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24일 오전 11시 춘천여고 앞에서 "소녀상 철거" 시위
춘천경찰서, 지난 12일 집회 허가하고 해당 학교에 통보…각계 비난 '봇물'
춘천여성민우회 등 도내 11개 단체, 26일 오전 춘천경찰서 앞 항의 기자회견
″위안부가 성매매 여성…위안소에서 일어난 포르노와 같은 난잡한 이야기….″
″‘너희들도 졸업하면 매춘부가 되거나 창녀가 되거라’ 이 말입니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이 화면 밖으로 쏟아진다. 춘천MBC가 어제 춘천여고 앞에서 있었던 극우단체의 ‘소녀상’ 철거 시위에 대해 보도한 내용이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라는 이 극우단체는 24일 오전 11시, 춘천여고 정문 앞에서 “소녀상도 위안부도 대국민 사기”, “반일은 정신병” 등의 피켓을 들고 약 1시간 정도 확성기를 이용해 “소녀상 철거”를 외친 뒤 해산했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 중인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반인륜적인 만행이 버젓이 자행된 것이다. 이 단체는 최근 전국 각지 학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며 학교 현장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극우단체도 문제지만, 집회를 허가한 춘천경찰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습권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을 시 학교 앞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성동경찰서와 서초경찰서는 지난 22일 이 단체 명의로 신청된 학교 근처 집회를 금지했다.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고 등·하교 학생들의 평온을 해치거나 다른 시민 및 단체들과 마찰을 빚을 우려가 크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춘천경찰서의 대응은 달랐다. 춘천경찰서 관계자에게 집회 신고 경위를 묻자 해당 단체가 “지난 12일 직접 방문해 집회를 신고했다”고 답했다. “교육적 차원에서 학교 앞 집회를 허가할 때 더 신중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집회 신고 주체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너무 안이한 대응이 아니었냐?"고 재차 묻자 "교육청이나 학교 등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대응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눈치였다.
춘천여성민우회 등 강원도 내 11개 여성단체는 당장 26일 오전 11시 춘천경찰서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공간인 학교 주변에서 혐오 표현이 포함된 시위가 반복되는 것은 교육권과 인권 모두의 침해”라면서 “춘천경찰서는 왜곡된 역사의식에 기반한 혐오 발언으로 학생들의 교육권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이 단체의 집회를 불허하라”고 주장했다.
25일 오후 4시 현재까지 기자회견에 동참하는 단체는 다음과 같다.
(사)강릉여성의전화
(사)전문직여성한국연맹춘천클럽
강원도여성권익증진상담소시설협의회
강원여성연대
고령사회를이롭게하는춘천여성
더불어민주당춘천여성위원회
원주여성민우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
춘천시민사회네트워크
춘천여성민우회
평화의소녀상과함께하는날갯짓
일각에서는 경찰에서 좀 더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는 학생들이 극우단체들의 혐오적이고 폭력적인 표현들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 앞 200m 내 혐오 시위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춘천여고는 3·1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2016년 팔렬고, 2017년 횡성여고에 이어 강원도 내 학교로는 세 번째로 2019년 2월 27일 교정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전흥우
