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춘삼이가 캑캑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정도가 점차 심해지더니 허연 침을 토하듯 뱉기 시작했다. 걱정이 돼 다음날 병원에 데리고 갔다. 알고 보니 에어컨을 틀어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생긴 일이었다. 습도에 민감한 반려견은 여름철에 이런 일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큰 병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원인을 알기 전에는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말을 할 수 없으니 마치 어린 아이가 아플 때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에어컨의 온도를 높이고, 제습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증상은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런데 또 이틀 전부터 다시 캑캑거리기 시작했다. 병원에 한 번 다녀온 터라서 그러려니 하고 증상이 나아지기를 기다렸지만 정도가 점점 심해져 갔다. 밤새 캑캑거리더니 아침에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더 심해졌다. 다시 한 번 병원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런 위액과 함께 무언가를 게워냈다. 내용물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사람의 머리카락 뭉치였다. 쓰레기통이나 욕실에 뭉쳐져 있는 머리카락을 삼킨 것이었다.

원인을 알게 돼 시원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웠다. 밤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사람들은 늘 고통을 두려워하며, 피할 궁리를 한다. 또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고통을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탈 같은 건 금세 잊어버리고 꼬리를 흔들며 간식을 달라고 달려드는 춘삼이가 한편 부럽기도 했지만 말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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