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나톨리아 동부 대부분을 아우르던 콤마게네 왕국은 BC 2세기부터 약 2세기 동안 유지되던 왕조다. 콤마게네 왕국의 성소가 있던 넵루트산은 콤마게네 왕국의 정신적 중심지였다. 전성기 콤마게네 왕국의 안티오쿠스 1세는 스스로 신이라 칭했고 죽어서 해발 1천200미터 넵루트산에 묻혔다. 신전이자 무덤인 넵루트산 남쪽에는 8~9m나 되는 거대한 석상들과 제단을 만들었고 동·서·북쪽에는 테라스를 두었다.꼬불꼬불 가파른 산을 넘고 또 넘어 발아래 엄청나게 많은 산들이 내려다보이는 넵루트산 주차장에 겨우 도착했다. 넵루트산에서 바라보는
김병찬은 춘천 출신의 영상제작 프로듀서다. 한림대 디지털미디어콘텐츠 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공급하는 ‘플로잉미디어’에 재직 중이다. 수자원공사에서 실시한 영화공모전에 ‘바다에게’라는 제목의 독립영화를 출품한 경력이 있다.그에게 춘천은 끝없는 청춘과 같다. 태어나 지금껏 살아온 곳이고,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춘천사람이다. 그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그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친구 들을 통해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 언제나 변함없이 아름다운 공지천의 노을을 닮은 춘천은, 그래
‘귀안歸雁’은 고향을 떠난 시인 두보가 지은 망향 시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첫 설을 보내자니 새삼스레 두보의 시가 가슴에 닿는다.봄에 와 있는 만리 밖의 나그네는 난이 그치거든 어느 해에 돌아갈까 강성의 기러기 똑바로 높이 북쪽으로 날아가니 애를 끓는구나친정어머니는 갓난아기일 때 외할머니의 품에 안겨 만주로 이주했다. 노년을 우리 집에서 보내신 외할머니와는 추억이 많다. 중국은 시어머니를 모시는 집도 있지만,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집도 많다. 외할머니는 공무원으로 일과 살림을 병행하는 어머니 대신 살림을 맡아주셨는데 명절
바투미는 흑해 주변에 있는 조지아 최고의 휴양도시다. 새해를 코앞에 두었지만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 끝이 훈훈했다. 바투미는 조지아 어떤 도시와도 달랐다. 마천루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국제도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따뜻한 바투미에서 쉬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튀르키예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조지아 정교회 크리스마스는 1월 7일이었다. 아쉽지만 크리스마스에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인 튀르키예를 향해 국경을 넘었다.우리처럼 자동차로 유라시아를 여행 중인 지인이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하라며 바투미에서 만났던 룩자르 씨를
홀로코스트 하면 190명의 유대인 고아 어린이들 손을 잡고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부터 트레블링카 절멸수용소에서 연기로 사라질 때까지 죽음의 행진을 함께한 소아과 의사이자 저명한 아동문학 작가 야누슈 코르착이 떠오른다. 유럽의 상처,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학살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홀로코스트. 홀로코스트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고 유럽여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일 바이마르에서 부헨발트 기념관 가는 초저녁,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홀로코스트 영화 배경처럼 으스스함을 더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부헨발트 강제수용소
오항리 가는 길에 마주친 풍경. 겨울 산허리에 유난히 하얀 몸으로 무리 지어 있는 은사시나무들. 소양강댐이 생기면서 춘천의 섬 아닌 섬이 된 마을. 북산면 오항리에는 어릴 적 이야기가 듬성듬성 묻어있다. 지금은 배후령과 추곡 터널을 지나면 40분 정도 걸리는 길이지만, 어릴 적 추석 성묘 가는 길은 화천 오음리를 지나 추곡령을 넘어 운수골을 지나던 구불구불 비포장 산길을 한참 가야 비로소 오항리 농협 저장고가 나타났다. 이렇게 버스를 타고 가기도 했지만, 소양강댐에서 오항리 나루까지 배를 타기도 했다. 소양강댐이 생기기 이전은 내가
가랑비 내리는 사파의 아침은 모처럼 안개가 걷혀 오롯이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옷을 입고 나서니 맞아도 아주 괜찮을 만큼 날리는 가랑비다. 친구가 발리 램푸앙 사원에 있는 ‘하늘 문’ 사진을 꺼내며 사파에도 이런 곳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바로 호텔 아래쪽에 ‘모아나’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작은 공원 크기의 모아나는 사파의 포토 존이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마을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그네 하나가 매여 있다. 비에 젖은 피아노가 있어 가까이 다가가니 모형 건반이다. 그리고 “MOANASAPA”라는 큰 구조물 글씨가
한서우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보완하기 위해 메이크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 특수분장사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그는 특수분장이라는 분야 속 다양한 세계를 거침없이 누려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도전 정신은 언제나 단단한 용기가 된다. 꿈꿀 용기, 시작할 용기, 이뤄낼 용기….그가 실천하는 특수분장은 마치 화수분 같다. 특수분장은 인체에 해로운 각종 화학 재료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서 ‘어떻게 하면 해롭지 않은 분장을 할 수 있을까?’, ‘환경을 보호하는 재료는 뭐가 있을까?’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최근 두 번째 시집 《Mrs. 함무라비》를 출간한 최수진 시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1년 ‘시와 소금’ 계간지를 통해 등단한 후 첫 시집 《산채비빔밥과 몽키 바나나》에 이어 연달아 발표한 이번 시집에는 최수진 작가의 열정이 유난히 가득 담겨 있는 것 같다.만나서 반갑습니다.안녕하세요. 저는 춘천에서 시를 쓰고 있는 최수진입니다. 춘천이 고향이고 직장생활 때문에 서울에서 지낸 시간을 제외하면 삶의 대부분을 춘천에서 살았습니다. 북한강 강변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 두 번째 시집에
핀란드는 ‘호수의 나라’라고 많이 들었는데 과연 듣던 대로였다. 헬싱키에 들렀다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내내 조그만 연못 크기에서 바다처럼 어마어마한 호수까지 호수가 끝없이 이어졌다.핀란드에는 또 숲이 많다. 침엽수도 많지만, 특히 자작나무 숲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마을 주변에도 자작나무는 흔하다.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금돈이 반짝이는 느낌이다. 자작나무와 함께 눈에 많이 띄는 나무는 마가목이다. 마침 핀란드를 방문한 시기가 가을이라 열매가 빨갛게 익은 마가목이 너무 예뻤다. 마가목은 단풍도
늙음아, 너 늙음을 알아? 알지. 때라는 걸. 누군가 그랬어. 때를 알면 삶이 보인다고. 또 누구는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어. 늙은이는 저녁노을에서 나를 보는 사람이야. 어디쯤인지 빨갛게 물드는 노을에서 나를 보기도 해. 지난 걸음걸음에 무엇을 심고 어떤 얘기를 쓰며 여기 왔는가. 보람을 심었다면 자랑스러움이 자랐을 거고, 그저 생각 없이 왔다면 부끄러움이 가득하겠지. 어쩌다 부끄러운 자리에 선 걸 보거든 씁쓸한 눈물 한 방울 툭! 잊어버려. 지난날에 잡히면 오늘이 무거워. 새로운 오늘을 보람있게 살아. 다
가을이 시작되었음에도 아직도 낮 기온은 만만치가 않다. 기후위기라는 말을 들을 때마나 저눈가들이나 말하는 남의 일처럼 여겼는데, 이제 일상에서 피부에 와닿는 소식들을 들으니 문득 등골이 서늘하다.우두동은 소양3교 아래 상고대가 아름다워 사진 전문가들의 출사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두동에 몇 해 동안 눈은 오지 않고 날씨도 춥지 않아서 소양강 상고대에도 하얀 새의 깃털 같은 꽃은 피지 않았다. 눈이 오지 않은 겨울에는 우두동의 잎들은 조락하여 그 뿌리로 돌아가 숨 쉬고 꿈틀거리고, 끊임없이 수액을 마시고, 때
문화와 예술의 도시 춘천, 그 중심에 축제가 있다. 춘천 곳곳의 이슈와 삶을 전하는 ‘생생리포트’ 두 번째 순서로 10월에 펼쳐질 새로운 축제를 소개한다.춘천은 일 년 내내 많은 축제가 벌어지며 축제 도시라고도 부른다. 그런 만큼 춘천시민은 춘천의 문화와 예술, 축제를 즐기는 시민과 그것에 관심도 참여도 없는 시민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한 문화도시 사업. 여전히 무관심한 시민이 적지 않다. 그래서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가 ‘호수자원 특성화 사업’으로 새로운 축제 ‘석사천 재즈 페스타’를 선보인다. 축제
하버드대의 생물학 교수인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의 삶은 수백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숲에서 기원하였고, 그때의 삶의 모습은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른바,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가설로 바이오필리아는 생명, 생물을 뜻하는 ‘Bio’와 사랑을 뜻하는 ‘Philia’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생명(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윌슨 교수는 저서 《바이오필리아(Biophilia; Human Bond with Other Species)》에서 바이오필리아를 다른 생명체와 연결되고 싶어 하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의 기부가 지역을 살리고 국가균형발전에 보탬을 주는 제도이다. 개인은 주소지 외 지자체에 기부하여 세액공제 혜택과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로 받을 수 있고 지자체는 기부금을 통해 재정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한다. 국내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제 추진 현황과 고향사랑기부제 원조인 일본 고향납세 제도를 살펴보고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본다. 10만 원 이하…40·50대 출향민 주로 참여 고향사랑기부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 6개월이 흐르고 있다. 인구 10만 9천명의 중소도시인 사
이 인물인터뷰는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하나로 2022년 제작한 《Spring100 Spring! vol. 3》에 수록된 인터뷰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문화도시 시민협의체 봄바람이 직접 추천한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다. 출판인을 꿈꾸는 지역 청년 ‘로컬에-딛터’가 아카데미 실습 과정으로 직접 인터뷰, 사진 촬영, 제작에 참여했다. 춘천을 사랑하는 춘천사람들의 이야기다. 재단과 에디터의 허락하에 전재한다. 2022년에 이루어진 인터뷰라는 점을 고려하여 읽어 주기 바란다.- 편집자 주10대를 춘천에서 보낸 위서린은 스무 살이 되던
최근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 지망생 황수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진 씨는 디자이너로 오랜 시간 일하다 작가가 되고 싶어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고 한다. 소양강 변에서 바라보는 노을처럼 아름다운 글을 쓰며 살아가는 게 꿈이라는 그녀는 힘들게 살아온 삶을 글로 표현해 아픔을 공감하고 싶다고 한다.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저는 작가 지망생 황수진이라고 합니다. 춘천에서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살았고 이후 서울에서 쭉 일했습니다. 수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춘천으로 다시 돌아왔고 그때부터
화천으로 통하는 길목 춘천인형극장을 지나 고슴도치섬을 마주한 사농동의 붉은 벽돌집, 바로 ‘카페 옥산’이다. 상중도의 고산(孤山), 즉 옥산으로 가는 북한강의 작은 포구터였던 옥산포 마을. 박온 대표는 외조부의 오래된 집을 개조해 2019년부터 카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덩그러니 쓰임을 잃은 건물에 구석구석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는 이곳을 감각적으로 채우는 빈티지한 목재 가구와 다양한 크기의 푸른 화분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1·2층은 넉넉한 거리로 배치된 테이블 덕에 혼잡하지 않다. 카페
길게 흐르는 산맥 아래에는 비술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줄줄이 서 있었다. 건물의 삼층 정도 높이로 키 큰 비술나무는 줄기가 철골처럼 시커멓고 기다란 가지에는 연녹색의 이파리가 조롱조롱 매달렸다. 심봉순 작가의 장편소설 이다. 이 작품은 화전민과 그 후대들이 살아가는 삶의 애환은 물론, 신선들의 놀이터였다는 ‘굴’에 얽힌 판타지에 샤머니즘을 가미하여 신비와 공포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생생히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산속을 다니며 잣송이나 알밤 줍듯이 이야기를 주웠다 한다. 독자는 작가가 이슬 젖은 풀숲에 살짝 숨겨둔 알밤들을 찾아
당신이 들판에 살면 어떨까 생각하곤 해나는 치맛자락을 부풀리며 들판을 가지게 되겠지풀이 마르는 냄새가 옷과 피부와 머리카락에 스밀 거야당신과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냄새야당신은 트레일러에서 빛을 끄고 녹슬어가다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연장으로 태어날 거야당신은 끽끽거리는 트레일러를 흔들며 요리를 하고고장난 줄도 모르는 나를 오전 내내 수리해나는 차돌 같은 당신의 희고 큰 치아 밑에서펴지고 잘라지고 조여지면서 점점 쓸모 있어져당신이 들판에 살면 어떨까 생각하곤 해독초와 뱀과 바위가 많았으면 해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