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봄이 언제나 짧은 것처럼 우리의 예정된 삶도 길지만은 않다. ‘백세시대’라지만 건강한 100세를 과연 누릴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경험하지 못한 나의 죽음에 대한 막연함도 존재한다.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라는 책을 출간한 ‘마음애터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이 책의 공동 저자인 김재경 씨는 춘천시 원주민으로서 생사학아카데미 연구원이기도 하다. 생사학을 전공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그는 ‘생사 문화기획자’를 꿈꾼다.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정든 반려동물이 죽으면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서울에서 ‘펫로스(pe
끌의 편린으로 살아박희선은 나무 작업을 즐겨 했다. 차가운 느낌이 드는 돌이나 금속보다 한때 생명이 스몄던 따듯한 질감의 목재가 더 좋았거나 박희선이 영향을 받았던 작가들의 목조작품에 끌렸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스승 최종태는 박희선만큼 소나무를 유창하게 다루는 조각가도 없을 거라 했다.작품 사진이나 전시 도록을 한참 들여다보고 나면 잔상처럼 남아있는 이미지가 있다. 작품 표면을 스친 파임의 흔적들이다. 초기작 (1988)나 마지막 전시에 발표한 (1996)까지 많은 목조작품의 표면은 무수한 끌날이
우두동 강변에 있는 도서출판 ‘산책’에서 지난 6일 ‘산책축제’라는 이름으로 ‘오픈하우스’ 행사를 열었다. ‘산책’은 30년 넘은 지역 출판사다. 원미경 대표는 우두동으로 이사 온 뒤 ‘산책’만의 도서전을 하고 싶어 봄꽃이 활짝 피어나는 때로 날을 잡아서 행사를 열게 됐다고 전했다.이날 행사에서는 강원도와 춘천 지역 문화유산과 역사적 흔적을 연구하고 저술하는 권혁진 작가의 책들을 집중 조명하는 ‘권혁진 특별전’과 저서에 들어 있는 길종갑 화가의 원화도 함께 전시했다. 또, 원 대표가 우두동을 배경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우두동
‘모두의 살롱’에서 김선미를 만났다. 빈집을 재생해 조성한 커뮤니티 공간인 ‘모두의 살롱’은 회의실과 공유 부엌, 테라스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그는 ‘모두의 살롱’ 프로그램 ‘아침마당’의 ‘작심한달’에 참여해 매주 토요일 8시에 걷고 뛰었다. 익명으로 만난 벗들은 정이 두터워지면서 ‘로망실현’ 프로그램까지 함께하게 됐다.남편 직장 때문에 7년 동안 주말부부로 지내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2년 전 춘천으로 이사했다. 처음에는 춘천에서 이웃들이 장애 아이에 대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묻는 게 많이
무슨 물맛이 이래? 약수를 처음 먹어 본 나는 그 물을 뜨려고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피부병을 고쳐 보겠다고 막내 이모가 두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나서며 보디가드로 택한 사람이 하필 대학 새내기였던 나였다. 꼬불거리는 산길을 멀미에 시달리며 달려가 내린 곳이 북산면 추곡리 ‘추곡약수’. 단풍이 예쁘게 물들던 가을이었다.사명산 남쪽 산자락에서 솟아나는 추곡약수에는 양옆으로 빼곡하게 음식을 파는 음식점과 각지에서 위장병 또는 이모처럼 피부병을 고치려는 장기 투숙객들이 묵고 있는 민박이 꽤 있었다. 철분·나트륨·탄산염·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나 하듯 아침에는 아직 제법 쌀쌀하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의암호 둘레길에 나갔다. 서면에서 춘천 도심을 바라보니 저 멀리 대룡산은 아직 흰눈을 뒤집어쓰고 있어 설산의 풍경이 자못 장중하다. 의암댐부터 신매대교까지 의암호 서쪽 수변을 거슬러 가면서 호수를 살폈다. 겨울이면 의암호에서 제일 눈에 많이 띄는 건 물닭이다. 흰죽지와 논병아리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겨울이면 꾸준히 관찰했던 흰꼬리수리는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애니메이션박물관 앞 호수에서 알락오리 대여섯 마리를 볼 수 있었
어릴 때부터 그림에 흥미가 많았지만 다른 길을 걸어야 했던 김민지는 2년 전 춘천 토박이인 남편을 따라 춘천으로 왔다. 맛난 빵집을 찾아 사람들에게 소개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스타툰을 하게 됐다.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춘천댁 J’로 활동하는 그는 더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그림 실력과 이야기 발굴에 더 매진하고 있다. 김민지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흥미가 많았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을 돈으로 그림 재료를 사 모았고, 유행하는 드라마를 볼 시간에 그림을 더 잘
가슴 후비는 어울림의 한 판이자입안에 꽉 찬, 이 야만적인 충만감머릿속에 일곱 빛깔 무지개 떠올랐다묵은김치에 잘 삭은 홍어와기름진 돼지고기 수육 포개 얹으니절묘한 조합으로 폭발하는구나시큼하고 기름지고 알싸한 맛에코에서는 수천 마리 벌 떼가 날고입안에서 요지경 속 떼춤을 춘다다른 것들이라도 셋만 잘 어울리면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화음이 잘 맞는 재즈 보컬 트리오 맛- 문순태, ‘홍어 삼합’문순태 작가의 시집 《홍어》에는 홍어를 소재로 쓴 시 100편이 실려있다. 그중에서도 ‘홍어 삼합’이라는 시는 맛의 매력을 잘 살렸다는
오래된 사진 한 장. 어릴 때 엄마와 외할머니랑 함께 앉아 찍은 돌계단. 뒤편으로 연등이 걸려있다. 우물가, 가래나무, 가래 껍질 벗기느라 손이 새까매진 오빠들과 옷에 가랫물 들여왔다고 오빠들을 된통 야단치던 어머니….어머니는 봉의산 자락에 있던 절 ‘봉의사’의 신도였다. 석가탄일이 되면 엄마와 함께 오르던 봉의사 가는 길. 가래나무가 우거진 푸른 계곡을 끼고 오솔길을 걸어 오르면 작은 우물 옆으로 돌계단이 있고 계단을 오르면 너른 마당이 있었다. 너무나 예쁜 꽃분홍색 연등이 하늘에 가득 매달려 있는 절 마당 옆 계단을 오르면 대웅
정치권에서 종종 노인 비하 발언으로 노인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거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미칠 영향, 특히 향후 경제문제의 측면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발상에서 비롯된 발언인 것 같다.대한민국은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를 코앞에 두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인구는 모두 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였고, 2025년에는 1천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6%를 차지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5년에
혹시 유안진 시인의 작품 중에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는 시를 들어본 적 있나요? 춘천(春川)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봄날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유명한 시예요. 그만큼 춘천과 봄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지요.봄에는 봄나물이 최고봄이 오면 우리 조상님들은 봄나물을 즐겨 먹었습니다. 겨울 동안 많이 섭취하지 못했던 비타민 등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서지요. 사실 우리는 쑥과 마늘만 먹고 100일 동안이나 버텨낸 곰의 후손이라는 사실 알고 있지요?임금님이 계신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盤)을, 민가에서는 세생채(細生菜)를
고구마/나태주고구마찐 고구마 먹으니문득 목이 멘다해마다 잊지 않고고구마 보내 주는 사람그 사람 생각에더욱 목이 멘다. 부모님에 대해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주 전 오늘, 새로 가게 된 학원 수업이 끝나 터벅터벅 걸어서 데리러 와주신 부모님의 차를 탔다. 부모님께서는 학원에서의 수업이 어땠냐고 물으셨지만, 지친 몸 때문이었는지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퉁명스러운 나의 말투에 대해 부모님께서 이유를 물으셨지만, 나는 속상하고 서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갑자기 우는 나를 본 부모님은 당
일요일에 남편이 딸아이 자전거를 사 왔다. 체인이 은빛 물결처럼 반짝이는 새 자전거. 아이는 곧바로 자전거를 끌고 마당을 나셨다. 골목 어귀까지 페달을 밝고 내 달리는 아이의 등에 초겨울 햇살이 반짝였다. 껀터의 틸라피아처럼.나는 베트남 껀터가 고향이다. 메콩강 지류인 하우강가 수상가옥에서 아홉 식구가 살았다. 아버지는 어부여서 밤중에 나갔다가 새벽에 그물을 걷어 오셨다. 베트남은 7시까지 등교해야 하므로 어머니는 보통 새벽에 일어나 식사 준비를 한다. 아, 우리 집에는 어머니보다 먼저 일어나는 닭들이 있다.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오슬로에서 차량 부품을 받아야 하는 일정 때문에 하당에르 피오르드는 포기하고 노르웨이 3대 피오르드 중 게르랑에르와 송네 피오르드만 다녀오기로 여행 계획을 조정했다. 올레순에서 육로와 페리를 번갈아 이용하면서 게르랑에르로 가는 산을 넘으니 바로 외르네스빙엔 전망대가 나왔다. 흐리고 바람이 불어 귀찮은 마음에 망설였는데 전망대에 선 순간 가슴 먹먹한 풍경을 만났다. 압도적인 풍경에 할 말을 잃었다. 한눈에 보이는 게르랑에르 마을과 피오르드를 보자니 바람과 추위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한참 피오르드를 내려다보고 갈지(之) 자 열두 굽이
‘2023 춘천 모두의 미술 - 바람·햇빛·강물, 그리고 사람’이 19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춘천미술관·문화공간 역, 세 곳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는 춘천 미술의 터를 닦은 작고(作故) 작가부터 춘천을 대표하는 원로작가, 중견 신진작가 126명이 참여 춘천 미술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다. 전시회가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춘천 미술인의 화합과 상생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오랜 세월 교직 생활과 도예 작업 그리고 전시 활동은 나만의 만족으로 이어져 왔었다. 대외 활동이라고 해야 춘천미
한미자에게 강원도는 젊은 시절을 보낸 소중한 곳이다. 군인인 남편의 발령으로 강원도를 떠나있던 동안 남편은 강원도를 고향처럼 그리워했다. 남편이 퇴직하자 부부는 춘천 서면 금산리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봄이면 매화축제에서 이웃과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고, 여름이면 찰옥수수를 따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냈다. 가을이면 부부가 손 꼭 잡고 걷다 의암호가 보이는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셨고, 겨울이면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도록 내린 눈을 함께 치웠다. 그의 부부는 금산리에서 열일곱 번의 사계절을 함께했다. 열여덟 번째 봄 남편이 세상을
노르웨이의 자연은 상상 이상으로 멋지다. 차만 타면 잠드는 나도 지루할 새 없이 연신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오로라와 피오르드다.유럽대륙 북쪽 끝 노르카프에서 로포텐 제도로 이동하던 중 도로변 한 주유소에서 한국번호판의 노란 카운티 버스를 발견했다. 이 버스의 주인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지구 가족’이다. ‘지구 가족’이라는 이름은 아내 여지숙과 남편 김구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구를 한 바퀴 돌자’, 도는 ‘지구를 아끼자’라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 1학년과 5학년 세 아이의
(재)춘천시주민자치지원센터‘우리봄내 동동’ 포럼 개최(재)춘천시주민자치지원센터(이사장 성길용)는 지난 17일 춘천형 마을돌봄교육공동체 ‘우리봄내 동동’ 포럼을 개최했다.‘춘천형 마을돌봄교육공동체, 지속발전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다!’를 주제로 춘천시 평생학습관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은 2021년에 ‘우리봄내 동동’ 사업이 시작된 이후 민·관·학이 함께 모인 첫 번째 공론장이었다.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 하정호 과장이 ‘돌봄민주주의, 마을교육과 돌봄의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먼저 발표했고 이어서 호반안심마을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는 춘천여성
우두산은 우두벌에 자리 잡은 산이다. 우두산은 높지는 않지만 신성한 기운이 있어 그 앞의 대지에선 봄마다 새싹이 자라고, 감자꽃이 활짝 꽃을 피운다. 올해도 여지없이 감자꽃은 피고 지고 비옥한 토지에선 감자들이 튼실하게 결실을 맺어 수확하는 농부들에게 기쁨을 안겼었다. 우두산은 춘천에 관한 많은 옛 문헌과 문인들에 의해 춘천의 상징적인 명소로 기록되어 왔다. 유난히 비옥한 땅에서는 주거의 흔적도 발견되었다. 우두산 인근에는 우두동 1, 2호로 명명된 고인돌이 있다. 신석기 시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다. 신석기인의 주거지는 잘 확인되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실레마을에는 ‘책과 인쇄박물관’이 있다. 문학촌을 지나 금병산 등산로로 접어드는 초입에 자리한 박물관은 1천3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세계에서 가장 앞섰던 우리의 책과 인쇄문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문화공간이다.“우리가 보는 책 한 권 한 권은 모두 영혼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만든 인쇄공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꿈꿔 왔던 사람들의 영혼이.”박물관을 설립한 전용태 관장의 말이다. 가난으로 책이 귀했던 시절, 책을 실컷 읽는 게 소원이었던 아이는 자라면서 취미로 책을 모았다. 그는 은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