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미디어에서 자주 쓴 탓만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몇천 명에 이른다는 소식이 어느 정도 설명하고 있듯이 사람들의 생활 속에 우울감이 상당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통계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인사로 나누는 ‘힘을 내자’던가 ‘이기자’라고 하는 말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고, 위축돼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주민을 직접 마주하게 되는 지방 정부에서 코로나로 힘든 마음을 달래 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일은 매우 필요하다. 발 빠른 여러 지방 정부에서는 이미 그런 일을 시작하고 있기도 하다. 춘천은 어떨까? 시민들이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알아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널리 알려야 할 프로그램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취재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돌아온 답은 ‘특별한 내용이 없다’였다. 시정부가 하는 일을 수집해 외부에 알리는 부서의 답변이었다. 혹시 춘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센터)로 문의하면 요구하는 내용과 관련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을 덧붙였다. 

불행히도 센터의 답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딱히 특정할만한 내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코로나블루에만 해당하지는 않지만, 정신상담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과 우울증 완화와 자살 방지를 위한 뮤지컬 <메리골드>가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다는 안내 정도가 돌아온 답변의 전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며칠, 몇 달 안에 코로나 사태가 끝난다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의학계의 전망은 그렇지 않다. 내년에도 언제 코로나의 세계적 대 유행이 끝날지에 대해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 타인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늘 의심해야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상황, 실직을 당했거나 당할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우울감을 키우기에 최적의 조건인데 코로나에 특화된 프로그램이 없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춘천에 코로나블루 관련 프로그램이 없지 않다. 없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제법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다. 센터의 경우 ‘슬기로운 마음 방역 생활’이라는 대주제 아래 정서 관리 및 가족 기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가정의 달과 추석 맞이 행사도 프로그램의 목적으로 진행했다. 부모 돌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나’라는 독서프로젝트도 시행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센터는 코로나19 극복 우수사례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춘천시 보건소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건강걷기 강 따라, 건강하길’이라는 프로그램을 지난 12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코로나블루와 관련하여 춘천시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는 하고 있는 일을 자신들도 모르고 시민들도 모르게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는 것과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아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그 일을 누려야 할 사람들이 몰라서 하지 않거나 해도 제대로 성과가 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면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시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종합하는 일과 이를 제대로 된 개념 아래 묶어 프로그램 전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알리는 일에 조금 더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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