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반려동물협동조합 조윤호 이사장
(주식회사 플래그홀딩스 대표)

사실 인터뷰하기가 망설여졌어요. 코로나 이후 활동이 뜸해졌기 때문이에요. 코로나 때 다들 생업이 힘들었기 때문에 활동이 어려웠다가 다시 현재 회복 중인데 올해 여름부터 활동을 재개할까 생각 중입니다.

네이버 카페 ‘춘천시 강아지들의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어요. 이유는 단순해요. 함께 목소리를 내면 개인이 내는 것보다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지금은 29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주로 반려동물을 기르시는 분들, 또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죠. 현재 소통의 도구가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면서 카페 활동보다는 메신저 모임을 통한 활동이 활발합니다.

코로나 이전 활발히 활동했던 ‘춘천시반려동물협동조합’, 올해 여름부터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사진 제공=춘천시반려동물협동조합

협동조합을 만들 시점까지만 해도 춘천은 반려동물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았어요. 2020년에 춘천을 반려동물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포하면서 반려동물 문화가 많이 정착된 것 같아요. 물론 일반 시민들은 ‘반려동물 도시를 선포하고 뭐 하는지 모르겠다’, ‘왜 쓸데없는 사업만 하나’, ‘반려견 놀이터는 왜 그렇게 먼 곳에 지었나’ 비판하기도 하죠.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느꼈어요. 뭔가 하루아침에 완전히 변할 것 간은 기대가 있었죠. 하지만 가까이에서 목격한 것은 담당 부서에서 정말 열의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에요. 지자체는 기업이나 개인 등 민간과 달리 조례 등등해서 제약이 많잖아요. 가령 공원에 반려견 놀이터 하나를 짓는 것만 해도 일반 시민의 시각에서는 울타리 하나만 치면 되는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원법 등의 저촉을 받거든요. 반려견 놀이터가 신북에 지어지면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런 측면을 고려하면 또 거기밖에 지을 곳이 없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개인적으로는 용인시 모델을 찬성하는데 용인시는 많은 부분을 민간에 위탁하고 있어요. 용인 동물보호센터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가 엄청 많아요. 많은 반려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죠.

공무원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정말 고생하시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민원이 너무 많아요. 아마 하루만 거기 있어 보면 느껴질 거예요. 특히 길고양이에게 급식을 하는 분들, 소위 ‘캣맘’을 둘러싼 갈등이 쉬지 않고 일어나요. 일반 시민분들은 시청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대한 경계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동물과 관련된 일이면 무조건 전화를 하더라고요. 실제 공무원 몇 분은 지나친 민원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시민들이 그분들의 노고를 이해하고 배려했으면 합니다.

민간인이지만 춘천시와 반려동물 관련한 사업을 함께 해본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몇 년 만에 이렇게 빠르게 변화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불과 2~3년 만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물론 2020년 비전 선포식에서 제시했던 비전들 중에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있어요. 플렛폼 구축이나, 특화산업단지 조성 등은 현실화되지 않았죠. 하지만 반려동물산업이 워낙 각광을 받고 타 지자체에서도 뛰어들다 보니 유치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고양시나 용인시와 비교하자면 당장 평지만 해도 춘천이 훨씬 좁잖아요. 정량적 평가에서 불리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반려동물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더 존이라는 기업이 있다는 점, 또 대학교 수의학과와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자산입니다.

춘천이 진짜 반려동물의 도시가 되려면 지자체의 가시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무엇보다 반려동물 문화 정착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지에서 사람을 끌어오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서는 안 돼요. 그보다는 춘천에 거주하는 반려인과 반려동물, 관련 사업 종사자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타지에서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고 봐요. 

개인적인 경험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현재 시바견 두 마리를 키우는 반려인인데 원래 춘천 사람이 아니에요. 지금 춘천에 살고 있는 이유는 개를 키우기 좋은 동네라는 판단 때문이에요. 원래는 분당에서 살고 있었는데 지인을 만나러 몇 번 춘천에 왔다가 공지천과 공원 등을 보고 4년 전에 춘천에 눌러앉게 됐어요. 순전히 개와 함께 살기 좋았기 때문인 거죠. 제가 하는 디자인 일이 컴퓨터만 있으면 별로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지만요. 아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반려인들은 이사할 때 제1순위로 고려하는 것이 반려동물이거든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이 바뀌어야 해요. 하지만 강경하고 급격한 운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생각해요. 가령 개고기 불법 도축과 관련한 시위가 몇 년 전에 춘천에서 열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 다수가 춘천사람이 아니었어요. 수당을 받고 모인 소위 시위꾼들이었죠. 그런 방식은 반려인과 비반려인들의 반목을 심화시킬 수 있어요. 그보다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반려인은 개를 무서워하는 시민을 이해해야 하고, 반려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죠. 간극을 조금씩 좁혀 나가면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요. 아마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죠.

박종일·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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