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이중적 폐쇄성…파격의 상상·실천 필요

한국사회는 재생산 위기단계로 접어들었다. 그 중심에는 주택문제가 놓여있다. 산업화 시대의 한국사회는 노동자로 고용된 남성이 가족을 대표해 생계를 책임지고 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사회복지의 공백을 메워왔다. 하지만 청년세대의 수입만으로 주택구입이 불가능해진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 이제 종전의 사회재생산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아파트단지의 과거

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우리집’과 ‘우리단지’라는 이중적 폐쇄성을 지닌다. 

2020 춘천인문학교 ‘한국사회와 아파트:과거와 현재, 미래’가 지난 17일 커먼즈 필드 춘천에서 열렸다.

1970년대 모델하우스 등장으로 방과 거실, 베란다 같은 현관문 안의 가족중심 공간만을 아파트 생활공간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것이 단지 내부의 이웃관계에 무관심한 ‘가구단위의 폐쇄성’을 만들었다. 1970년대 생겨난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단지를 외부와 분리시켜 영역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주변도시 공간으로부터 단절된 ‘단지 단위의 폐쇄성’이 생겼다. 

아파트단지의 현재

아파트 단지 내 잘 꾸며진 산책로와 공원 같은 조경공간을 즐기지만 이웃이나 아파트단지 전체의 현안에는 무관심해졌다. 공간구조상 타인과 직접 마주할 일이 최소화되게 설계되며 조밀한 공간에서의 인지적 과부하를 처리하기 위한 거리두기가 생겨난 결과다. 아파트단지 생활에 좋은 점도 있다. 편리하고 살기 좋으며 범죄로부터 안전하다.

아파트단지의 미래

아파트에서 태어난 세대에게 아파트는 고향이 되었다. 아파트가 재개발되면 고향이 파괴되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아파트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며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수십 년 사이에 고향의 이미지가 변한 것이다.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실천운동이 등장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아이디어와 사회적경제 기업의 역량을 모으려는 ‘서울시 사회적경제아파트’ △소비자가 직접 공급과정에 참여하고 입주민 커뮤니티 조성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동체 형성을 유도하는 ‘협동조합과 결합한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한민국 사회는 아파트와 관련한 다른 형태의 상상과 실천 없이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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