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경 기자
김애경 기자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 창밖을 내다보며 출근할 때 마스크를 쓸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 

엉금엉금 침대에서 빠져나와 창문을 열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이미 호흡기관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파란하늘을 만나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진 기분이다. 아침 모닝콜처럼 연일 미세먼지 경보가 울려댔다. 봄철 중국 발 황사 문제만 걱정하던 ‘좋은시절(?)’은 이미 먼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분지형인 춘천에서 그나마 바람 길이 돼 주었던 남쪽에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공기 중에 미세먼지가 체류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에는 아직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저감 경보를 발령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나선 사람들의 모습은 일상 속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이제 산소를 사 마시는 시대가 오는 거 아니야?’ 하는 의문도 더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중국에서는 3L짜리 캐나다산 공기 1캔 1만3천500원, 허난성 산 속 공기는 1봉지 1천600원에 거래된다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기사가 포털을 점령하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연구진이 지난해 미국 화학 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초미세먼지로 전 세계 인류의 기대수명이 평균 1.03년 단축됐고, 대한민국은 약 0.49년 단축됐다고 한다.

미세먼지의 습격은 예고도 없고, 방어도 어렵다. 고스란히 노출된 채 얇은 마스크 하나에 의지해 두려운 마음을 다독일 뿐이다.

호반의 도시, 청정도시로 이름난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붉게 표시되는 날이 많다. 이런 상황에 연달아 터지는 폭죽이 불안한 것은 나뿐일까? 춘천에서는 크고 작은 축제마다 수변 하늘을 향해 대형 폭죽을 쏘아 올린다. 하루 저녁에 터지는 폭죽 비용은 적게는 수 억원에서 많게는 수 십억원에 달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연구진이 처음으로 중국에서 쏜 폭죽 연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중국의 ‘춘절’기간 동안 한반도 대기 성분을 분석한 결과, 불꽃놀이 폭죽과 한반도 초미세먼지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폭죽의 색상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바륨, 스트론튬 등 금속 염이 낙진에 함유돼 있다는 논문도 이미 나와 있다. 바륨 중독은 기도를 수축해 천식과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 

오는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1주년을 맞아 춘천의 수변 밤하늘에 불꽃놀이가 펼쳐질 예정이다. 불꽃 없는 축제가 언제까지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사항으로 치부되어야 하는 걸까? 건강한 축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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