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중순이면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게 된다. 시험 부담이 최고조에 달한 고3 학생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기 위해 현직 교사들이 응원곡 ‘꽃’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강원교육청 소속 김병현, 백서윤 교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현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파견교사로 현재 교육청에서 근무를 하고 있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수험생들을 위한 곡을 만들게 된 계기는김병현: 저는 인제 원통고등학교, 춘천에서는 봉의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음악을 제대로 공부
지난달 25일 주요 뉴스가 모처럼 농업을 다뤘다. 정부가 WTO 개발도상국지위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수입농산물 관세가 낮아질 것이고 농업보조금이 삭감될 것이다. 시간문제일 뿐 이번 변화가 농업농촌에 타격을 입힐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농민공동행동 성명서의 절절한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보자. “계속되는 수입개방정책으로 국내농산물 값은 연쇄폭락을 맞았고 농가소득 대비 농업소득 비율과 국가 예산 대비 농업예산은 역대 정권 중 최저치. 한국농업은 적폐농업정책으로 무너진 지 오래다. 국익은 통상주권을 지켜내는 것부터 시작되며 농업을 살리
단북우체국은 인구 2천 명이 채 안 되는 경북 의성군 단북면의 유일한 우체국이지만 농촌 인구와 이용자 감소로 인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 5월 직원 단 두 명의 시골 우체국은 그들만의 자구책을 시험해보기로 했는데 이 역발상이 해외교포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명성을 얻었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해외배송대행 서비스였다. 외국에 살고 있는 교민이 한국 물건을 주문해 받으려면, 중간에서 그 물건을 받아 재포장한 뒤 다시 해외로 보내주는 배송대행업체가 필요하다. 우체국은 위치와 관계없이 해외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그 ‘당연
강원도가 최근 5년간 학교폭력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사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이 같은 내용은 국회 교육위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학교폭력 은폐·축소에 따른 징계 현황자료’에 의해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에서 총 65건의 학교폭력 은폐·축소에 대한 징계처분이 있었으며 이 중 해임, 정직 등 중징계 사안은 13건으로 나타났다.학교폭력 은폐·축소 징계 건수는 2017년 9건, 지난해 17건, 올해 6월 기준 15건으로 최근 3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강원
한 도시가 함께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건, 한 도시가 같은 경험을 통해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일이다.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를 함께 읽은 우리는 은주 가족의 고통에 함께 분노하고 아파했으며, 연우의 가슴 시린 성장 과정을 애달픈 마음으로 응원했다. 힘든 시간을 감당해나가는 ‘모리’와 자신의 두려움을 직면하는 ‘마루’를 보며 안타까웠고, 장애를 품고 사는 ‘크레마’의 아픔과 용서와 화해로 삶을 마무리하는 ‘복동이’의 죽음에 눈물지었다. 하지만 우리는 또 알고 있다. 책을 떠나 현실로 돌아온 우리는 나와 다른 타인을 받아들이는
커다란 트렁크 한 개, 배낭 하나 그리고 낡은 카메라를 든 불안한 동양의 이방인이 지구 반 바퀴를 날아 책 속에서만 보았던 그리고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나라에 도착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꿈을 위해 조국에 남겨둔 조금 편안한 삶을 팽개치고 떠난 호기 당당한 유학생이 아니었다. 가방 세 개에 의지해 두려움과 후회로 공항에 발이 묶인 불쌍한 유학생일 뿐이었다. 사실 나는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까지 나 자신에게 수없이 반복하고 후회도 했다. 하지만 나의 역사는 나의 손과 발로 써야 한다는 작은
법원은 세상의 원망과 고통, 절망과 눈물, 죽음과 절규가 모이는 곳이다. 판사는 법정에 선 모든 이의 책망과 옹호를 감당하며 판결문을 써 내려간다. 피도 눈물도, 형용사와 부사도 존재하기 힘든 판결문에는 사건 당사자들의 울분과 고함을 담아낼 자리가 없다. 건조하고 딱딱한 판결문이라는 형식에 미처 담지 못한 수많은 사람의 눈빛과 사연은 저자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저자는 법정에서 마주친 이들과 폐쇄된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을 “풀어놓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춘천광장서적 제공강원 춘천시 퇴계농공로 10 (석사동) ☎26
십 년이라는 긴 시간 안에서 써내려간 개인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 책은 저자와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의 기록이자 그 안에서 발견한 작은 빛의 기록이다. 지금은 마치 어떤 절망상태 속에 있는 듯 느껴지더라도 결국, 함께, 빛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는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 담긴 단편소설 《ps 사랑의 단상, 2014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들, 그리고 저자가 지난 십 년간 되묻고 되물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 소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데미안책방 제공강원 춘천시 춘
‘벤자민나무 그늘 아래서’는 해체시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박남철 시인의 시다. 그는 25년 전 이 시에서 춘천을 ‘진경춘천산수도’라 노래했다. 그리고 시인은 어느 날, ‘자발적인 납치’ 라며 춘천의 어느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 벤자민나무 화분 아래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가지를 내려다본다. 강사 일도 작파하고 미군부대 캠프 페이지와 먼 산줄기들을 내려다보며 자유로운 상념에 빠진다. 그저 고요히 배경이 된 춘천은 이렇듯 산과 물처럼 자유를 찾아온 이방인들의 은둔과 사랑의 밀회를 너그럽게 용납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박남철은 기존 질
한국 성인남녀 14.7%가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일으킬 정도의 중증도 이상의 울분을 느끼면서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울분 첫 조사 지역인 독일보다 약 6배 높은 결과다.최근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한국 사회와 울분’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인의 울분지수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특히 한국인들은 자신의 노력이 ‘무효 취급’을 받을 때 울분도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때때로 나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질문에 66.7%가 동의했고, 이와 동시에 ‘노력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한 번의 실수는 즉각 비판 받는
중앙초등학교 4학년 때 밴드부에 들어가 트럼펫을 잡았다. 나름 소질이 있었지만 중학교에서는 운동을 택했다. 고등학교 때 문제를 일으키는 반항아이기도 했던 이명우(50) 씨가 다시 악기를 잡은 것은 은사인 이춘석 음악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다. 그 계기가 없었다면 깊은 방황의 길을 갔을 수도 있다고 믿기에 그는 지금도 스승의 날과 은사의 생신 등 기념일에 감사한 마음을 챙긴다.슬럼프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생긴 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쳐 안면마비가 왔을 땐 정말 힘들었다. 세 번의 수술을 해야 했고 턱을 움직일 수
“23일 평양역에서 출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 열차는 중국 단둥역을 통과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던 때 소설《단둥역》을 집필한 최종남(73) 소설가를 만났다. 최 작가는 ‘꿈동이’ 인형극단의 해외공연을 주선하며 중국을 자주 방문했다. 단둥역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마주 보고 있는 도시로 신의주청년역과 철도가 연결되어 있다. 손에 잡힐 듯 북녘 땅이 보이고 조선족을 비롯해 한국인 3천여 명, 북한 동포 2만여 명이 거주해 거리에서도 쉽게 북한
수년 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내 가슴에서 천둥 번개가 치는 소리를 들었다.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1-1665)가 수학에 대한 어떤 특별한 교육도 받지 않고 다만 취미로 수학을 연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300년 이상 아무도 증명하지 못한 채 남겨진, 말 그대로 ‘최후의 문제’ 중 하나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완벽하게 증명한(1994년) 앤드류 와일즈(Andrew Wiles)의 정진은 매혹적이었다. 수학자였던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Apostolos Doxiadis)가
“시집을 내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블로그에 일기처럼 시를 올렸어요. 가난한 엄마라 물려줄 재산도 없고 그간 어려운 시절을 지나오며 살았던 마음의 집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었어요. 제가 세상을 떠나도 아이들이 엄마의 집을 드나들 듯 그렇게 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먹고 사는 일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일처럼 고단한 삶이었다. 밧줄에 함께 매달린 어린 자식들과 한 고비 두 고비 넘기며 목구멍까지 차오른 숨조차 한번에 크게 내쉬지 못했다.그렇게 혼자 뱉어낸 넋두리가 시가 되었다는 《견고한 새벽》의 이경애(59) 씨를 만났다.《견고한
2018년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춘천시 환경사업소의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천막농성을 벌인지 447일, 집단해고 380일 만에 시청 앞의 천막이 철거됐다.춘천시 이재수 시장과 민주노총 중부일반노조 춘천시지부 김영희 지부장, 춘천시민연대 김대건 대표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긴 천막농성에 종지부를 찍었다.기자회견에서 이 시장은 “1년이 넘게 차디찬 거리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계신 춘천환경공원 노동자 여러분의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거듭 약속했고,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시장의 약속을 다시 한 번 믿고 기다리기로
한 해의 끝에 서 있다.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고, 끝은 또 새로운 시작을 잉태하고 있다. 지난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흐른다.2014년이 다 끝나가던 무렵, 《강원희망신문》의 재창간 회의에 참가하면서 《춘천사람들》 탄생의 씨앗이 뿌려졌다. 겨울을 난 봄날 밀의 새싹처럼 창간을 위한 분위기가 푸릇푸릇 싱그럽게 돋아났다.춘천만의 신문, 시민 가까이에서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신문, 그래서 시민의 친구이고 이웃인 신문, 힘 센 자들보다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신문, 그러면서도 지역의 문제를 드러내고 공론화 할 수
산골유학 생활을 설명할 때 상징처럼 얘기하는 것이 ‘우리 유학센터에서는 아이들이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란 원칙이다. 4차산업혁명이니 미래교육이니 스마트교육이니 하는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는 요즘 거꾸로 가는 곳이 산골유학센터일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바깥세상(?)에서는 장·단점이나 교육적 관점에 대해 여러 가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적어도 농산촌유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스마트폰 없는 세상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일까? 스마트하지 않은 유학센터에서의
The timid are afraid before the danger, the cowardly while in danger, and the courageous after danger. ... Men, like bullets, go farthest when they are smoothest. ... Despair is a suicide of the heart.- Jean Paul(1763-1825)***소심한 자는 위험이 닥치기 전에 두려워하고, 비겁한 자는 위험이 닥쳤을 때 두려워하고, 용감한 자는 두려움이 지나가면 두려워한다. .
창을 흔드는 명제 하나, 오늘을 깨운다. 찬 가을비가 물든 것들을 털어내고 있는 아침. 엊그제 그리고 오늘, 벌써 두 번째다. 비바람은 한바탕 가지를 흔들어대고 바람은 젖은 것들을 말려 또 한바탕 휩쓸고 간다. 아등바등, 한 해가 수습되고 있는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삶은 살아지는 것일까?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세상은 북적거리고 삶은 소란스러운데 매 순간 휩쓸리면서도 결국 나는 혼자다. 자신을 꼭꼭 닫아걸거나 활짝 열어젖히거나 삶의 중력은 공평해서 혼자 살아지는 것이고 혼자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개똥벌레처럼 나
나에겐 언제부터인가 1년 12개월의 각 달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이 생겼다.예를 들면 1월은 새롭게 시작하는 달, 2월과 3월은 졸업과 입학을 생각하는 달, 4월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달, 5월은 가정의 달…, 하는 식이다.11월은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며 고마운 분들을 생각하는 감사의 달로 보낸다.올해도 어김없이 11월이 돌아왔다. 인간은 누구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살기는 어렵다. 밀로 만든 빵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적어도 열다섯 명의 수고를 거쳐야한다고 하지 않던가?그러므로 모르는 이웃의 도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