등을 언급했고,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는 ‘홍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청년들은 약사리 문화마을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육림고개에 가까이 있음을 꼽았지만, 도시재생프로그램 참여 계기가 홍보를 접하고 참여한 것이 아니라, 육림고개나 지하상가 방문 시 우연히 알게 되어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참여 계기로는 ‘재미’, ‘호기심’, ‘유익함’을 꼽아서 마을 주민분들과 참여 계기가 다르게 나타났다. 

참여도와 관련해서 “참여 의사와 별개로 청년들이 마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엔 시간이 없다.”, “평일 낮 프로그램은 참여가 힘들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기타로는 “재미있었음에도 참여자가 많지 않아 지속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적어 보였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희망하는 프로그램으로는 ‘미술공예 분야’, ‘참여형 프로그램’, ‘수익 창출 프로그램’ 등 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담아내는 프로그램을 희망했다.

1차 심층 면접 조사에서 주민과 지역 청년은 희망하는 프로그램으로 ‘미술공예 프로그램’, ‘참여형 프로그램’, ‘수익 창출 프로그램’ 등을 많이 언급했다. 도시재생 구역 방문은 약사리 문화마을보다 육림고개 방문 및 경험이 높았다. 2차 심층 면접 조사에서는 ‘미술공예 프로그램’과 ‘수익화 프로그램’의 연계 가능성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으며, 무엇보다 마을 주민과 청년 모두 수익 창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신 씨는 참여확대를 위해 ‘손뜨개’ 같은 공예프로그램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도시재생에 청년참여를 높이려면?

신 씨는 연구보고를 통해 도시재생에 청년참여를 높이려면 △마을 프로그램 운영 방식 개선 △마을 거점 공간의 개방 △공동체 소속감을 느끼며 지속적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씨는 마을 프로그램 운영 방식 개선의 경우, 참여에 대한 부담감과 참여할 수 없는 환경을 지적했다. “특정 이벤트 외에는 마을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평일 오전과 오후 시간대에 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 생활과 직장인, 관광객들이 희망하는 시간대를 조사해 마을 프로그램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을 거점 공간 활용에 대해서는 “공유공간의 경우 사용자를 마을 주민으로 한정 짓지 말고 지역 청년과 시민 모두에게 개방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마을에 유입시킬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거점 공간이 개방되면 마을에 대한 관심도와 프로그램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마을 주민이 선호하는 사용시간대를 조사하고 주민사용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운영한다면 동네 주민과 다른 동네 주민 간의 마찰은 줄이고, 거점 공간의 활용도도 높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장기적인 참여가 부담스럽다는 의견과 함께 프로그램 운영 횟수나 기간이 일회적, 한시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부담 없이 단기간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별개로 꾸준한 참여를 통해 마을을 깊게 이해하고 애착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신 씨는 “조사를 통해 도시재생 지역 마을과 청년이 연계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빈집을 고쳐 새로운 공간을 꾸미고, 새로운 거점 공간을 지어도 정작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지 않는다면 다시 빈집이 될 것이다. 마을 활성화와 수익 창출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도 대상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 주민 특히 청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면접 참여자들은 ‘미술공예’, ‘참여형’, ‘수익 창출’ 등에 관심이 높았다. 그런 점에서 어르신, 청년, 어린이까지 누구나 쉽고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손뜨개’ 같은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도시재생에 있어서 지역 청년참여의 필요성에 대한 ‘정량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와 ‘춘천 실정에 맞는 청년참여 활성화 방안’ 등 보다 더 전문적인 후속 연구는 지역 대학 등 관련 전문가에게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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